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라도 하나 넣어 두고 시작해보죠.




1.

일단 이 게임 제목에 '2'가 붙어 있고 하니 1편 얘기를 간단하게 해 보겠습니다.

'둠'의 아버지로 유명한 존 카멕의 id 소프트웨어에서 2010년에 발표한 게임입니다.

아포칼립스 후의 지구를 배경으로 차를 몰고 총을 쏴갈기며 매드맥스풍의 액션을 즐기는 게임이었습니다만.

쓰다 만 스토리, 되다 만 오픈 월드, 인상적이지 못한 자동차 액션 등의 문제로 그렇게 좋은 평은 받지 못 했습니다.

당시 id 소프트가 개발한 새로운 그래픽 기술의 홍보용 제품 같은 느낌으로 나왔지만 그래픽도 그렇게 큰 호응은 없었고. (그 기술도 그냥 사장된 걸로;)

그나마 평이 좋았던 건 둠 만들던 사람들의 게임답게 총질하는 손 맛이 좋았고, 적들이 (다양성이 심히 부족하긴 해도) 당시 기준 꽤 뛰어난 인공지능으로 덤벼와서 전투는 짜릿하고 즐거웠다는 것 정도.

저도 구입해서 엔딩까지 본 게임이지만 '총질 최고, 나머지는 다 문제' 라는 게 대략의 소감이었어요.

암튼 그래서 그렇게 많이 팔리지 못 했고, 그대로 끝난 프랜차이즈가 된 줄 알았죠. 야심차게 속편을 예고하며 툭 끊어 버리는 황당한 엔딩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러다 9년의 시간이 흐른 뒤 쌩뚱맞게 속편이 튀어나온 것인데...



2.

이번엔 제작사 '아발란체 스튜디오'에 대해 또 간단하게.


이 회사의 대표작은 '저스트코즈' 1편과 2편, 그리고 3편과 4편이 있습니다. 엄청나게 거대하지만 내용물이 텅텅 빈 오픈 월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이고 탈것이고 건물이고 다 때려부수는 게임이었죠. 게임 중 나오는 탈것은 다 탈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곳에는 모두 다 올라갈 수 있지만 그냥 그럴 수 있을 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게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시리즈네요.

이렇게 신나게 저스트 코즈 시리즈만 찍어내다가 2년 전 문득 '워너브러더스 게임'에 인수되어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매드맥스'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매드맥스'의 모양새인데, 아발란체의 게임은 아니지만 같은 워너브러더스 소속의 다른 회사에서 만든 '미들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와 모양새가 똑같습니다. 일단 둘 다 워너가 보유한 영화가 소재이기도 하고. 둘 다 유비 소프트식 오픈월드에다가 배트맨 아캄시리즈식 액션을 얹고 해당 영화의 특징을 비주얼로 얹는 식으로 만들어진 거죠. 너무 똑같아서 같은 회사 게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구요. 아예 워너브러더스 게임에서 '미들어스'의 성공에 고무되어 똑같은 방식으로 소재만 바꿔 한 편 더 만들어 내겠다고 계획한 게 아닌가 싶었네요.


그런데 위에서도 말 했듯이 '레이지'는 원래 세계관 자체가 '매드맥스'의 짭이에요. 세계가 그렇게 된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가 똑같죠. 배경이 황무지에 화석 연료가 부족해서 귀하게 취급 받는 세상에 가솔린을 길바닥에 뿌리고 다니는 황무지 양아치 패거리들 속에서 살아 남는 이야기. 그 양아치들 행색과 등장하는 건물과 차량들을 보면 이게 매드맥스 게임인지 레이지 게임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거든요. ㅋㅋ 그러니 '매드맥스'를 잘 만들 수 있다면 '레이지'도 잘 만들 가능성이 높다... 라고 생각할 수 있겠고.


결과적으로 아발란체 스튜디오가 이 '매드맥스' 프로젝트를 비교적 선방 해냈고.

아마도 그래서 '매드맥스'와 공통점이 많은 '레이지'의 속편을 외주 제작할 스튜디오로 선정된 게 아닌가 싶고.

그래서 제작 소식이 전해진 후 쏟아졌던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 이 게임이 탄생했습니다.



3.

내용물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우려든 기대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그대로의 모양으로 나왔습니다.

게임 '매드 맥스'의 월드와 자동차들에다가 '레이지'식 총질을 얹은 거죠. 그리고 그걸로는 부족하겠다 싶었는지 '보더랜드'의 개성과 게임 시스템을 상당 부분 베껴와다 얹어 놨습니다. '보더랜드' 역시 영화 매드 맥스와 많은 부분이 비슷한 게임이니 참고해볼만 하다 싶었겠죠.

근데... 문제는 독창성 없이 베껴왔다는 게 아니라 그 베껴 온 퀄리티입니다.

