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구요.




 - 제목의 철자도 'River'이지만 강이 배경인 게 아니라 그냥 주인공 이름이 저겁니다. ㅋㅋㅋ

 무대는 런던. 그곳엔 이름이 '리버'라는 이름의 적당히 유능한 형사님이 계신데요. 드라마 시작 시점에서는 3주 전 오랜세월 함께 했던 여성 파트너를 잃고 멘탈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상태입니다. 그 파트너는 부모 형제도 없는 59세(극중 나이입니다) 미혼 독신남의 유일한 친구였거든요. 당연히 한시라도 빨리 범인을 잡아다 죽은 파트너와 유족들을 달래고 싶지만 경찰서에선 트라우마가 걱정된다며 다른 사건 담당으로 빼 버렸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째라 정신으로 파트너의 사건에 매달리는데... 이 형사님에겐 또 한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자꾸만 죽은 사람들이 주변에 나타나서 일해라 절해라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하고 시비 걸고 귀찮게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우리 형사님은 그게 다 환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이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 신경도 안 쓰고 큰 소리로 막 대화 나누다가 사방팔방에서 미친놈 소리 듣고 다녀요. 그러다 결국 상관들에게 정신 건강 평가를 강요받게 된 주인공은 미모의 여성 정신과의를 만나게 되는데...



 - 설정만 읽어보면 코미디나 환타지 느낌이지만 어마어마하게 진지한 궁서체 리얼리스틱 수사극입니다. 동시에 사회성 짙은 이야기이기도 해요. 배경이 런던이긴 한데 관광지스런 비주얼은 전혀 없구요. 시종일관 이민자들과 불법 체류자들로 북적거리는 허름한 거리들을 보여주고 극중에서 주인공과 관계를 맺는 등장인물들 중 대다수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구요. 주인공조차도 (배우의 국적을 살려서) 스웨덴에서 이민 온 사람으로 설정이 되어 있죠. 그러니까 PC함을 살리기 위해 다문화 캐스팅을 한 드라마가 아니라, 아예 본격적으로 영국 내 이민자들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에요.


 동시에 이런 이민&불법체류자들의 이야기는 좀 더 보편적인 주제로 연결이 됩니다. 자신이 속한 세상과 어울리지 못해서 스스로를 타인들과 격리시킨 채 쏟아지는 고독감에 침잠해가는 사람들의 고통... 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런 사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바로 주인공 '리버'의 캐릭터구요. 이민자이고 영국 땅에 친척도 없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 하나 없구요. 그나마 하나 있던 걸 잃어버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거기엔 본인 잘못도 있는 것 같고...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고독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캐릭터이고 이런 모습을 스카스가드 할배께서 정말 리얼하면서도 장엄한 느낌으로 잘 살려냅니다.



 - 그래서 이 드라마의 핵심은 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이게 상당히 복잡한데 일단 이민자이고. 어려서 학대 수준의 대접을 받으며 자랐고. 본인조차 진짜라고 믿지 않는 귀신들과 늘상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현실 세계 사람들과는 관계를 못 맺구요. 동시에 꽤 유능한 형사이고 냉철하게 머리는 잘 굴리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 해서 자꾸만 잘못된 선택을 내리는 모자란 인간입니다. 가끔은 본인은 아무 악의 없이,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소름끼치는(...) 행동들을 해서 시청자들에게 쌩뚱맞은 스릴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야! 너 뭐 하는 거야!! 어라??? 엄......;;

 그런데 위에서도 말 했듯이 이런 캐릭터를 배우가 너무 잘 살려줘요. 스텔란 스카스가드 말고 다른 배우들도 아주 잘 해주는, 전체적으로 연기 품질이 아주 높은 드라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맨쇼'라는 표현을 쓰고 싶어질 정도. 불쾌하고 위험하면서도 보기 딱하고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그런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그 모든 면면이 설득력 있으면서 종합적으로는 참 복잡한 심경으로 응원을 하게 되는 거죠. 전부터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역량은 정말 대단합니다.



 - 이야기측면에서 봐도 꽤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뭐 대단한 반전이 나오고 엄청난 반전 트릭이나 참신한 수사 기법이 나오고 그런 드라마는 아닙니다만. 일반적인 장르 공식대로 전개되지가 않다 보니 막판까지도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어떻게 마무리될지 미리 짐작하기가 어려워서 흥미를 놓지 않게 됩니다. 애초에 주인공이 도무지 믿고 따라가기가 어려운 캐릭터니까요. 50분 정도에 에피소드 여섯개로 끝나는 짧은 이야기이다 보니 늘어지는 구간도 없구요.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도 다 충분히 현실성 있게 적당히 꼴보기 싫으면서도 매력적으로 살아 있는 느낌이라 부수적인(?) 재미들도 쏠쏠하구요.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막판의 전개는 좀 막장이긴 한데... 그래도 그 때까지 쌓아 올린 이야기의 블럭들이 꽤 견고하게 버텨주니 상황의 어처구니 없음보단 그 비극성을 더 강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덤으로 뭐 마무리도 깔끔해요. 애초에 시즌 2 같은 거 만들 생각 없이 짜낸 이야기 같은데, 딱 그런 느낌으로 적절하게 마무리됩니다. 애시당초 '해피'하게 끝낼 수 없는 성격의 이야기라는 걸 감안할 때 가장 납득이 가는 방향으로 잘 끝낸 듯.



 - 암튼 길게 얘기할 것 없구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어지간하면 보세요. 저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 덤으로 극중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노래 하나.



 - 덤의 덤으로, 사고뭉치 남자 요원을 믿어주고 받쳐주는 유능한 여성 상관... 이 어느새 트렌드가 된 것 같네요. 좀 공식화된 느낌이지만 배우도 좋고 상황 설정들도 좋아서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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