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혐오)

2016.09.09 19:29

여은성 조회 수:969


 1.여혐이라는 말은 딱히. 무의미한 말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까닭없는 인간의 악의를 설명할 수 없는...오히려 프레임을 좁게 만드는 말이예요.


 

 2.언젠가 부자에 대해 썼던가요? 부자들이 유일하게 용납하지 않는 것...그것은 맞먹으려는 시도라고요. 막장 부자들 말고 착해 보이는 부자들조차도요. 그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잘 웃어주죠. 말 한마디를 해도 기분나쁘게 하지 않고 손짓 한번을 해도 하대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잘 배려해요. 


 그러나 리버럴해 보이는 그들이 온몸의 가시를 고슴도치처럼 세우는 유일한 순간이 있죠. 그러면 안되는 상대가 자신과 맞먹으려고 하는 순간이예요. 그러니까 이 녀석들이 상대를 마음껏 친절하게 대해주는 순간은 자신과 동등하지 않다고 여기는 인격체가 자신과 동등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다가올 때뿐인 거죠. 


 

 3.그들이 이러는 건 언제나 혐오라는 감정이 의식의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해요. 그들은 상대가 자신의 옷에 와인을 쏟거나, 접시를 깨뜨리거나, 안경을 떨어뜨릴 때 화를 내긴커녕 이렇게 말해요. 


 '손은 괜찮아요?'


 라고요. 그런 짜증나는 일들은 웃으면서 넘어가지만 단 한가지...상대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라는 걸 드러내는 것 하나는 못 참는 거예요. 그러니까 손은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 인격체에게 아픔을 느끼냐고 묻는 게 아닌 거죠. 물체에게 기능이 손상되었는지를 묻는 거예요. 그건 습관적으로 상대를 혐오하고 멸시하고 있어야 그럴 수 있는 거예요. 



 4.휴.


 

 5.세상 경험을 많이 한 건 아니지만 남자와 여자...부자와 빈자...귀족과 평민에 상관없이 원래 인간은 인간을 까닭 없이 혐오하고 멸시한다고 여기게 됐어요.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을 혐오하다가도 갑자기 자신과 너무 비슷하다는 이유로 남을 혐오해요. 


 내면의 분노때문에 다른 사람을 혐오한다는 설명을 하기에는 가장 분노가 적어야 할 부자들조차도 사람들을 혐오하잖아요.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혐오하는 걸 분석하거나 이해하는 걸 포기했어요. 인간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그러는 거예요.



 6.이쯤에서 '그러면 이 글을 쓰는 사람도 여혐인가?'라고 묻는다면...당연하죠! 남자도 싫어하고 어린애도 싫어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싫어하는 내가 여자를 빼놓고 싫어할 리는 없잖아요. 여혐이냐고 묻느냐면 당연히 여혐인 거예요. 뭐...여자를 혐오한다기보단 여자도 혐오하는 거라고 해 두죠.



 7.이쯤에서 여기까지 따라와준 사람들이 놀랄 말을 하자면 저는 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요. 내겐 그냥 한달 전기세, 인터넷 비, 게임머니를 살 돈 몇만원, 광열비, 맥도날드 런치세트나 배달치킨을 사먹을 돈이면 충분했어요. 아껴서 쓰면 한달에 백만원도 쓸 필요 없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돈을 너무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도 돈을 좋아하게 된 거예요. 그들을 따라하기 위해서요.


 정의 감정은 선택적일 수 있어요. 마음이 동해야만 작용을 가하게 되죠. 그러나 부의 감정은 거센 반작용을 부르죠. 모두가 모두를 혐오하는 게 느껴지는 이 세상에서는 혐오할지 혐오하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없어요. 나도 똑같이 혐오라는 갑옷을 두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이세상에 있는 모두를 상대로요.


 휴.


 김춘수의 꽃처럼, 누군가가 다가와 이름을 불러주고 나도 그를 이름으로 부를 때에야 그 대상 한정으로 혐오를 멈추게 되는 거죠. 그럴 때마다 혐오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하나 늘어서 기분이 나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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