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눈이 오네요

2015.12.03 08:58

underground 조회 수:2487

펑펑 눈이 오네요. 온세상이 하얘졌어요. 


함박눈이 오니 그냥 좋아서 눈에 관한 시를 찾아보고 있어요.




눈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싸락눈 


        김소운



하느님께서  
진지를 잡수시다가 
손이 시린지 
덜 
덜 
덜 
덜 

자꾸만 밥알을 흘리십니다. 





눈사람


        권혁웅



눈사람은 온몸이 가슴이다

큰 가슴 위에 작은 가슴을 얹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토록 빨리 녹는 것이다

흔적도 안 남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김용택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침부터 눈이 와
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보며
당신이 더 그리운 날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
눈송이들을 보며
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
드리고 싶은데
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
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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