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캉스가 유행이라서인지 작년부터 커뮤니티에서 '호캉스를 왜 가냐'라는 논쟁글들이 올라오곤 해요. 호캉스가 갈 가치는 있는거냐...가성비는 괜찮은거냐라는 논쟁이죠. 오늘도 더쿠라는 사이트에서 호캉스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바탕 있었더라고요. '우리집은 호텔급이라서 호캉스 갈필요 없어.'라고 어떤 관종의 어그로때문에 시작된 논쟁이었죠.


 한데 전에 썼듯이 호텔의 객실은 찍어서 올릴 정도는 아니예요. 잘 꾸며진 모텔이나 파티룸보다도 심심하니까요. 디럭스룸은 말할 것도 없고 어지간한 스위트까지 올라가도 공간이 좀 커질 뿐이지 찍어서 sns에 올릴 수 있을만큼 삐까번쩍해 보이진 않죠. 심지어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도 크기만 커지고 꾸밈새는 밋밋한 5성 호텔이 많아요. 오히려 4성 정도의 부티크 호텔이 더 화려하고 5성 호텔들은 담백한 편이죠. 그렇기 때문에 객실을 가지고 호캉스의 가성비를 논하는 건 글쎄올시다예요. 호텔을 갔을 때 '아 이래서 5성이구나.' 라거나 '흠 이래서 5성이 아니구만.'이라고 느낄 수 있는 건 객실보다 부대시설 쪽이겠죠. 



 2.그런 면에서 핸드백이나 시계, 술, 자동차보다는 호텔이야말로 가격과 퀄리티가 정비례하는 거 아닐까 싶어요. 어차피 우리나라 호텔의 객실이 아랍이나 중국처럼 화려해질 순 없는 거고...국내에서 호캉스를 갈 때는 그런 걸 보고 가게 될거니까요. 좋은 서비스나 시설 말이죠.


 사실 술집 같은 곳은 하룻밤에 몇백만원을 쓰고도 기분나쁠 수가 있어요. 직원이 실수를 하거나 무례하게 굴었어도 사장은 미안하다고만 하고 돈은 환불해 주지 않거든요. 물론 기분나빠서 오늘은 돈을 못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안 받고 보내주겠지만...그래봐야 이쪽 평판만 떨어지니까요.


 하지만 호텔이나 파인다이닝 같은 곳은 그쪽에서 아주 약간만 실수를 해도, 이쪽이 무언가를 요구하기도 전에 알아서 서비스를 진행해요. 호텔 같은 곳은 입실이 조금만 늦어져도 레이트 체크아웃을 빠방하게 주거나 파인다이닝은 비싼 디저트나 요리를 추가로 제공해 주기도 하죠. 



 3.사실 그렇거든요. 손님으로 갔는데 내가 알아서 권리를 찾아먹어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면이 상하는 일이예요. 그래서 보상을 후하게 하는 것이 최고의 서비스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쪽에서 불만을 표시하기도 전에 상대 쪽에서 알아서 챙겨 주는 것이 진정한 서비스죠.  


 그래서 호텔이나 파인다이닝에 가면 진짜로 돈값을 하는 곳에 간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요.



 4.휴.



 5.이렇게 쓰면 그런 곳을 너무 칭찬하는 것 같네요. 그런 좋은 곳들은 돈값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 좋지만 어떻게 보면 숨막히기도 해요. 왜냐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 비싼 값만큼 돈값을 한다는 건 빈틈없이 프로페셔널하다는 거니까요. 그런 합리적인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 캬바쿠라에서 돈을 펑펑 쓰는 건 비합리적으로 보이겠죠.



 6.하지만 굳이 그런 허세 가게에 가는 이유는 있어요. 어떻게 보면, 돈값을 못 하는 가게에 가서 돈을 쓰는 거야말로 진짜 손님 행세를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왜냐면 돈값을 못 하는 가게에 굳이 와서 돈을 많이 쓰는 손님은 희귀하니까요. 아무리 비싼 곳이라도 돈값을 제대로 하는 곳에서는 갑이 된 기분을 느낄 수가 없어요. 하룻밤에 얼마를 쓰든 제공되는 서비스와 컨텐츠에 대한 합당한 값을 내는 것뿐이니까요.


 하지만 돈값을 못 하는 가게에 가서 돈을 쓰면 그 부분만큼...그 빈틈만큼은 갑이 될 수 있는거죠. 



 7.어쨌든 나는 그렇더라고요. 기분을 내러 갔는데 너무 돈값을 하는 가게에 가면...서비스맨과 내가 대등해진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게 돼요. 그야 가끔씩 그런 곳에 가서 진짜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받는 것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그건 10번중 2번 정도예요. 10번을 기분내러 간다면 8번 정도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곳에 가서 돈을 쓰는 게 마음이 편한 거죠.


 너무 돈값을 하는 곳에 가면 겸손한 손님이 되어야 하는데...그것도 꽤나 스트레스거든요. 나는 착하기 때문에 가성비가 딱 맞는 곳에서는 날뛸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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