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는 '뒷통수를 친다'라는 말을 별로 안좋아해요. 저런 워딩을 즐겨쓰는 놈들은 남에게만 의리나 우정같은 걸 강요하고 들먹이며 내로남불을 해대는 놈들이 대부분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강다니엘은 놀라워요. 고깃집 알바하던 사람을 슈퍼스타로 만들어 주니까 통수를 치다니.



 2.사실 잘 모르겠어요. 강다니엘 같은 인간은 상상력이 없는 걸까? 아니...상상력도 필요가 없거든요. 그는 실제로 20살을 휙 넘어서까지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 연습생 생활을 해본 사람이잖아요. 가끔씩 과거의 기억을 건져올려서, '씨발 난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을거야.'라고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케어할 수 있을 거란 말이죠. 그리고 좆같은 연습생 생활을 해본 게 그렇게 과거도 아니잖아요? 고작 몇 년 전이예요.

 

 하지만 CJ의 성골, 왕자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던 그는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버리는 중이예요. 문제 이게 남의 배가 아니라 자기자신의 배란 말이죠.



 3.언젠가 썼었죠.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인 놈들은 인생이 재미가 없다고요. 이 세상을 재밌게 사는 법 중 하나는 어린 시절에 가난이 뭔지를 겪어본 뒤에 어른이 되어서 부자가 되는 거예요.


 그야 그 글에도 썼듯이 문제는 부자가 '되는'게 힘든 일이란 거지만요. 부자로 '태어나지' 못하면 살면서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이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도 비슷한 일이거든요.



 4.휴.



 5.약간의 옛날 이야기나 해보죠. 몇번 썼듯이 나는 그렇게...남들이 쉽게 해봤던 경험을 많이 못했어요. 어렸을 때는 기회가 없었고 어른이 되니 의욕이 별로 없어서요.


 어쨌든 어렸을 적에 다른 아이들이 떡볶이나 순대를 먹는 게 너무 부러웠어요 나는. 그러나...내겐 떡볶이를 먹을 기회가 없었죠. 떡볶이를 딱히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그게 맛있는 음식일 거란 건 나는 알고 있었어요. 떡볶이 가게를 지나가면서 냄새만 맡아봐도 저건 맛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6.그렇게 '떡볶이란 걸 먹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먹은 지 몇년 쯤 지난 어느날 2천원이 생겼어요. 뭔가 학교 숙제를 살 2천원도 아니고, 차비 2천원도 아니고,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2천원 말이죠. 


 그래서 동네에 있는 떡볶이 집들 중에 제일 많이 준다고 소문난 떡볶이 집으로 향했어요. 제일 맛있다고 소문난 떡볶이집도 아니고, 제일 메뉴가 다양한 떡볶이집도 아니고, 제일 많이 준다는 떡볶이집 말이죠. 그렇게 신나서 떡볶이를 사러 가는데...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준다는 가게라는데...어쩌면 2천원어치를 한번에 시키면 덜 주는 거 아닐까? 많이 주기로 소문난 가게니까 천원어치 1인분 사고, 다시 가서 천원어치 1인분을 사는 게 떡볶이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7.그래요. 어쩌다가 한번 먹을 수 있게 떡볶이...그걸 가능한한 많이 먹어보고 싶어서 2천원어치를 한번에 사지 않고 천원어치를 두번에 나눠서 사기로 했어요. 사실, 이런 꼼수가 정말 통하는 걸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왠지 그래야 더 많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역시...그렇게 하려니 왠지 창피했어요. 한번 가서 천원어치 사고, 다시 가서 천원어치를 더 달라고 하면 떡볶이를 많이 받으려고 그러는 거란 걸 아줌마가 눈치챌 것 같아서요. 그래서 누나를 불러서 사정을 설명한 뒤에 내가 가서 천원어치 사고, 누나가 가서 천원어치 사서 돌아오기로 했어요. 서로 관계없는 사람인 척 하면서요.


 그리고...떡볶이는 기대한 것만큼 맛있진 않았어요. 많이 주기로는 동네에서 최고인 대신, 맛은 비교적 별로인 곳이었나 봐요. 그래서 그 떡볶이를 먹다가 그냥 남겼어요. 맛있는 떡볶이집에서 사올걸 하고 누나랑 후회했어요. 기분이 너무 씁쓸했어요.





 ------------------------------------------------------------------





 이 이야기의 교훈이 뭐냐고요? 당신에게 이런 기억이 있다면, 인생이 너무 좆같다고 느껴지는 어떤 날에 이런 기억을 한번씩 꺼내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한가지 깨달음이 느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거든요. 이보다도 더 좆같은 건 얼마든지 있다는 거요. 그리고 인생이란 건 더 좆같아지려면 얼마든지 더 좆같아질 수 있는 거니까, 방어를 단단히 해야 한다는 걸 말이죠. 절대로 발밑을 무너뜨릴 만한 바보짓따윌 해선 안된다는 걸 말이죠. 


 오늘은 여름옷이 나왔겠죠? 휴...슬슬 나가봐야겠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8
123666 웰메이드 헬조선 영화 '드림팰리스' [4] LadyBird 2023.07.06 329
123665 직장 다니면서 씨네필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14] Sonny 2023.07.06 730
123664 오징어게임 2화 [1] catgotmy 2023.07.06 276
123663 [근조] 홍콩가수 코코 리 [3] 영화처럼 2023.07.06 363
123662 피프티피프티 분쟁 본격화 [2] 메피스토 2023.07.06 544
123661 Psg 엔리케 오피셜 기자회견 실시간 보는데 [4] daviddain 2023.07.06 177
123660 [넷플릭스] 셀러브리티, 여성판 이태원 클라쓰 [4] S.S.S. 2023.07.05 424
123659 [디즈니플러스] 그냥 후일담으로 생각합시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잡담 [17] 로이배티 2023.07.05 509
123658 이번 주의 책과 잡담 [13] thoma 2023.07.05 337
123657 프레임드 #481 [6] Lunagazer 2023.07.05 99
123656 디즈니 플러스 찜한 콘텐츠 [4] catgotmy 2023.07.05 318
123655 [디즈니플러스] 3부작(?)의 마무리,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 잡담입니다 [38] 로이배티 2023.07.05 658
123654 마요르카 ㅡ 파리 이강인 이적 완전 합의 [6] daviddain 2023.07.04 352
123653 에피소드 #44 [4] Lunagazer 2023.07.04 105
123652 프레임드 #480 [5] Lunagazer 2023.07.04 102
123651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 이번 주말 프리미어 상영 [4] 상수 2023.07.04 404
123650 영화 퓨리를 보다가 말고 catgotmy 2023.07.04 183
123649 무슨 영화의 장면일까요? [1] 왜냐하면 2023.07.04 196
123648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23.07.04 473
123647 [디즈니플러스] 그래서 오늘은 당연히 '인디아나 존스' 잡담입니다 [42] 로이배티 2023.07.03 78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