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을 볼 때는 무서운 기분이 들곤 해요. 그 사람이 나의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면 어쩌나 하고요. 그런데 오랜만에 마주해보면 더 좋아지거나, 나아지거나...그럭저럭 잘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죠. 상황이 안 좋아졌다면 굳이 나를 만나는 데 시간을 쓸 여유가 없을 거니까요. 상황이 안 좋아진 친구들의 소식은 보통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입으로 전해듣곤 해요. 



 2.어쨌든 좋아졌건 나빠졌건, 오랜만에 만나면 완전 바뀐 사람도 있고 거의 10년만에 만났는데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사람도 있곤 해요.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게 무섭더라도 역시 사람은 만나야 해요. 만나지 않은 지 3년...5년...10년...너무 오래 시간이 지나버리면 내가 기억하는 그 사람과 실제의 그 사람이 너무 달라져버리니까요.


 어쨌든 만나서 갱신을 해주지 않으면...그 사람은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어떤 사람인 채로 계속 남아있을 뿐이거든요.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라도 한 번 해야 내가 기억하던 그 사람과 진짜 그 사람의 간극이 좁혀지는 거죠.



 3.하지만 미처 만나지 못한 사람...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소식만으로 정보를 접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해요. 이유는 두 가지겠죠. 그 친구의 처지가 안 좋아졌기 때문에...그리고 안타깝게도 내가 그 친구의 처지를 나아지게 해줄 수 없다는 것 때문이죠. 


 가끔 오랜전 대학교 친구였던 A의 소식을 듣곤 해요. A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4.휴.



 5.'A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문장으로 쓰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A를 보았던 나에게는 이 짧은 몇마디의 말이 너무 슬픈 문장이예요. 그는 공장에서 일하는 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인간이니까요. 1년 전에도...9개월 전에도...6개월 전에도...3개월 전에도...그리고 아마 오늘도 A는 공장을 다니고 있는 거예요. 내가 아는 A는 공장에서 3시간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인데 그가 공장에서 일한 시간의 축적이 1년이나 되어버렸다니...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사실이 나를 너무 무겁게 짓누르곤 해요. 


 몇 달에 한번, A에 대한 생각이 들면 내가 A를 생각하지 않고 있던 몇 개월 동안에도 A는 계속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던건가...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6.가끔은 A를 보고 싶어서,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에게 말을 넣어 보지만 그때마다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그를 통해 돌아오곤 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내가 재수가 없는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귀한 주말의 휴식 시간을 써서 굳이 나를 보러 올 수고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행간을 추리해보자면...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명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는 건, A가 나를 재수없어해서 안 보려는 거겠죠.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굳이 그런 말까지는 전하지 않고 그냥 좋게 좋게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쓰면 '공장에서 일해도 되는 사람이랑 아닌 사람이 따로 있냐.'라고 누군가는 비아냥댈 수도 있겠지만 아니예요. 이 세상엔 정말로 그런 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거든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인 예체능 학부 시절에도 모나게 엇도는 사람...삼성이나 lg같은 회사에 취업하는 데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작가만을 꿈꾸는 그런 사람들 말이죠. '그래서는 안되는 사람'같은 게 따로 있냐고 물으면, 내 생각에는 있긴 있어요.



 7.작가의 꿈이란 건 참 아쉬운 것이예요. 축구선수나 아이돌, 또는 육상선수 같은 거라면 꿈을 쉽게 포기할 수도 있겠죠. 특히 단거리 육상선수 같은 꿈은 꿈의 주인공이 되느냐 마느냐가 100m를 몇 초에 달리느냐로 정해지기 때문에 나보다 빠른 사람이 너무 많으면 꿈을 포기할 수 있을거예요. 축구선수나 아이돌 같은 경우는 꿈을 시도해볼 수 있는 나이를 넘어버리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고요. 


 하지만 작가의 꿈은 글쎄요. 작가의 가치는 줄세우기로 정해지는 게 아니니까요. 작가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한 사람은 '저 수많은 작가들의 자리 중에 딱 하나 내 자리가 있을법도 한데...'라는 작은 희망을 포기하기가 너무 어려운 법이예요. 큰 의자 여러 개가 아니라 보잘것없는 작은 의자라도 딱 하나...내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놓기가 힘든 거죠. 그러다가 기존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실력 없(어 보이)는 작가가 연재를 따내는 걸 보면 '저런 새끼가 왜 연재를 해!'하고 화를 내고 욕지거리를 한사발 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슬픈 일이죠.


 그리고 작가는 10대에 될 수도 있고 30대에 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노인이 되어서도 될 수 있는 것이예요. 작가의 꿈이란 건 아이돌이나 바둑 기사처럼 20대에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심지어는 30대에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8.사실 열심히 산다...라고 말은 매번 쉽게 하지만 글쎄요. 내가 작업하는 걸 따져보면 정말 직장인이 출근해서 8시간 근무하는 것만큼의 작업량은 아니예요. 그것에 한참 못 미치죠. 물론 그동안 논 버릇이 있어서 자리잡고 작업하는 게 힘든 것도 있고 하지만...그래도 아쉬운 일이죠. 조금씩 늘려가는 수밖에요.


 정말 열심히 살았으면 지금은 어떤 내가 되어 있을까...그래도 어렸을 때 만난 사람들에겐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해요.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해줄 수 없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것밖에 할 게 없어요. 그게 그나마 최선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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