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가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뭐 마지막 편 엔딩에 대해선 함구하는 정도로.



99AC6E3B5F55A13D32



 - 간단한 작품 소개.

 2000년에 시작된 TV 드라마입니다. 일본 드라마이니 '시즌' 말고 '기'라는 단위를 쓰자면 에피소드 열개 정도 단위로 두 기의 시리즈가 방영된 후 티비 영화판 하나, 극장판 하나를 내놓고 3기까지 방영. 이후로는 극장판만 세 편이 더 나왔는데 극장판이 나올 때마다 영화 홍보용으로 '신작 스페셜'이라는 TV용 영화를 하나씩 풀었으니 대략 정리하자면... 대략 45분쯤 되는 드라마 에피소드 30개. 그리고 신작 스페셜 네 편, 극장판 네 편이 나온 셈이네요. 마지막 극장판은 2014년에 나왔고 대놓고 '트릭, 14년만에 대망의 마무리!!!' 라고 홍보했었고 실제 내용도 그러했던 고로 후속작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 랜디 할배 흉내를 내며 '세상에 진짜 영능력자는 없다는 걸 밝혀주마!!'라고 외치고 다니는 젊은(젊었던...;) 대학 교수 우에다 지로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근데 사실 이 녀석의 실체는 조금만 놀래키면 바로 기절하는 겁쟁이에다가 간단하고 흔한 마술 트릭 하나 눈치 못 채는 멍청이. 그래서 어쩌다 자신과 얽힌 가난한 3류 마술사 야마다 나오코를 대동하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들어온 의뢰를 해결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언제나(!) 똑같은 형사 야베 켄조라는 가발남이 끼어들고. 또 자꾸만 야마다의 엄마, '여러분, 글자에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를 염불처럼 외고 다니는 사토미씨가 뜬금 없이 나타나서 활약(?)을 하고... 뭐 이런 겁니다.

 대략 에피소드 두 개나 세 개 쯤으로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고. 매 시즌(...이라고 써버렸네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여주인공 야마다의 개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로 장식하는 게 전통입니다. 얘가 알고 보면 진짜 영능력자의 피가 흐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렇거든요.



 - 그러니까 결국 초능력자인 척하는 사기꾼들의 트릭을 밝혀내서 범죄를 해결하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사건들은 언제나 진지하고 살벌해요. 사람을 아무렇게나 죽이고 다니는 사교 집단이라든가, 연쇄 살인범이라든가, 가문의 유산을 둘러싼 암투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나간다든가.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들의 사연들 같은 것도 아주 진지하고 무겁기 그지 없죠.


 근데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전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ㅋㅋㅋ 저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거든요.

 일단 사건에 등장하는 트릭들이 하나 같이 다 개판입니다. 애시당초 말이 안 되거나, 말이 되려면 범인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운이 좋아야 하거나. 혹은 당하는 애들이 지구상에 존재하기 힘든 수준의 바보 멍청이들이어야 한다거나... 언제나 이 셋 중 하나거든요. 이야기의 개연성이야 그냥 아예 작가들도 손을 놓은 수준인데다가 전개 패턴도 늘 99% 똑같아서 이야기가 시작되면 사건 초반에 '범인은 xxx다!'라고 다 맞힐 수 있어요. 결국 이 시리즈에서 사기와 범죄는 그냥 이야기를 굴리기 위한 틀일 뿐인 것이고. 사실상 이 시리즈의 핵심은 그냥 캐릭터 개그입니다. 무슨 핑계가 되었든 저 네 명의 캐릭터가 난감한 상황에서 함께 굴러 먹으며 막나가는 유치뽕짝 드립을 쉴 새 없이 퍼부을 수만 있으면 되는 거죠. 심지어 감독이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더군요. 사건 그런 거 만들면서 크게 신경 안 쓴다. 그냥 개그물로 즐겨달라. ㅋㅋㅋㅋ



9998A9475F585BEA31

(돈토코이! - 우루사이!)



 - 또 한 가지 이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반복입니다.

 보통의 멀쩡한(?) 드라마라면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면서도 어떻게든 매번 조금씩 다르게 보이려고 애를 쓰게 마련인데, 이건 정반대로 가요.


