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 일기...(1월 2일)

2019.04.04 12:32

안유미 조회 수:507


 #.예전에 옷을 사러 자라에 갔어요. 사실 나는 자라라는 곳에서 여자 옷만 파는 줄 알아서 그동안 안 갔었어요. 하지만 잘못 안 거였어요. 빈디체가 자라에서도 남자 옷을 판다고 가르쳐줘서 그날은 가 봤죠. 가보니 무스탕이 15~7만원 정도여서 살까 했어요. 하긴 그 가격이라면 그건 정확히는, 무스탕이 아니라 무스탕인 척 하는 무언가였겠지만요. 빈디체가 그걸 입고 있는 나를 몇 초 정도 훑어보더니 고개를 저었어요.


 '너 말야, 그거 입으니까 개장수 같아 보여. 황해에 나온 그 누구더라...그...'


 '면가?'


 '아아 그래 면가. 개장수처럼 보이고 싶다면 뭐 사도 돼. 네 마음대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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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오늘은 연회비를 내기 위해 카드 한도를 갱신하러 은행에 갔어요. 은행까지 걸어가니 고속터미널에 가기 좋은 위치라 그냥 고속터미널에 갔어요. 슬슬 백화점을 구경하다가 ㄱㅉ매장을 지나쳤어요. 나는 그렇거든요. 거기 있는 옷을 살 마음과 거기 있는 옷을 살 돈...이 두가지가 다 있어야만 옷가게에 들어가요. 이 두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처음부터 가게에 들어가지도 않죠. 그리고 나는 ㄱㅉ 옷 같은 걸 살 생각이 전혀 없었고요.


 그런데 거의 지나칠 뻔 하다가...매장 유리벽을 통해 웬 롱패딩이 걸려있는 걸 봐서 다시 발길을 돌려 매장으로 들어갔어요. 들어가서 가격표를 뒤집어 보니...각오한 것보다는 훨씬 낮았지만 기대한 것보다는 꽤나 높은 가격이 적혀져 있었어요. 어쨌든 물어봤어요. 이 옷과 같은 프린팅으로 다른 색상이 있냐고요. 색상이 좀 구렸거든요. 직원은 검은색 버전이 있다고 말하고 그쪽으로 안내했어요.


 이건 tmi지만 검은색 버전의 패딩이 걸려있는 곳으로 가는데 웬 중국인 고객이 있었어요. 중국인 같은 머리를 하고 중국어로 쉴새없이 떠들어대고 있었죠. 나는 그의 옆을 지나가며 어깨를 피해 줬는데 그는 어깨를 피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서있었어요. 무례한 중국인을 엿먹여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조금 이따가 두고보자.'라고 중얼거리며 검은색 버전의 패딩이 디피되어 있는 곳으로 갔어요.



 2.그 패딩의 검은색 버전은 ...좋은 롱패딩이었어요. 문제는, 검은색 원단 때문에 회색 버전 패딩에 잘 보이게 박아넣은 ㄱㅉ 로고가 잘 안보인다는 거였어요. 이럴 거면 다른 곳에서 검은색 좋은 롱패딩을 20분의 1만 주고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 패딩을 이 돈 주고 사는 건 완전 무의미였어요. '아까 회색 롱패딩을 다시 보죠'라고 말하고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갔어요.


 돌아가면서 이번엔 그 중국인놈을 완전 바닥에 꽂아버릴 생각으로 어깨에 강화마법 +10을 걸고 돌진했어요. 그런데 중국인은 내가 그를 넘어뜨리려고 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이번엔 옆으로 피해버렸어요. 하긴 기세가 너무...'나는 지금부터 너에게 보디체크를 시전하겠다.'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으니.


 이쪽을 쏘아보는 중국인의 시선을 느끼며 회색 롱패딩이 있는 곳에 다시 도착했어요. 그리고...아무리 생각해도 이 가격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말해 봤어요.


