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빅 쇼트는 굳이 극 영화로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설명이 많고 캐릭터에 기댈 필요 없이 사건이나 상황이 흥미로워서 다큐로 만들었어도 영화만큼 재밌었을 겁니다.
극이 전개되는 도중 배우가 사실은 이렇지 않았다고 혹은 이 장면은 진짜라고 대놓고 이야기하죠.
어려운 용어 붙이면서 사기치는 금융상품이라서 그런지 설명이 많은데 이게 종종 흥을 깨곤 합니다. 결국 똥이란 이야긴데...
스티븐 카렐은 '폭스캐처'때도 그랬지만 발군입니다. 그냥 생생해서 보기만해도 재미있어요. 크리스천 베일도 열연했는데 이 영화가 그만큼의 배우의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하나 의문이고 오히려 딱 제역할만 한 라이언 고슬링이 기억에 남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제작에 참여한 탓인지 여기서도 얼굴을 보여주네요. 이전에 '노예 12년'처럼 사람을 웃겨줄까 걱정했는데 조용하고 진지해서 좋았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물들간의 갈등넘치는 대화가 재밌습니다.
이전에 임성한작가의 드라마가 한자리에서 싸우는 것만 2~30분 보여줘서 황당했는데 그런면에서는 이 영화가 갑이네요.
대니보일 감독의 감각은 여전해서 초반의 80년대 장면은 화질이며 색감이며 진짜 80년대 영화같아서 웃겼습니다. 꼭 시네마테크에서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보는 기분이었고 크라프트베르크 스러운 배경음악도 깔아주더군요.
론칭행사 시작전에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갈등과 긴장이 넘치는데 실제 2~30분밖에 안되는 시간에 개인 인생사 다 쏟아내면서 서로 잡아먹을 듯이 대화하는데 재밌기로는 두번째라는 싸움구경을 하는 것 같아서 재밌더군요.
그런데 끝무렵에 그 대사는 좀 터졌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실텐데 뜬금없고 영화랑 안어울립니다. 지금도 웃긴데 2~3년 뒤에 보면 더 웃길 듯.
마이클 파스벤더가 갈색눈동자를 하고 나오는데 이미지가 매우 달라보이더군요. 전 이 사람이 좀 싸늘해보여서 어떤역할을 해도 동정이 안갔어요. 딱 악역이 잘 어울리는 얼굴인데 여기서는 대놓고 밥맛없게 행동하는데도 가끔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줄 때 살짝 감정이 일더군요. 이게 다 눈동자색의 힘?
케이트 윈슬렛이나 세스 로건이나 다 좋은데 전 마이클 스털버그가 가장 좋았습니다. 늘 코미디 영화에서 조연으로만 접했는데 여기서는 이전 이미지가 다 지워지더군요. 능력있고 똑똑하지만 자신감은 에 못미치고 말싸움을 못하는 그런 안쓰러운 사람. 현실에 만나는 사람같아서 인상적이었습니다.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