 에피소드 시작은 언제나 야마다가 직장에서 잘리고 집세를 독촉하는 집주인을 피해 자기 방으로 숨어들어가는 장면입니다. 들어가면 우에다가 어느새 자기 방에 들어와서 뭘 먹고 있죠. 맘대로 들락거리지 말라는 야마다의 항의를 무시하며 우에다는 자기가 받은 의뢰 얘기만 하고. 그러면서 우에다가 의뢰를 받는 장면이 회상으로 들어가죠. 야마다는 동행을 거절하지만 집주인에게 쫓기다가 얼떨결에 우에다의 차에 타서 출발하고. 사건 지역에 들어가면 입구에 어지럽고 정신사나운 팻말들과 동네 지도를 보게 되고. (이때 팻말 내용과 동네 지명은 언제나 일본풍 말장난) 사건이 벌어지고. 경찰에 신고해서 야베 켄조가 부하 1인을 대동하고 나타나서 멍청한 드립을 치고. (마주치는 순간엔 언제나 "야베!!!!", "넌 또 여기 왜 와 있냐? 어? 교수님도?" 이라는 대사가 토시 하나까지 완벽하게 반복됩니다) 사건 발생 당시엔 어버버하고 있던 야마다가 잠시 후 트릭을 풀어내고. '넌 사기꾼이야!'라고 외치면 범인이 또 다른 트릭으로 주인공들을 속이고. 그땐 또 어버버하던 야마다가 숙소로 돌아가서 문득 트릭을 풀어내고. 이 패턴을 몇 번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니들이 꾸민 일들은 몽땅 다 밝혀냈다!!!" 라고 외치며 범인을 지목하고. 범인의 슬픈 사연이 흘러 나오고. 이때 범인들은 대략 70% 이상의 확률로 자살.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주인공들은 바로 다음 컷에서 다시 천연덕스럽게 서로 갈구고 헐뜯는 드립을 치며 어딘가로 걸어가면서 끝.


 그러니까 이 반복 패턴을 보면서 '아, 또 똑같은 이야기네'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분들은 이 드라마를 보면 안 되는 분들입니다.

 오히려 이걸 원해야 하는 거죠. 익숙한 드립과 익숙한 상황들이 반복됨에서 친근함을 느끼고 그걸 즐길 수 있어야 이 드라마를 좋아할 수 있습니다. ㅋㅋ

 어찌보면 일본 소년 만화들의 형식을 그대로 드라마에 옮겨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특히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작품의 영향은 노골적이기도 하구요.

 


9998B1475F585BEB32

(우에다씨의 얼굴이 꼭 북두신권 주인공 같지 않습니까. 실제로 애니메이션에서 담당 성우를 한 적도 있고, 그래서 이 드라마에도 셀프 패러디가 여러번 나옵니다)



 - 또 한 가지 특징이라면, 굉장히 일본적이라는 겁니다. 일본 전통 풍습에 관련된 소재가 많이 들어가서 일본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대 일본 대중 문화들을 인용해가며 치는 드립이 엄청나게 많아서 일본적이기도 해요. 제가 이걸 옛날 옛적에 처음 볼 당시엔 그런 부분을 눈치 채지 못 해서 '쟤들이 왜 저러는 거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지금도 일본 대중 문화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젠 '아, 저건 그런 거 인용이구나'라는 건 눈치를 채겠더라구요.


 예를 들어 자꾸만 저 야마다가 처음 보는 사람을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며 '닮았다!!!'라고 하면 나머지 모두가 '어디가 닮았냐!!!!' 라면서 어이 없어하는 개그가 나오는데. 보면서 폰으로 검색해보니 닮은 게 아니라 실제 그 배우의 카메오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ㅋㅋ 근데 이 배우들이 구글로 검색을 해도 사진 몇 장 안 나올 정도로 걍 일본 내에서만 유명한 중견 배우들이라든가 그런 식이라 저같은 사람은 웃기가 힘들죠.


 또 다른 의미에서의 '일본풍'이 있죠.

 화면 연출, 배우들의 분장과 연기, 각종 cg와 효과음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늘 만화적입니다. 애초에 심야 드라마였고 19금 섹드립이 수시로 튀어나오는 어른용 드라마인데도 그래요. 그러니 그런 일본 만화풍에 거부감이 있고, 유치한 B급 정서 연출을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도저히 견디기 힘든 시리즈입니다.

 

9997EC475F585BEA32

(반짝!! 하는 대사를 배우가 직접 침과 동시에 저 손가락 위에 전구 그림이 들어갑니다 ㅋㅋㅋ)



 - 음...

 근데 뭐 이런 얘기들은 다 됐구요.

 결론은 그냥 캐릭터 코미디입니다. 주인공 콤비 & 형사와 야마다 엄마의 캐릭터와 이들이 쏟아내는 드립들이 맘에 든다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리면서 계속 보게 되는 이야기인 거죠. 사건이 허접하든 말든, 이야기가 맨날 똑같든, 지금 나오는 저 드립이 이 시리즈에서 한 48번째 보는 드립이든 말든 별로 신경도 안 쓰입니다. 


999919475F585BEC31


 얘네들이


9998F6475F585BEC32


 이러고


999971475F585BEC32


 계속 이러는 걸 어여삐, 귀엽게 여기면서 낄낄 웃을 수 있다면 그 외의 것들은 다 중요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사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의 인기는 결국 99%가 캐스팅빨이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아베 히로시의 헐랭이 우에다, 나카마 유키에의 식탐 모질이 야마다는 그냥 그 자체로 완벽하고 합도 정말 잘 맞아요.

 정말 얄팍하고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인데도 "뭐 어떠냐!! 귀여운데!!!!" 라는 생각 때문에 따지고 흠 잡을 수가 없는. 뭐 그런 느낌.


 그래서 이 드라마를 그렇게 좋아하고 이 캐릭터들을 그렇게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배우들이 나온 다른 작품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습니다.

