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참(제 기준!)을 게임도 넷플릭스도 끊고 살다가 '그래도 쉴 때 뭐라도 하는 게 남지 않겠나!'는 마음에 무작정 넷플릭스를 켜고 아무 거나 틀어보다가... 그냥 봤습니다. 사실 '아무 거나' 보는 김에 '환타스틱4'를 볼까 했으나 왠지 엄두가 안 나서... ㅋㅋㅋ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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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팀 우두머리의 공통점은...)


 - 도입부 스토리 적는 게 필요할까 싶지만... 암튼 전작에서 백악관 난리를 피운 후로 미스틱은 뮤턴트들의 영웅이 되었고 매그니토씨는 폴란드로 도망가서 가정을 이루고 공장 노동자로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걷지는 못 하지만 아직 멋진 머리칼을 간직하고 계신 우리 맥어보이 교수님이야 당연히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구요. 이번 영화의 새 캐릭터는 사이클롭스네요. 학교에서 수업 듣다 눈 광선을 참지 못 하고 뮤턴트 힘을 각성해서 교수님네 학교에 가게 되고 거기에서 또 '힘이 통제 안 돼!' 진 그레이 여사님을 만나서 썸을 타고... 그러는 와중에 고대 이집트에서 신적인 존재 취급을 받던 '원조 뮤턴트' 아포칼립스가 깨어나 자기가 자는 동안 지구 꼬라지가 말이 아니게 되었다며 셔틀 네 명을 모아 지구 재생 사업에 나섭니다.



 - 일단 개봉 당시에 이 영화를 좋게 평하는 일반 관객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원조 시리즈의 3편이었던 '라스트 스탠드'와 똑같은 꼴이라며 탄식하는 사람들만 몇 트럭은 본 듯. 사실 보면서 계속 그 분들의 반응에 공감하면서 봤네요. 아니 뭐 복잡한 설명 필요 없이 이 짤만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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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랑 사진 한 장인데 이렇게 없어 보일 수가 있나요. ㅋㅋㅋㅋ 지구를 멸망시킬 최강의 빌런들이 일단 비주얼적으로 전혀... 

 정말 이 분장들과 차림새들을 제안한 사람이나 잘 했다고 허락해 준 사람이나 모두 다시는 히어로물 쪽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뭐 캐릭터들이라도 좀 제대로 구축을 해줬음 그래도 괜찮았을지 모르겠는데 그게 전혀 아니어서...;



 - 나빴던 점들 먼저 이야기하자면 뭐, 일단 위에서 말했듯이 빌런들이 외관적으로 너무 고색창연 유치찬란합니다. 병풍 셋은 정말 저 차림 하고서 으르렁대는 것 말곤 아예 비중이 없구요. (게다가 파워도 별로;) 메인 빌런 아포칼립스씨는... '절대자'라는 걸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더 망했죠. 일부러 고풍스런 말투를 쓰면서 무게를 막 잡는데, 신적인 존재 치고는 생각하는 거나 행동하는 거나 무게감 같은 게 전혀 없고. 힘은 확실히 세지만 어차피 막판엔 쥐어 터지고 죽을 몸이다 보니 허망하기만 하고. 뭣보다 '절대자'님이시다 보니 나쁜 짓을 하는데 대단한 동기도 없고 드라마도 없어서 그냥 매력이 없어요. 제가 '어벤져스'의 타노스 캐릭터를 정말 진심으로 하찮게 보고 경멸합니다만, 이 아포칼립스 양반에 비교하자니 정말 매력 터지는 최강 빌런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이 시리즈가 늘 그렇듯이, 영화가 너무 바쁩니다. 상영 시간이 짧은 영화는 아니지만 캐릭터가 너무 많고 그 중 상당수가 첫등장이다 보니 무슨 얘길 좀 파고들지를 못하고 숙제하듯 하나하나 처리하며 막 달리기 바빠요. 그 와중에 또 이전 두 편 동안 이어진 떡밥도 회수해야 하고 원조 3부작과의 연결을 위한 설정들도 뿌려야 하고 액션도 보여줘야 하니 뭐가 됐든 그냥 다 '건성'이 됩니다.


 또 그렇게 드라마가 망해버리니 액션도 힘이 죽죠. 시리즈 역대급의 대규모 파괴씬이 수차례 꽤 길게 보여지지만 아무 감흥이 없구요. 막판에 전개되는 엑스맨 특유의 (라지만 이제 어벤져스 시리즈 때문에 '특유'라는 표현이 좀 안 맞네요) 팀플레이 액션 장면은 그 자체론 그리 나쁘지 않은데... 역시 감흥이 약합니다.


 충분히 욕 먹을만한 영화라고 느꼈어요.



