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미스테리 하나

2019.04.15 10:15

흙파먹어요 조회 수:1347

어느 조직의 어느 건물이든 유난히 한산한 화장실이 있지 않습니까?
저도 목마른 사슴이 샘물을 찾듯 움찔거리는 괄약근을 독려해가며 '그 화장실' 을 몇 층이나 걸어 찾곤 하지요.
맛집이라는 이유로 줄 서고 부대껴가며 밥을 먹느니, 좀 맛이 없어도 여유있게 먹는 걸 선호하는 쪽.
비유가 좀 이상한가? 여튼..

방금도 변방의 화장실에 앉아 항문으로 열심히 북북 북을 치고 있는데, 괴이한 일이 벌어졌어요.
사람이 들어오면 입구의 센서가 삑~ 하며 머릿수를 세잖아요? 그런데,
구두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건만, 삑빅 삑 삑.. 센서가 울리는 겁니다.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소변기들 물 내려가는 소리..
이내 고요한 가운데 또 다시 저 혼자 울리는 센서의 소리. 아, 이래서 여기가 고요한 응가방이 된 것인가?

믿기로 했으면 그냥 믿으면 될 것을, 믿음이 빈약한 탓인지 굳이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자들이 있어요.
바로 창조과학자들이죠. aka 미국 사이비.
저도 한때 그들처럼 굳이 귀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오버그라운드로 끌어올리고자 혼자 별 잡생각을 다 했더랬습니다.
그때 만들었던 가설 중 하나가 "귀신 에너지 설"

영혼은 일종의 에너지 덩어리라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주파수를 수신할 수 있는 사람과 접변하거나,
혹은 일정한 상황에 놓이면 영혼이라는 에너지에 기록된 영상과 음성이 재생된다는 겁니다. 티비가 VHF 전파를 수신해서 재생하듯이요.
가령, 지박령의 존재가 일정 공간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전파가 가진 자연손실 특성 때문.
전파는 3D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아무리 고출력으로 쏜다고 해도 자연적으로 손실이 됩니다.
원래부터 희미했던 건 아니지만, 희미해져버린 외계의 전파를 잡기 위한 세티의 안테나가 거대한 것도 이 이유

군에서 쓰셨던 FM무전기도 송수신 가능 거리가 대충 8km 정도 되지요? 더 된다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 계곡에 들어가면 더 떨어지고.
거리를 늘리는 방법은 단순하게도 출력을 높이는 건데, 귀신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 받을 방법이 없으니
사람이 유령의 집을 벗어나면 지박령이 제 아무리 까꿍을 하고 싶어도 놀래킬 수 없다는 겁니다.
충주에서 대전 FM 라디오를 못 잡듯.

무당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어요.
영화 <알포인트> 에는 무전기로 귀신의 음성이 들려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그들이 사용한 무전기는 P77 무전기. 수신 범위가 대강 30~60Mhz 정도인 FM 무전기입니다.
만약 그때 그들이 싸제 단파 무전기를 가지고 갔다면 귀신은 아무리 까꿍을 하고 싶었어도 그들을 놀래킬 수 없었을 겁니다.
단파는 3~30.주파수 대역이 다르니까요.

요는 일반인이 FM전용 라디오라면 무당은 FM/AM 라디오.
신령님 버프 받아서 안테나와 출력을 쭉 올리면 물에 잠긴 영혼의 저출력 해적방송과도 교신!
그렇다면 한때 초딩들을 열광케 했던
"내 몸이 타고 있다.. 여기는 화장터"
괴담은 왜 때문이었을까요? 정답은 간단하게도 유선!
유선은 여전히 그 어떤 발전했다는 무선통신 기술 보다 우월합니다.
5G의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그건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의 얘기고, 여전히 그리고도 당분간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는 결국 유선.

만약 그 괴담이 무선전화 보편 보급의 시대에 퍼졌더라면 귀신은 무척이나 바빴을 겁니다.
반복 공연하는 연기로 매너리즘에 빠진 채 매니저가 사다주는 커피나 마시며 카니발에서 대기하고 있던 귀신.
누군가 문제의 번호를 누르면 작게 "옘병" 욕을 내뱉고는
가가호호 분주하게 출장을 다니며 비교적 고출력인 무선 주파수에 호응할 수 있도록 힘을 팍 쥐어가며 대사를 읊어야 했을테니까요.

그러니 귀신? 혹시나 보신다고 해도 절대 무서워 마십시오.
선명하게 영상을 쏠 수 있어 통신사가 호시탐탐 노리는 지상파 티비용 vhf가 고작 출력 5w.
마른 오징어 짜내듯 용을 써서 그보다 훨씬 질이 떨어지는 영상을 한정된 주파수로 쏘는 게 귀신인 겁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8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37
123747 [KBS1 독립영화관] 평평남녀 underground 2023.07.14 144
123746 [티빙바낭] 골렘 안 나옵니다. '더 라임하우스 골렘' 잡담 [2] 로이배티 2023.07.14 212
123745 프레임드 #490 [4] Lunagazer 2023.07.14 84
123744 애플티비 제작, 소니 배급 리들리 스콧, 와킨 피닉스 나폴레옹 예고편 [8] 상수 2023.07.14 405
123743 오펜하이머 오프닝 룩(유니버셜 공식 유튜브) [3] 상수 2023.07.14 281
123742 넷플릭스 BEEF가 에미상 11개 부문 13개 후보.. [3] 폴라포 2023.07.14 480
123741 미야자키 하야오 신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관객평점이 올라오는 중인데 상수 2023.07.14 620
123740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pero acuerdo de ti/dirrty daviddain 2023.07.14 150
123739 주윤발 건강이상설 확산...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네요. [3] 영화처럼 2023.07.14 435
123738 한컴타자라는 취미 [2] Sonny 2023.07.14 304
123737 XXX HOLiC 만화책 catgotmy 2023.07.14 140
123736 유승준과 한국의 복수 [3] 여은성 2023.07.14 676
123735 7월 13일- 나이스데이 상수 2023.07.13 159
123734 [티빙&웨이브바낭] 기대와 다르게 너무 멀쩡한 영화였던 '골렘 위치 스토리'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7.13 240
123733 요즘 드라마 보면 남자 연기자들이 일반인 같이 생겼어요 [5] 가끔영화 2023.07.13 622
123732 웬즈데이 4화 [1] catgotmy 2023.07.13 144
123731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07.13 453
123730 미션 임파서블 7 데드 레커닝 파트 1 (약스포) [5] 가라 2023.07.13 473
123729 프레임드 #489 [2] Lunagazer 2023.07.13 81
123728 [왓챠&티빙바낭] 다시 B급 호러 둘 묶음 잡담, '포드'와 '극한 캠프' [5] 로이배티 2023.07.12 27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