2015.05.11 19:35
예술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하시니,
제가 알고 있는 법을 기준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변호사니까 법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도 되겠지요?
유해한 저작물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유해한 저작물에 대하여(또는 자신이 유해하다고 생각하는 저작물에 대하여)유해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 또한 당연히 가능합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것의 의미가 어떠한 표현에 대하여 무조건 수용하고 동조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표현의 자유는,
그러한 비판이나 비평에서 그치지 않고 어떠한 표현물을 함부로 비난하거나
이 사회에서 제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나아가 그러한 주장을 현실적으로 실현하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금기시하여야 하는 것이 정부에 의한 개입, 그 다음이 법률에 의한 개입인 것이구요.
그래서 모든 기본권에 대하여 제한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대한 예외로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검열'을 수단으로 하는 제한은 법률로서도 불가능한 것으로 헌법에 못 박아 둔 것입니다.
미국 헌법은 기본권 중 "표현의 자유"를 맨 앞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가장 근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 연방대법원은 '포르노'도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포르노가 그 자체로 유익한 것이거나 권장할 만한 것이어서가 아닙니다.
포르노 '조차' 표현의 자유로 보호됨으로 인하여, 그보다 나은 모든 표현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10살짜리 아이가 쓴 시 한편이 논란거리로 등장했습니다.
저자가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후벼팠습니다.
"꽃냥"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표현의 자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시가 예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계십니다.
납득하기는 어렵지만, 나름의 근거를 들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시는 이유를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 시가 예술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출판사에서 자진 수거를 했다고는 합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전부 수거해서 불태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단순히 그렇게 무가치한 시가 '예술'이라고 인정받는 상황 자체가 불편하신건가요?
퇴근시간이 된 관계로 바로 리플을 드리지는 못할것 같습니다. 미리 양해바랍니다.
2015.05.11 19:43
2015.05.11 19:52
논쟁 중에 뒤샹의 '샘'이 언급됐는데 그게 왜 그 맥락에서 거론되는 지 이해 못하시는 것 같았어요. 아니면 내심 그 작품도 예술이 아닌 그냥 허세일 뿐이라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2015.05.11 21:04
간만에 전투력 좋은 분이 등장하셨길래 솔깃했더니만 글삭튀를 시전하셨네요.
실망인데요....
2015.05.12 01:28
2015.05.12 12:15
기본권의 충돌은 법학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종래의 기본권 이론은 국민이 국가에 대해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론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을 국가뿐이었죠.
현대에 이르러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라는 것이 자명한 원리로 굳어졌고
나아가 기본권이 국민들 상호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었습니다.
법률용어로는 기본권의 대 사인적 효력이라고 하는데요,
조금 깊이 들어가보면, 독일쪽에서는 기본권이 주관적 공권으로서의 성격과 함께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성격도 가진다고 보아서
이를 근거로 사법상의 일반조항을 통해 사인간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견해가 많구요,
미국에서는 일정한 개인의 행위를 국가의 행위로 의제하는 방법에 의해 기본권조항의 적용을 긍정하고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이렇습니다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고 생각해 보면 결코 판단이 쉽지는 않습니다
과연 어떠한 비평이 또한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범위내인지
아니면 정당한 비평을 넘어서는 부당한 침해로 보게 될 것인지 선뜻 결정내리기는 어려워요.
표현의 자유에는 당연히 비평의 자유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침해하고 동일하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떠한 시를 놓고, "역사에 길이남을 만한 가치가 없으니 예술이라고 할 수도 없다.(따라서 보호할 가치도 없다)"라는건
제정신으로 해서는 안되는 주장이라는거죠.
2015.05.12 03:15
어찌 아이가 저럴 수 있냐는 주변 엄마들의 기에 눌려 '그래도 저 아이가 저런 생각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제대로 표현못했는데
위안부나 세월호에 대한 조롱도 허용하는 마당에(맞나요? 사회의 비판 여론에 밀려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사과하는 것 말고요. 아니 같은 맥락인가요 출판 포기는)
머리속이 복잡해지네요.
그래도 세월호 관련자들이 저 아이처럼 책으로 분출하고 살인을 안했다면 좋았을텐데 싶습니다.
엄마가 명예훼손으로 아이를 고소하지 않았고 출간 당사자가 명예훼손당한 당사자기 때문에 법적으로 상관없는건지
어버이연합(?)같은데서 명예를 훼손당했다라든가 학원을 죽어라고 보내는 혹은 학원 한두개 보내는 엄마들이 명예훼손으로 아이나 출판사를 고소할 수 있는지요 (웃기긴하겠네요)
법적으로 문외한입니다.
2015.05.12 12:19
고소야 할 수는 있겠죠. 고소하는데 특별한 자격증 같은게 필요한건 아니니까요.
그러나 고소가 인정되어서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5231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3794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2290 |
그분께서는 고전과 예술을 구분하지 못하시는것 같던데요. 그게 아니라면 예술을 철저히 엘리트주의적인 걸로 한정하고있거나. 대댓글로 또 반박하시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