 '이봐, 겨울도 다 지나갔는데 이거 이 가격 그대로 때리는건가? 뭐 할인 같은 건 안해주나?'


 그러자 직원은 나를 가만히 바라봤어요. 이 자가 왜 이러나...라고 생각하다가, 생각해 보니 오늘은 1월 2일이었어요. 겨울은 이제 시작인 거였어요. 그래서 정정했어요.


 '하하, 아니 겨울이 다 지나간 건 아니지만. 어쨌든 뭐 할인 같은 거 없어?'


 그러자 직원은 '상품권 행사 이외엔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직원이 한번 입어 보겠냐고 해서 입어 봤어요. 



 3.입고 거울 앞에 섰는데 직원이 거울 앞에 서있는 내게 다가왔어요. 정확히는 그가 다가오려고 했고, 그가 다가오기 시작할 때 내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어요. 그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적당한 거리에서 멈췄어요. 멈춘 그에게 물어봤어요.


 '이 옷에 박혀있는 ㄱㅉ 로고 말인데, 지금 거기서도 잘 보여?'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잘 보입니다.'라고 대답했어요. 내가 '그 거리에서 로고가 안보이면, 이걸 살 이유가 없지.'라고 말하자 그자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거울을 봤는데 이번엔 또다른 문제가 있었어요. 로고는 잘 보이지만 옷 자체가 너무 구린 거예요. ㄱㅉ 로고만큼은 매우 선명하게 보였지만 회색의 롱패딩이란 건 정말 별로였어요. 그렇다고 해서 검은색 버전을 사면 아주 가까이 다가온 사람에게만 ㄱㅉ 로고가 보일테고...완전 딜레마에 빠져버렸어요. 결국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가게를 나왔어요. 백화점을 다 돌면 저것보다는 나은 옷이 하나쯤은 발견될 것 같아서요.



 4.휴.



 5.이리저리 돌다가 이번엔 ㅇㄹ 매장에 갔어요. 이번에도 사고 싶은 옷은 없었어요. 이리저리 보고...보고...보다가 한쪽에 걸려 있는 무스탕이 눈에 띄었어요. 맞는 사이즈를 달라고 해서 한번 입어보고 다시 되돌려 줬어요. 그리고 가게를 나가려다가...다시 들어가서 한번 더 입어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 무스탕은 예전에 자라에서 본 무스탕이랑 색깔과 구조가 거의 비슷해서요. 


 '예전에...자라에서 이런 무스탕을 봤는데...'라고까지만 중얼거렸는데 순간 직원이 말을 끊었어요. 아마도 '이런 무스탕'이라는 표현이 직원의 무언가를 건드린 것 같았어요. 분노와 환멸이 반씩 뒤섞인 얼굴이 된 직원이 말했...아니, 외쳤어요.


 '아니 손님, 자라와 저희 ㅇㄹ가 어떻게 비교가 됩니까?'라고 외치는 직원에게 끝까지 말해 줬어요. 그걸 사려고 했는데 개장수 같다는 말을 들어서 결국 안 샀다고요. 


 '적어도 이건 개장수 같지는 않네.'라고 중얼거리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고...나도 모르게 그 옷을 그냥 샀어요. 그리고 이 일기를 쓰는 지금은...내일 다시 가서 반품할 셈이예요. 쳇. 웬만하면 어지간히 잘못 사도 환불은 안 하는데 이 옷은 정말 필요가 없거든요.



 6.그래요...생각해 보니 내겐 개장수 같아 보이는 무스탕이든, 개장수같지 않아 보이는 무스탕이든 원래 무스탕이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알 수 없는...충동구매였죠.



 7.글의 시점이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1월2일엔가 쓰다가 남겨둔 일기가 있어서 그냥 써 봤어요. 써놓은 게 아까워서요.


 아참. 1월2일 시점의 내가 말이 좀 짧은 건 약간 조증이었기 때문이예요.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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