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와의 대화 5

2019.07.06 19:09

어디로갈까 조회 수:667

(이번은 카톡 기록이 아니에요. 한달 전 화상 입은 사실을 감추느라 이런저런 핑계대고 주말에 집에 안 갔다가 간만에  얼굴 맞대고 직접 나눈 대화.)

머저리> 잘 쓴 글을 보노라면 곰삭았다는 느낌이 진하게 들거든? 이건 내공의 문제지?
머저리 누나> 필자가 시간 속에서 마음을 다해 언어에다 깊은 주름을 남긴 삭힌 글을 니가 알아볼 수 있다고? 
머저리> 쳇. 누나도 나이드나봐. 웬 비아냥?
머저리 누나> 대견한 맘이 들어서 오버했다.  미앙~   

머저리> 드물지만 온라인에서도 곰삭은 글들을 보게 돼. 반대 지점의 글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머저리 누나> 음... 겉절이 언어? 
머저리> ㅋㅋ 온라인 공방에서 흔히 보게 되는 스타일?
머저리 누나> 삭힌 언어가 훌륭하긴 하지만 겉절이 언어도 얕잡아 보면 안돼. 
머저리 누나> 언어는 발효의 미학만큼 선언의 미학도 중요하니까.
정치인들의 발언들을 보면 노회한 언어가 만인을 침묵하게 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막는 경우가 많잖아.
머저리> 그건 그래.

머저리 누나> 겉절이 언어도 삭힌 언어처럼 지금 주름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걸 알고 인정해야 해. 그 날것의 언어에 얼마나 많은 동요와 실천과 매혹이 있는데.
머저리 누나> 삭힌 언어가 지금 삭혀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 언어를 조롱하는 꼴을 보작시면 쓴웃음만 나더라.
머저리> (삐죽) 누나처럼 그렇게 이미 모든 걸 다 읽고 다 봐버리면 무슨 재미로 살아?
머저리 누나> 겹주름 만드는 재미로 살지. ㅋㅎ


머저리> 근데 삭힌 언어에는 오래묵은 홍어 냄새가 나서 사안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기 힘들게 만드는 경우도 많지 않아?
머저리 누나> 그렇지. 우주적 차원에서 주름의 물결이 다른 걸로 변해버린 경우가 많은 걸 심심찮게 목도하게 되지.
머저리 누나> 너는 젊으니까 이상이 있는 청춘을 꾸려가길 바라.
머저리> 누나도 아직 청춘이야. 그러니 그 운동을 성공시킬 의무가 나와 똑같이 있어!
머저리 누나> (뜨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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