 그냥 우에다, 야마다면 족해요. 이 배우들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ㅋㅋㅋ


99990C475F585BEB30

(그러니까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이런 분위기의 드라마... 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 그리고 사람이 정든다는 게 참 무서워요.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인데도 함께한(?) 세월이 있다 보니 뭐.

 어제 드디어 기나긴 정주행 끝에 마지막 극장판을 보는데 클라이맥스의 어떤 대화 씬, 그리고 엔딩의 에필로그 씬을 보고 있노라니 눈물이 날락말락.

 무슨 거장들이 만들었다는 감동의 명작 같은 영화를 봐도 별 감흥이 없기가 일쑤인 사람인데 이 유치썰렁 코믹 드라마를 보며 눈물이라니. ㅋㅋㅋㅋ

 심지어 엔딩을 보고 나니 첨부터 다시 한 번 볼까? 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그동안 밀린 게 많아서 실행에 옮기진 않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 자신이 무서웠습니다. ㅋㅋ



 - 뭐 딱히 종합 마무리니 추천의 말이니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나 이 드라마 짱 좋음!! 얘네들 내 인생 캐릭터임!!!!" 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뿐. ㅋㅋㅋ




 + 혹시 궁금하시거나, 다시 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간단한 구글 검색으로 모든 에피소드를 다 한글 자막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만. 너무나도 확고한 저작권 위반 행위라 차마 링크까지 달아드리긴 좀 그러하네요(...) 뭐 국내 방영이 된 적이 없어서 다른 볼 방법이 없다는 핑계가 있긴 하지만 뭐 어쨌든;



 ++ 이 드라마 관련 글들을 깨작깨작 찾아보다 보니 '전설의 일드 입문작'으로 이 드라마와 춤추는 대수사선, iwgp, 고쿠센을 많이들 꼽더군요. 헐. 이거 정확하게 저한테 일드 영업하던 후배가 반강제(?)로 권했던 목록 그대로인데요. ㅋㅋ 근데 전 그렇게 딱 이 네 개만 본 후에 일드에 관심을 잃었습니다. 오직 트릭만 뽕을 뽑았을 뿐.



 +++ 한국 나이로 따졌을 때 현재 나카마 유키에의 나이가 42세. 아베 히로시의 나이가 57세입니다. 으악. 우에다의 환갑이 다가오고 있어. ㅠㅜ



 ++++ 그래서 올해가 이 드라마의 20주년입니다. 기념으로 방송국에서 이런 걸 배포했나 보더라구요.


999A9B475F585BED32


99218C425F585BED2E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쓰라는 야마다의 방과 우에다의 연구실입니다. ㅋㅋㅋ 저는 차마 바탕화면으로 쓸 용기까진 없네요.



 +++++ 트릭 글인데 이걸 빼먹을 뻔 했군요.



 근데 드라마 속 장면과 함께 편집된 게 없나 찾아보는데 그딴 건 없고. 엄하게 김재중과 태연이 부른 것들이 하나씩 눈에 띄네요. 왜죠? ㅋㅋㅋ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50
123626 디즈니플러스 가입했습니다 catgotmy 2023.07.01 181
123625 매해 7월 1일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영화 [1] 상수 2023.07.01 276
123624 인어공주 (1989) [5] catgotmy 2023.07.01 315
123623 R.I.P Alan Arkin(1934~2023) [6] 상수 2023.07.01 291
123622 주말 저녁에 붙이는 쇼츠 Taylor Swift , Lady Gaga, The Cranberries [2] soboo 2023.06.30 198
123621 갈티에 인종차별 구금으로 엔리케 파리 감독 부임 늦어질 수도 [4] daviddain 2023.06.30 178
123620 [티빙바낭] 클라이브 바커 원작 영화 중 최고점(?), '북 오브 블러드'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6.30 343
123619 아이즈원 출신 솔로가수 최예나의 HATE XX 이야기 [2] 상수 2023.06.30 459
123618 참외 원래 이렇게 먹나요 [9] 가끔영화 2023.06.30 373
123617 애니 리버비츠 베니티 페어 할리우드 화보 모음(2010~23) [7] LadyBird 2023.06.30 293
123616 프레임드 #476 [2] Lunagazer 2023.06.30 88
123615 스타크래프트 1 이야기 - 프로토스 대 테란 입스타의 끝!! [6] Sonny 2023.06.30 310
123614 누구의 팔일까요? [4] 왜냐하면 2023.06.30 234
123613 아스날 옷 입은 하베르츠네 강아지들 [2] daviddain 2023.06.30 246
123612 듄: 파트 2 새 예고편 [1] 상수 2023.06.30 311
123611 [넷플릭스바낭] 배보다 배꼽이 큰, 블랙미러 시즌 6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06.30 755
123610 프레임드 #475 [4] Lunagazer 2023.06.29 97
123609 인디아나 존스 봤어요 [2] 돌도끼 2023.06.29 401
123608 애니 리버비츠 베니티 페어 할리우드 화보 모음(1995~2008) [4] LadyBird 2023.06.29 300
123607 조상신에 대해 [7] catgotmy 2023.06.29 48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