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폭죽)

2016.09.10 13:59

여은성 조회 수:703


 1.Q의 부관은 이전에 언급되었던 Y예요. Y를 보며 도저히 이런 가게를 가지고 있을 사람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던 건 돈이나 역량의 문제가 아니예요. 그냥 뭔가...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어느날 자신의 가게를 차리기로 마음먹고, 목을 알아보러 다니고 인테리어업자에게 눈탱이를 맞지 않고 일을 진행시키고 새로 가게를 열었으니 어서들 달려와서 면을 좀 세워달라는 뻔뻔스러운 문자를 돌리는 이 사람의 모습이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Q를 알게 된 뒤에는 Y는 Q가 내려주는 동아줄을 잡고 사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 뭐, 실제로 그렇긴 하지만요. 하지만 몇 개월 정도 지나니 희미하고 음울하다고만 여기고 있던 Y에게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어느날 엄청나게 소름끼치는 짓을 누군가 저지른다면 그건 Q가 아니라 Y일 것 같다고요. Q는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즉석에서 해버리거든요. 그 점 하나는 나와 비슷해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도 비슷한 것 같고요.



 2.한동안 이리저리 다니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실물자산은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게 됐어요. 이 녀석이 여유가 있는 녀석인가 아닌가는 판별하는 건 내 눈앞에서, 오늘 당장 돈을 얼마나 쓰는가만으로 판단하게 됐죠. 몇년간 이리저리 다녀보니 좋은 차를 몰고다니거나 좋은 옷을 입었거나 좋은 시계를 찬 녀석들은 이상하게도 당장 N분의1을 할 돈조차 없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그런 녀석들이 아예 좀 사달라고 부탁해오면 사줄 수 있어요. 약간의 존경심만 보여준다면요. 한데 녀석들은 미소를 띄우면서 이 자리는 동생이 계산하는걸로 하고 다음엔 자신이 제대로 좋은데서 쏜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전혀 미안해하거나 감사하는 태도가 아니라 뻔뻔스러운 태도로요. '내줄 수 있느냐'도 아니고 '좀 내달라'도 아니고 '내는 걸로 하자'인 거예요. 거기서 말싸움을 하는 것도 웃긴 일이예요. 어쨌든 멋대로 동생이라고 부른 건 일침을 놔야 하니 '여은성 씨라고 부르세요.'라고 말해주고 재빨리 카운터로 가서 내 몫을 계산하며 '저 사람들은 외상친다는데.'라고 말해요. 물론 그러면 소요가 일어나지만 어쨌든 그들의 술값을 대신 내주는 일 같은 건 없어요. 그들이 뭐...우리 사이에 왜 이러느냐라던가 뭐 서운하게 한 게 있어서 이러느냐라고 해도 나는 한마디만 해요. 그들이 나가떨어질 때까지요.


 '예? 아니 그게 아니라 돈은 목숨보다 귀중하잖아요 XXX씨. 그래서 내가 내드릴수가 없어.'


 다른 버전으로, 저 대사에서 내드릴수가 없어를 꿔드릴수가 없어로 바꾼 버전도 있어요. 돈꿔달라는 사람에게 그가 그말을 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하는 말이예요. 


 

 3.나는 알거든요. 돈을 꿔달라는 말을 하러 오는 놈들은 사실은 돈을 갚을 생각이 전혀 없어요. 여기서 소름끼치는 점은, 그들은 돈을 꿔달라는 말을 하러 올 때...그 시점에선 스스로조차 속인 상태로 온다는 거죠. 그들이 말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들은 그 순간엔, 정말로 돈을 꾼 다음에 갚을 생각인 거예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마음 속에 있는 악마에게 속아서 그러는 거예요.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악마가 그들에게 


 '넌 좋은 사람이야.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고? 가르쳐 주지. 너는 금융기관이 아닌 곳에서 돈을 빌렸어도 이번 달 월급이 나오면 일단 그것부터 제일 먼저, 최우선적으로 갚으러 갈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고. 네겐 염치가 있으니까.'


 라고 속삭였고 그들은 그 말을 믿은 거죠. 그렇기 때문에 돈을 꿔달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러 올 용기를 낼 수 있는 거고요.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버리면 그들은 뻔뻔스러운 짓을 쉽게 해내게 되거든요.


 여기서 가장 소름끼치는 부분은 이거예요. 그들은, 자신은 돈이 생기면 정말로 갚을 사람인데 왜 돈이 있으면서 안 꿔 주는 건지 상대를 원망하며 돌아간다는 거예요. 나는 그들의 등뒤에 내고 한마디를 주억거리죠. '네 마음속의 악마가 너를 정말 잘 속였구나.'라고요. 


 악마에게 속은 건 그들이 멍청해서만은 아니예요. 속을 준비가 된 사람을 속이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니까요.


 

 4.휴.



 5.생각해 보면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시계는 실물자산일 뿐이예요. 돈이 가진 교환가치로서의 속성을 활용한 것 뿐이죠. 한번 사면 그날만이 아니라 몇 년이고 가지고 다닐 수 있어요. 그러면 어차피 자신에게 투자하는 돈이지 터뜨려 버리는 돈은 아닌 거거든요. 그래서 이리저리 다녀본 후 좋은 실물자산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녀석이 여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는 건 섣부른 짓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 점은 Q 또한 마찬가지여서 테이블에서 어떤 외제차의 열쇠를 흔들어대든 어디의 대표라고 써진 명함을 건네오든 자신의 뒤에 엄청난 것들이 있다고 슬쩍 암시하는 말을 하든 입꼬리가 미동도 하지 않아요. Q가 관심있는 건 오직


 '그래서 뭐? 너 오늘 내가게에서 얼마 쓰고 갈 건데?'


 이거 하나뿐이거든요. 그들이 '오늘은 친구 따라 온 거다. 오빠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 이런 데서 헛돈 안 쓰는 사람이란다. 우리 밖에서 만나자.'라며 명함을 건네주면? Q는 일어나서 '아까부터 다른 손님이 저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나가버려요.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 와서 방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고 명함을 찢어버리죠. Q를 그래서 좋아해요.



 6.2번 항목에 쓴 거 말인데요. 그들이 나가떨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쓰는 필살기가 있어요. 


 '여기는 원래 네가 오자고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당연히 네가 사는 건 줄 알았다. 안 그랬으면 애초에 우리는 이런 데 오지도 않았다.'


 뭐 이딴 소리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이건. 그런 거라면 처음부터 사주시는 거냐고 공손하게 물었어야죠.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와서 열심히 먹고 마셔 놓고 저런 소리를 하는 건 스스로를 광대로 만드는 짓이예요.


 

 7.이 글도 원래는 이야기 시리즈였어요. 분명 1번에서 Q와 Y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 건데 쓰다 보니 잡담글이 됐네요. 제목을 잡담으로 바꾸고 이야기 시리즈는 다음에 쓰죠. 글을 좀 계획성있게 써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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