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숙명

2020.02.09 14:22

Sonny 조회 수:1098

정희진 선생님이 그랬던가요. 글을 쓰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자신은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기 위해 쓴다고. 저 역시 비슷한 동기를 가지고 뭔가를 씁니다.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질 수 없다는 그 느낌으로 뭔가를 씁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동기를 헛소리맨들에게서 받고 그걸 반격하는 식으로 쓰는데, 그러다보니 이번 트랜스젠더 A의 입학 취소에 대해서는 "질 수 없는 상대편"을 좀 애매하게 설정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자신을 렏팸으로 분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는 동시에 이 때다 싶어 페미니즘이 어쩌구 저쩌구를 떠들며 논평하는 남자들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게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본래 목적이었던, 연대한다는 다짐을 글 안에서 잃어버렸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저는 진중권처럼 페미니스트들을 적으로 설정하는 공언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 사람들이 좋다거나 우리 편이라는 진영논리가 아니라, 순전히 발화자인 저의 위치 때문입니다. 그냥 제 기분이 그렇습니다. 교회다니는 사람이 퀴퍼반대집회를 하는 기독교인들을 "그들"이라고 설정하기 좀 어려운 거부감 같은 것이죠. 사실 저는 다른 sns에서 렏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너무 신물나게 싸웠기 때문에 더 이상 감정적 소요를 겪고 싶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연대를 이야기하고 저보다 단호하게 그것은 잘못됐다는 사람들의 입장을 "인용"하는 데에서 그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저 역시 그 랟펨분들의 논리에 화가 나고 실망스럽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다수자들의 이지메라고 보고 있고요.


비슷한 기간 내에 트랜스젠더의 군입대와 여대 입학이 이렇게 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이상은 미룰 수 없는 사회적 숙제를 마주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당신은 틀렸고 나는 그의 편에 설 것이라는 주장을 무슨 이유로든 무를 수 없습니다. 그것은 비겁한 태도겠지요. 신중한 태도와 모호한 편들기를 조금은 구분하려 합니다. 당장 저 자신부터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를 어떤 식으로든 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퀴어퍼레이드가 만일 열린다면, 저는 T라는 글자가 저에게 유달리 큰 대문자로 들어올것 같기도 합니다.


한 친구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너무 공격을 많이 받고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인데, 당장 그부터 격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가 제 유일한 연대의 대상이자 가장 확실하게 얼라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92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5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749
123595 어르신 됨을 실감 [10] 2023.06.28 395
123594 아빠 회사로 전화 건 딸 [3] 상수 2023.06.28 377
123593 Julian Sands 1958-2023 R.I.P. [6] 조성용 2023.06.28 230
123592 어디로는 가끔 일부러 이길로 지나가는지 [2] 가끔영화 2023.06.28 120
123591 '몬테크리스토 백작' 잡담입니다. [10] thoma 2023.06.28 345
123590 [티빙바낭] 마이클 케인과 미니 쿠퍼가 다 하는 명랑 하이스트, '이탈리안 잡' 잡담입니다 [17] 로이배티 2023.06.28 304
123589 요즘 본것들(최애의 아이 주제가 아이돌, 샤이니 신보, 오 영심이 주제가 해봐, 네이버 프리미엄 컨텐츠 일상을 위한 철학) [4] 상수 2023.06.27 223
123588 바이언 케인 첫 공식 오퍼 제출/김민재 업데이트/케인 ㅡ바이언 합의 [5] daviddain 2023.06.27 170
123587 프레임드 #473 [4] Lunagazer 2023.06.27 90
123586 한국의 로맨스 영화 [20] Sonny 2023.06.27 621
123585 가짜 뉴스, ITK 및 바이럴 기술: 소셜 미디어가 이적 시장을 어떻게 바꿨는가 [1] daviddain 2023.06.27 173
123584 메가박스 mx관 1매 예매 나눔합니다. 로네펠트 2023.06.27 99
123583 톱스타로 바낭 [1] 가끔영화 2023.06.27 132
123582 에어 (2023) catgotmy 2023.06.27 148
123581 6월29일 네이버 시리즈온 PC다운로드 서비스 종료(스트리밍 or DRM전환) [2] 상수 2023.06.27 228
123580 (스포없음) [믿거나 말거나, 진짜야]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3.06.27 216
123579 [티빙바낭] 웃어요, 웃어 봐요. '스마일'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3.06.26 360
123578 [바낭] 투입 예산 2800억의 블럭버스터 시스템, '4세대 지능형 나이스'가 오픈했습니다!!! [20] 로이배티 2023.06.26 586
123577 에피소드 #43 [3] Lunagazer 2023.06.26 85
123576 프레임드 #472 [4] Lunagazer 2023.06.26 8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