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예고편 감상

2019.03.31 15:19

흙파먹어요 조회 수:791

음탕하게 살고 싶었으나 뜻 밖의 음전한 생활로 음란이 눈에 뻗친 저는 만물을 음흉하게 보는 저주에 걸렸습니다.
기왕 동짓날 긴긴 밤에 약손가락 깨무는 신세, 교양이라도 온전히 쌓았더라면 도량이라도 깊어졌을 텐데.
가방 끈 짧은 게 팔자에 붙은 운명인지 뭐든 대충 하다 귀찮다고 내던지는 통에
뭐든 성급히 음란하게 읽고서는 혼자 볼이 발그레해져 좋아하는 버릇이 붙어버렸어요.

최근에는 이 숙명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일주문에서 혈육과 눈물로 작별하는 사비승의 심정이 되어
진정한 의미의 중년의 변태가 되기 위한 수련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롤 모델은 유희열.
그에 충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필요조건은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죽음의 다이어트도 시작했다구요.
여러분, 중년의 변태가 추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말라야 합니다.
체지방은 중년의 변태를 그저 탐욕스런 파계승처럼 보이게 할 뿐입니다.
희열 옹을 보라지요. 그 면봉 같은 몸뚱아리... 안아주고 싶은 두상. 아아...

여튼,
킹덤 다음 시즌은 내년이나 돼야 나온다 했겠다. 바로 여기!
결제 연장과 중단 사이에서 머뭇대는 한국 이용자들의 앞에 넷플릭스가 드리운 꽤나 그럴싸한 떡밥이 등장했습니다.
제법 오래 전부터 영화판을 기웃거려 온 종합예술인 윤종신 씨가 무려 아이돌계 제1 선발 아이유.
그리고, 한국 영화판의 1군 수문장들을 데려다가 만든 영화. 제목 참 거창하다 <페르소나>

그 4편 중 눈에 띈 것은 단연 이경미 감독이 연출한 <러브 세트>
남들은 끼어들 틈이 없는 사각의 코트 위에서 남녀가 공격과 수비의 합을 맞춰가며 교성을 지르는데...
변태꿈나무는 두 번 볼 필요 없이 분연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외쳤습니다. 이경미 만세!!
그리고 카메라는 그 둘 사이에서 하필 빨간 사과를 깨어물며 그들을 못마땅히 바라보는 이지은을 비추는데요.
덜 배운 변태꿈나무는 지금 내 발목을 잡은 클리셰라는 올무가 감독이 놓은 것인지, 내가 놓은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아이와 여자 경계에 있는 이지은과 갖다 불이면 열 개는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녀 가슴의 붉은 글자 M.
자신이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한 남자가 숨결을 불어 넣은 인간을 보고 질투에 눈이 멀어 삐뚤어진 존재와,

예고편이라 그런 건지, 원래 저런 역할인지 도대체 말이 없는 아부지.

이 장면들만으로 제가 섣불리 판단한 이 영화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질투인데요. 

질투든, 그걸 포괄하는 사랑이든 총알과도 같은 감정이어서 탄피에 싸여있듯 평소에는 아무 존재감이 없다가도

일단 방아쇠가 당겨지면, 쏜 사람과 맞은 사람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까지 요란하게 지배해 버리죠.

마치, 저 사각의 침ㄷ.. 아니, 코트 위를 날아다니는 공처럼.
게다가, 사랑도 질투도 결국에는 그녀가 진실의 과일을 베어 먹은 후 세상에 등장한 단어들. 비로소 시작된 인간의 역사.
이쯤에서 저는 슬쩍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거 교회에서 뭐라 그러지 않으려나?

단도직입적으로다가, 아이유, 배두나, 아부지. 이 세 사람을 각각 이브, 루시퍼, 야훼로 놓을 수 있단 얘긴데.
예고편만 두고 봤을 때는 아이유를 루시퍼로, 배두나를 이브로, 혹은 아예 아부지를 아담으로 놓아도 얘기는 만들어집니다.
마치, 아이유 가슴에 찍힌 M 이라는 글자가 갖다 붙이기만 하면 무수히 많은 의미를 생산해낼 수 있듯이.
문학 좋다는 게 뭐겠어요? 천 개의 독자로부터 천 개+a의 이야기가 재생산될 수 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는 기왕에 음탕해지기로 한 거, 익명 게시판이기도 하겠다.
아예 본편에서 아이유가 코트에 난ㅇ... (읍! 읍!읍!!!!)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9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30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97
123488 최근 북한 상황에 대한 bbc 취재내용이 좀 무섭군요 [1] soboo 2023.06.17 792
123487 짧은 축구 소식들 [6] daviddain 2023.06.17 172
123486 프레임드 #463 [4] Lunagazer 2023.06.17 98
123485 살 떨린다 [2] 가끔영화 2023.06.17 185
123484 읽기 시작한 책과 책 디자인 뻘글 [4] thoma 2023.06.16 330
123483 [영화바낭] 허허실실 그냥저냥 환타지 로맨스 영화 두 편 잡담 [7] 로이배티 2023.06.16 356
123482 [KBS1 독립영화관 11시 30분] 오마주 [1] underground 2023.06.16 154
123481 프레임드 #462 [4] Lunagazer 2023.06.16 86
123480 냉동실 문을 여니 얼음 유령의 집 [5] 가끔영화 2023.06.16 238
123479 음바페는 [3] daviddain 2023.06.16 273
123478 플래시 잡담(스포) [9] 첫눈 2023.06.16 355
123477 소스 코드 (2011) catgotmy 2023.06.16 161
123476 토카토카 댄스 catgotmy 2023.06.16 165
123475 '갱부'를 읽고. [2] thoma 2023.06.15 268
123474 Glenda Jackson 1936 - 2023 R.I.P. [4] 조성용 2023.06.15 250
123473 프레임드 #461 [4] Lunagazer 2023.06.15 116
123472 [웨이브바낭] 이블데드 신작 감독의 싹수(?)를 봅시다. '홀 인 더 그라운드' 잡담 [4] 로이배티 2023.06.15 341
123471 이렇게 먹어본 사람 여기 있을까 [4] 가끔영화 2023.06.15 239
123470 오페라의 유령, 김주택 (집팬텀) 손지수 관람 후기 [1] S.S.S. 2023.06.15 515
123469 뮌헨이 이탈리아 어로 뭔지 아시나요?바이언 김민재 협상 시작 가능 [4] daviddain 2023.06.15 20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