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는 의적이 없습니다

2020.07.12 15:46

Sonny 조회 수:889

이 게시판에서 수많은 사람들, 특히 남자분들이 이걸 이해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추모도 하고 피해자도 챙기겠다, 가해자 조문을 챙기는 게 뭐 어떠냐, 전두환도 친족 상은 평화롭게 치뤄야하고 n번방 가해자라도 자살한 것을 비웃어서는 안된다 이런 주장을 계속합니다. 그 주장은 성폭력의 구체적 진술에 의해서 곧바로 박살납니다. 사람들이 귀찮고 2차가해의 소지가 있으니까 그걸 안하고 있을 뿐이죠. "성폭력은 저질렀지만" 이라는 명제가 단순한 전제로 기능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네요. 저는 진짜 진지하게, 이 게시판만이라도 공지를 하나 만들고 규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무조건 글의 첫머리와 꼬리에 "해당 성폭력 가해자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디에서 누구에게 이러이러한 행위를 했습니다" 라고 명시를 해야한다는 겁니다. 이게 없으니까 사람들이 계속 추모나 공개장례식이 선택가능한 부분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가해를 진술할 때 가장 우려하는 것은 텍스트로서의 진술이 고발이라는 목적이 아니라 폭력적인 성적 유희로서 오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뒤집어보면 폭력으로서 성폭력이 얼마나 특수한지를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여성의 성은 역사적으로 너무나 쉽게 공격당하고 훼손당해왔기 때문에, 인간 본연의 방어가 아예 작동이 안됩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글조차 남성적인 성욕 아래에서 포르노로 급변해버립니다.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글을 쓴다고 합시다. 아무리 열심히 써도 액션의 쾌감으로 작동을 안합니다. 상사의 갑질을 고발하는 글을 썼을 때, 아무리 악독한 창작자의 노력을 기울여도 갑으로서의 쾌감을 별로 못느낍니다. 자동으로 우리가 피해자 입장에서 상상을 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성폭력을 무슨 입장에서 뭘 어떻게 쓰든 너무 쉽게 상해버립니다. 고발로서의 목적을 금새 부패시킬 정도로 성폭력이 아예 만연해있습니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게 항변하지 않습니까? "농담도 못하냐!" 못합니다. 그 정도로 한쪽 성별의 인간이 자기 성을 보호하지 못합니다. 이건 신동엽이 성시경 할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마녀사냥을 골백번 찍어도 안됩니다. 성은 진짜 진짜 민감한 문제입니다. 


성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박진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제가 지금 무슨 맥락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지 생각을 해주십시오. 지금 저는 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건 성엄숙주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입니다. 다시 복기해야될까요? 대한민국은 세계최대 아동 성착취물 수출국입니다. 태어난지 1년도 안된 아동 성착취물을 20대 한국남자가 혼자 사이트를 개설해서 유통시키는 그런 나라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은... 이런 거 씨알도 안먹힙니다. 한국이 전세계를 아동성착취물 천국으로 만들어놓은 국가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와 두번째로 큰 도시의 시장들이 성추행을 해서 자기 자리를 걷어차는 그런 나라입니다. 이 정도로 성폭력이 심각합니다. 저는 이걸 많은 사람들이 인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이걸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생각해봅시다. 절도, 강도, 살인, 폭행, 이 모든 법적 범죄들이 법을 떠나서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면 안되지만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사람을 죽인 사람은 영웅이 됩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부정부패로 재물을 쌓은 사람들의 재산을 절도하는 집단절도범을 의적이라고 해석하고 그걸 정의로 받아들입니다. 자기 누나 자취방에 처들어온 강간범을 쫓아가서 두들겨팼더니 폭행죄가 나왔다고 하는 것에 온 국민이 분개를 합니다. 그런데 성폭력은 절대로 이게 안됩니다. 어떤 명분이든 원한이든 붙여보십시오. 그게 정당화되는지. 성은 무조건적으로 쾌락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기 때문에 이것이 수단으로 쓰일 수가 없습니다. 즉 성은 인간 그 자체입니다. 성매매가 노동이냐 아니냐 같은 논쟁에서는 좀 더 복잡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폭력에서만큼은 해석의 이견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가해자의 성욕과 피해자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만이 있습니다. 그게 성폭력입니다. 


이걸 생각을 못하니까 계속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감을 못잡습니다. 성범죄자를 두둔하거나 그럴 수도 있는 실수를 한 것처럼 인지부조화를 일으킵니다. 아무 일도 안한 사람이 아닙니다. 무슨 경제사범이나 그냥 폭행범이 아니라는 겁니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이래로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는 성폭력을, 농담이 되지도 못할만큼 연약해진 성을, 그 어떤 명분도 없이 지배욕에 취해서 당하는 사람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하고 그렇게 저지른 겁니다. 성폭력을 저질렀어도 역사에 이름이 남고 고유명사가 되고 그래도 인간이고... 그런 거 아니란 말입니다. 50대 남자가 취미랍시고 고양이들을 산채로 묶어놓고 가학적 행위를 한다고 칩시다. 이 사람이 사람으로 보입니까? 성폭력이 어떤 폭력인지 인지가 안되면 그냥 이런 동물학대범보다 더 끔찍하다고 강제로 외웁시다. 이런 사람들 장례치뤄주고 싶습니까? 얼마나 훌륭한 인간인지 곱씹고 싶나요? 구출된 고양이 사진의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막 보여줘야 하나요? 인간으로서의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폭력이 성폭력입니다. 아주 원초적인 신체적 자유를 박탈된채로, 자신의 허락없이 타인의 신체가 닿지 않기를 바라는 그 기초적인 바람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1초 1초를 겪는 겁니다. 원산폭격이든 엎드려뻗쳐든 기합을 받고 있으면 힘들고 1초도 그러고 싶지 않잖아요?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야 좀 감을 잡을련지.


이걸 말하면 뭔가 다 알고 있다거나 이해하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계속 노무현이나 노회찬을 끌고 오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성폭력을 안저질렀습니다. 그러니까 비교대상으로 아예 들어가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그냥 자살한 사람이 아니고, 비리를 저질렀다가 자살한 사람도 아닙니다. 성폭력범이라고요. 이게 제일 극단적인 핵심적인 차이라는 겁니다. 이걸 자꾸 동치시키는 사람들이야말로 성폭력이나 다른 범죄나~ 하면서 본인의 무지를 인증하는 꼴이라니까요. 폭력의 정도는 단순히 누군가의 자유의지를 훼손했다는 게 전부가 아니라, 타인이 가장 약한 지점과 가장 약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에서 그 가중치를 더 붙입니다. 슬라보예 지젝이 인간성의 기초로 "강간을 논하는 것"의 무의미를 괜히 이야기한 게 아닐 것입니다. 이걸 두고도 계속 추모를 하자고 하는 사람들의 감각이 이제 현대사회에 맞지 않을 정도로 퇴화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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