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미 당해있다

2019.01.02 14:37

흙파먹어요 조회 수:1678

군시절, 병사 주제에 비밀취급인가자였습니다. 제가 뭘 특별히 잘 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첩보 소설에 등장하는 블랙옵스 유닛처럼 대단한 일을 한 건 물론 아니에요. 아시잖아요? 군대. 우리의 주적은 여름에는 잡초, 겨울에는 폭설. 제초기를 내 몸 같이, 국민의 피와 땀이 서린 농협우유.

비유하자면 최신예 전투기 어딘가에 박혀있는 나사 같은 존재였지요. 맹세코 전역의 그날까지 저는 제가 정확히 뭘 하는지 고개만 갸웃거리다 왔습니다. 뛰어라 하면, 예에? 여기서요? 하며 뛰어내리고, 헤엄쳐 하면, 예에? 저기까지요? 하며 개헤엄치고. 그저 그뿐. 아시죠? 병사한테는 딱 병사가 짊어질 수 있는 만큼의 과업과 책임을 맡긴다는 거. 그래서 웹툰 미생도 판타지.

투자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적금과 정기예금 외에 어느 금융상품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요. 투자 그 자체로 유의미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병사 계급장을 뛰어넘어 영관급의 정보계 직업군인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 길은 때로 악마가 되어 당신의 머리털을 앗아갈 것이며, 매우 자주 잠과 식사를 거르게 만들 겁니다. 그래서 기꺼이 거기 뛰어든 인간들이 높은 연봉을 받아가는 것이고, 민간인이 함부로 그것에 반하여 발을 들였다가는 제 사촌 형님처럼 집안을 말ㅇ... 읍!읍!!!

그리고 여기, 그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것을 사두기만 하면 하룻밤 사이에 오천이 오억이 되는, 갈라지는 홍해 따위는 우습게 발라버리는 기적이 현실이라고 혹세무민하던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수십 억이 된 은행잔고를 인증하고, 마침내 금칠갑을 하게 된 흙수저들의 사다리를 자랑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지요. 나사렛의 몽키스패너가 나와바리를 털어 일궈 낸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배를 채웠으면 그만인 것을, 언제부터 지들이 사해동포주의에 끓어 올랐다고 위 아 더 챔피온을 부르짖으며 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풀었을까요?

이 광란의 기관차가 폭주하기 불과 몇 해 전, 아무거나 다 평론하던 물뚝심송 박성호는 "나 그거 좀 가지고 있는데
.... "라며, 코인이 뭔지 아무도 관심 없던 시절에 재미로 밀어넣은 액수로는 담배 한 갑 못 사 피우게 된 과거 자신의 그릇된 호기심을 탓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신산업과 미래먹거리라는 가면을 쓰고 고작 몇 년 만에 서부개척기의 황금이 되어 나타난 겁니디.

그리고, 광란의 폭주기관차가 피치를 올리고, 또 올리며 영원히 멈추지 않을 팡파르를 터뜨릴 때, 황허에 검을 씻고 표표히 강호를 등졌던 유시민 옹은 이를 한 마디로 정리 했습니다

"그거 전형적인 폰지 사기에요."

맞습니다. 지금 존버들이 죽을 쑤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그 스폰지에 자신의 현금을 박아주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코인 투기꾼들이 정부를 이 도박장에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하나의 저축은행에 찐빠가 나면 금융당국과 정부는 정치적 책임 때문이라도 이걸 그냥 둘 수가 없어요. 사회혼란을 막기 위해 온갖 일을 벌일테고, 다른 저축은행에 돈을 넣은 가입자들은 불안감 때문에 돈을 빼지 않게 됩니다. 장사가 계속되는 거지요.

재밌는 것은 말아먹은 것은 업자들인데, 피해를 보는 것은 예금 가입자들이며, 욕을 먹는 건 정부란 말이지요. 멸망의 파이가 나눠지는 사이 장사는 계속되고, 업자들은 손해를 덜 보는 게임. 이 제도권의 장사판에 코인을 등판시켜 자신들의 지속가능한 장사를 이어가려는 것이지요.

제 가까이에 앉아 있는 인생 하나도 코인으로 대차게 말아잡수고 코인 관련 기사만 떴다하면 그렇게 문재인 정부를 욕합니다. 정부가 흙수저들의 사다리를 차버렸고, 4차 산업을 무너뜨려 미래먹거리를 다 빼앗기게 생겼다고.

한심하지만 어쩌겠어요. 고작 그런 인간과 한 공간에 앉아 있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오늘의 나를 만든, 지난 날의 저를 비웃을 밖에요.

그런 말이 있더군요. 사기는 사기꾼에게 돈을 떼였을 때 당한 게 아니라고. 사기꾼이 당신의 등을 따겠다고 다짐한 순간, 너님은 이미 당해있는 거라고.

편의점을 백 번 가본 사람일지라도 편의점 알바를 해본적이 없는 한 그곳의 결제 시스템을 모르듯. 제 아무리 비밀취급인가자였다 해도 병사는 딱 병사에게 맡겨지는 일 외에는 알 방법이 없듯.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일에 함부로 현혹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위에서 코인이 황금이 되어 나타났다고 제가 썼더랬지요? 역사가들의 말에 의하면 아주 초기를 제외하면 곡괭이질에 뼈마디가 갈려나간 황금광들은 정작 돈을 못 벌었다네요

그런데 이 와중에 정재승 걔는 뭐지? 이 ㅂ....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4246
110825 영화 하나를 찾고 있습니다 [4] 모래 2019.02.24 796
110824 이런저런 일기...(대화들, 마감, 번개) 안유미 2019.02.24 392
110823 영화를 볼 때 감독을 평가하는 기준(?)을 갖고 계신가요? [11] underground 2019.02.24 1266
110822 단톡방에 오른 내 사진 [4] 어디로갈까 2019.02.24 1638
110821 2019 Film Independent Spirit Award Winners [1] 조성용 2019.02.24 271
110820 Stanley Donen: 1924-2019 R.I.P. [4] 조성용 2019.02.24 242
110819 39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수상 결과 [2] 모르나가 2019.02.24 797
110818 밥 딜런 다큐멘터리를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2] 산호초2010 2019.02.23 302
110817 이런저런 일기...(뱀파이어, 대학교) [1] 안유미 2019.02.23 592
110816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19.02.23 922
110815 민주당의 아이러니 [1] 가을+방학 2019.02.23 624
110814 사바하는 이도저도 아닌 느낌 [1] woxn3 2019.02.23 973
110813 이상한 나라의 승민이 흙파먹어요 2019.02.23 593
110812 조현아를 옹호하는 워마드 [4] 사팍 2019.02.22 1478
110811 [KBS1 독립영화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 손님 [7] underground 2019.02.22 652
110810 20대는 정말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나 [4] 연등 2019.02.22 1504
110809 최영미 시인의 오래된 일기 Bigcat 2019.02.22 1813
110808 월 4000원으로 샴푸·치약·비누 다 사라고요? [12] Bigcat 2019.02.22 1734
110807 카다시안/제너 집안은 여윽시 대단한 집안입니다 [2] 모르나가 2019.02.22 1364
110806 이해할 수 없는 일들 6 [6] 어디로갈까 2019.02.22 110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