 - 하지만 괜찮았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얄팍하게 지나가버려서 아쉽지만 '잘 키웠으면 괜찮았을 텐데' 싶은 캐릭터들도 몇몇 보였고. 맥어보이와 파스벤더는 여전히 보기에도 매력적이고 연기도 괜찮았으며 투 샷이 꽤 잘 어울렸구요. 또 다른 캐릭터들은 다 포기하고 '그냥 이 3부작은 매그니토와 프로페서의 관계를 다룬 브로맨스였던 게야!!'라고 생각하고 보면 스토리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어요. 또 떡밥 회수와 신떡밥 투척이라는 시리즈물의 사명은 그럭저럭 잘 해낸 편이기도 하구요. 액션 측면에선 퀵실버의 구출씬처럼 나름 재밌는 볼거리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냥저냥 시간 때우기로 볼만한 액션 블럭버스터 정도는 되는 영화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걸 개봉 당시 사람들 반응만 기억해서 퍼펙트한 망작으로 생각하고 봤거든요. (그래서 판타스틱4랑 이것 중에 뭘 볼까 고민했던... ㅋㅋ) 

 그래서 당시에 본 분들보단 훨씬 관대한 맘으로 보기도 했을 겁니다. ㅋㅋㅋ



 - 대충 종합하자면 이렇습니다.

 최종 보스는 그냥 스토리 전개를 위한 핑계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 찰스와 에릭의 브로맨스물로 즐긴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지나치게 많고 그래서 깊이 있게 다뤄지는 드라마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캐릭터들 관계 교통정리 같은 건 그럭저럭 되어 있구요.

 전작들로 키워 놓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면에서 원조 3부작 중 완결편과 동급으로 대우하는 의견들이 많던데 그 정도로 확실한 망작은 아니었네요.

 물론 이 이후에 대기하고 있는 게 결과적으로 시리즈 중 최악의 망작으로 등극한 '다크 피닉스'라는 걸 생각하면 좀 많이 거시기하긴 합니다만,

 만약 저처럼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까지는 재밌게 보고서 이 영화의 평을 보고 관람을 포기하신 분들이라면 별 기대 없이 시간 죽이기로 가볍게 시도해볼만 해요.


 ...하지만 노파심에 이 말을 덧붙일 수밖에 없네요. 그냥 '간신히 숙제는 해치웠다!' 정도 이상의 퀄리티는 기대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

 브라이언 싱어의 능력은 그냥 딱 여기까지였나 봅니다.




 + 위에서 이미 한 얘기의 반복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빌런들을 너무 대충 처리했어요. 특히 그 마부 4인방은 매그니토 빼면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킹왕짱 센 것도 아니고... 앤젤과 사일록 같은 경우엔 연기하는 배우들이 불쌍할 지경이더군요. 매그니토가 마부가 되는, 그 이후의 심리 묘사도 부실하구요. 또 이 다섯만 너무 튀게 의상이 유치찬란해서 도저히 진지하게 봐 줄 수가 없던...;


 ++ 퀵실버는 전편에 이어서 이번 편에서도 엄청 편애받는 캐릭터더군요. 문자 그대로 '단독' 액션씬을 몇 분이나 할애 받고 또 그 액션씬이 전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구요. 다만 제게 피터 에반스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개근상에 빛나는 그 분이어서 이 영화에서 풋풋하고 귀여운 젊은이 연기를 하는 게 그냥 계속 웃겼습니다. 어울리는데 어색해!!! 라는 이상한 기분. ㅋㅋ 

 그리고 존재감은 전혀 없고 비중도 없지만 나름 대사도 있고 캐릭터도 있는 역할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주인공이 나와서 반가웠고. 정말 잠깐 나오는 싸이클롭스 선생 역할 배우가 '브랙퍼스트 클럽'의 퀸카 그 분이었다는 걸 다 보고 나서야 검색으로 알고 숙연...


 +++ 볼 때는 관대하게 봤지만 이 글 적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아포칼립스 편에 섰던 몇몇 엑스맨들의 사후 대접이 너무 관대하긴 하네요. 일부러 직접 묘사는 안 한 것 같지만 전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은 죽고 최소 수억명이 이재민이 됐을 텐데...

 하긴 뭐 전편 마지막의 백악관 이벤트를 생각하면 이번 편의 시작 부분 상황 자체가 엄청 건성, 대충이기도 하구요.


 ++++ 등장인물들이 스타워즈 3편을 보고 나오면서 '역시 3편이 제일 구리지?'라는 드립을 치던데. 제가 감독이었으면 완성 후 편집본 보고 그 장면은 잘랐을 것 같습니다. 그냥 자아비판이 되어버리잖아요.


 +++++ 엑스맨 시리즈를 제대로 만들려면 어떻게 했다면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는데. 역시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의 방식보다 나은 해답은 없는 것 같더군요. 시리즈 성격상 캐릭터가 워낙 많은데 그 캐릭터들을 발전시키고 관객들에게 감정 이입 시킬 시간이 없으니 늘 마무리가 이렇게 급전개로 갈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하지만 이 캐릭터 하나하나가 단독 영화로 만들어질만한 여건도 안 되고 하니... 어쩌면 넷플릭스 티비 시리즈 같은 걸로 만드는 게 해답일 것 같기도 하지만. 뭐, 아마도 이제 마블 어벤져스 시리즈 쪽에 합류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하니 그 쪽에서 알아서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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