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아님 주말) 뭐 하세요?

2016.06.24 09:31

R2 조회 수:1911

저는 제때 퇴근한다면

오랜만에 서점에 들러볼까 해요.

중쇄를 찍자!를 살거예요. 전부 다.


집에 가는 길에 오이를 살 거예요. 

시장에서 사고 싶지만, 대여섯 개 이하로 살 수가 없으니까 마트로 가야겠죠.

계란은 냉장고에 한두 개 남아 있을 것 같은데, 좀 오래 되었으니 새로 살까요. 


집에 가면 손씻고 느슨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로봇청소기를 돌릴 거예요. 

원래 로봇청소기를 돌리려면 이래저래 정리를 해줘야 돼서 귀찮지만

안할 거예요. 어딘가 갇히려면 갇히라지.


물을 올려 달걀을 반숙으로 삶는 동안

오이 껍질은 반만 벗기고 채를 썰 거예요.

이쯤 되면 뭘 먹을지 다들 아시겠죠. 비빔면입니다. 갓비빔. 

물을 새로 올리고, 면을 넣을 때쯤이면 달걀도 대충 익어요. 

껍질을 깔끔하게 벗겨줘야죠. 어쩌다가 석회부스러기를 씹게 되면 정말 싫어요.


얼음을 넣어가며 면을 잘 비벼 씻어줘요.

갓비빔면은 건더기가 들어가 있어서 좀 거추장스럽겠죠.

팍팍 비벼주고 나면 예전에 코스트코에서 모셔온 일본풍 면기에 면과 오이, 계란을 올립니다.

깨도 있다면 뿌려도 좋겠네요.

그냥 냄비에 먹을 때도 있지만 금요일에는 설거지 하나 더할 여유는 있는 것 같아요. 


4인용 원목테이블에 바다같은 파란색의 테이블매트를 하나만 올립니다.

원래 쓰던 두 개는 이제 빨 때가 됐어요. 

식탁도 테이블 매트도 다 열심히 골랐어요. 

건너편 의자에 발을 올려놓고 만화책을 보면서 비빔면을 먹어요. 

면 한 입, 계란 한 입 해가면서. 


천천히 다 먹고 나면 

어디쯤 방전돼 틀어박혀 있을 로봇 청소기를 구제해주고

바닥에 누웠다

침대에 누웠다 하면서 오늘 네 권을 다 읽을 거예요. 


좋은 금요일 되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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