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할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는 퇴근후 혼자 놀 수 있는 취미가 있어서 다행이다.


요즘 젊은 후배들을 보면 회식을 좋아하고 일중독급의 친구라고 해도, 회식 안하고 야근거리 없으면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랄까.. 그런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윗분들을 보면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고, 지금도 있어 보입니다.


일단 윗분들의 아이가 어릴때는 이런 핑계들을 들었습니다.

'집에 가봐야 애랑 놀아주느라 더 힘들어.'

'집에 가봐야 집안일 또 해야 되는데, 차라리 회사에 있는게 낫지.'

'난 주말에도 회사 나오고 싶어..'


참 얼척없는 이야기지만 세대가 다르니 그러려니 해봅니다. 

그리고 야근거리가 없음에도 회사에 남아 있던가, 같이 술한잔 할 사람들을 찾아다닙니다.



이분들이 승진을 하고, 파트장, 팀장, 임원 등의 위치가 되면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 학원에 다니느라 늦게 들어옵니다. 사모님들은 아이를 어느정도 키우고 다시 일을 하고 있던지 아니면 아이 교육에 올인하고 있느라 남편은 좀 뒷전입니다. 이때가 되면 또 이런 핑계들이 나옵니다.


'집에 가봐야 아무도 없어서 심심해.'

'리모컨 조종권한은 아내한테 있지. 가서 뭐하냐 맘대로 TV 도 못보는데..'

'집에 가봐야 마누라가 저녁도 안챙겨줘..'

'주말에 집에 있어봐야 애들 먹고 싶은거 먹고 애들 하고 싶은거 해서 재미 없어....'


그래서 야근 거리가 없어도 회사에 앉아서 야구중계를 인터넷으로 본다던지.. 약속 거리를 찾던지, 아니면 부하직원들에게 회식하자고 합니다.

회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일체감 형성'이지만 사실 상사님들이 심심하니까 부하들 모아놓고 놀아달라고 하는 것이죠.

저녁만 먹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2차 가자고 해서 맥주에 치킨 시켜놓고 또 지루한 이야기들을 듣고 있어야 합니다.

그나마 저희 상사님은 종교/정치 얘기는 안꺼내서 다행이랄까...


왜 애꿎은 부하직원들 데리고 11시, 12시까지 방황해야 하건지..

외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10살쯤 차이나면 친구먹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살아온 세상이 다르고 받아온 교육이 다르죠. 게다가 상사-부하 관계인데 왜 그리 친한게 굴어야 하는지.. 본인도 젊었을때 생각해보면 알텐데요. 그건 친한게 아니라 아부라는 것을.



저도 운이 좋아 저 자리까지 가게 되면 부하직원들 데리고 놀고 싶을까?

혼자 놀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그냥 집에 아무도 없어도 퇴근해서 혼자 놀면 될텐데...

난 혼자 놀 수 있는 취미가 있어서 다행이다.

내가 저 자리에 가게 되면 할일 없으면 회사 주변에서 방황하지 말고 다 집에 가라고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P.S) 그리고 쉬는날에 워크샵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놀러가자고 하지도 않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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