보더랜드를 참고한 초능력 스킬들은 모두 보더랜드의 그것보다 덜 화려하고 덜 재밌구요.

역시 보더랜드 스타일로 펼쳐지는 드립들은 다 식상하고 안 웃겨요. 캐릭터들도 양키 센스 스타일로 보기 싫게 생기기만 했지 개성도 재미도 없구요.

그리고 월드는 '매드 맥스'의 그것과 지나칠 정도로 비슷한 가운데 '보더랜드'식 가벼운 분위기와 썩 잘 어울리는 느낌도 아니고.

설상가상으로 그래픽 퀄리티도 이거슨 구 엑원 퀄리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 엑원 엑스를 씁니다) 부실한 데다가 음악도 기억나는 게 없고...


...


그런데 이게 꽤 재밌습니다.

왜냐면 딱 한 가지는 잘 살려냈거든요. '레이지' 1편의 총질 재미요.

권총, 라이플, 샷건, 머신건... 과 같은 식으로 종류 별로 하나씩 밖에 없는 총들이지만 각각 차별화는 확실히 되어 있구요.  쏘고 재장전하는 맛도 좋고 쉴 틈 없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적들을 상대로 총알 쏟아붓고 스킬 써가며 노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엄폐하고 짱박혀 싸우는 게 아니라 적진으로 무작정 뛰어들어 마구 갈겨대는 걸 권장하는 시스템과 빠른 템포의 전투 설계가 꽤 적절하게 조율이 되어 있어요.

총질이라고 해도 결국 게임 안에선 '액션'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을 때 '레이지2'는 아주 훌륭한 액션 게임이에요.

정확히는 아주 훌륭한 액션을 품은 허접하고 지루한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해야겠지만, 적어도 게임의 메인 컨텐츠인 총질을 벌이고 있을 때의 즐거움만큼은 폄하하기 어렵습니다.



4.

그래서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도대체 좋은 게임이란 뭘까. 혹은 잘 만든 게임이란 뭘까.

'레이지2'를 잘 만든 게임이라고 주장할 순 없습니다.

위에서 총질 재미에 대해 한참 칭찬을 해 놓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구리니 괜찮은 부분만 똑 떼어 놓고 칭찬할 순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하고 있으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이 총질이고 그게 즐거우니 결과적으로는 재밌게 즐기고 있는 상황이란 말이죠.


영화와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

영화는 한 시간 오십분의 이야기 중에서 특정 한 장면만 재밌고 훌륭하다... 라고 해서 그 영화의 평을 좋게 해버리는 건 여러모로 이상하죠.

하지만 게임은 게이머가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마음에 드는 부분을 더 많이 즐길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뭐 어차피 재밌자고 하는 게 게임인데 내가 즐거우면 괜찮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사실 까놓고 말해서 '직접 플레이하는 부분'의 재미만 놓고 따지자면 이 게임이 언차티드4보다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이거든요. =ㅅ=

그리고 저는 사람들 다 칭찬하는 언차티드의 그 '영화 같은 전개'가 다 식상하고 재미 없었으니 차라리 그런 부분의 비중이 아주 작은 이 게임이... 흠...;;


암튼 뭐 그렇습니다.

영화는 영화이고 게임은 게임이죠.

직접 하지 않고 구경만한다면 꽤 비슷한 장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엄연히 성격이 다른 장르이고 그러니 평가의 기준도 달라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게임 비평들을 보면 너무 '얼마나 영화에 근접하느냐'에 큰 비중을 두고 평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 메이져 게임 스튜디오의 제작자들도 그런 비평을 신경 쓰며 어떻게든 '영화 같은 체험'을 하게 해주려고 애 쓰고 있으니 이 바닥은 지금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럼 게임 비평은 어떻게 하라는 건데?'라고 묻는다면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라는 영양가 없는 이야기로 월요일 오후의 월급 도둑질을 마무리해봅니다.





 + 혹시나 해서 덧붙입니다만. 절대로 이 게임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ㅋㅋ 정신없이 총질하는 시간 외의 대부분의 시간이 별로거든요.

 총질하는 맛이 좋다지만 단순히 어디로 가서 다 죽이고 와라~ 라는 단순 미션이 미칠 듯한 분량으로 반복되는 게임 구성을 생각하면 조만간 질리게 될 것이고.

 가뜩이나 별로인 스토리 라인은 분량도 짧습니다. 이제 서너시간 한 것 같은데 벌써 메인 미션의 거의 절반을 왔더라구요. =ㅅ=

 제 값 다 주고 사는 건 절대 말리고픈 느낌이고, 걍 저처럼 게임패스 같은 서비스로 가볍게 달리다 질리면 관두고 아님 엔딩 보고... 정도가 딱 적절해 보입니다.

 아니면 대략 70%이상 세일 가격 정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334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9945
111465 캣츠는 왜 그랬을까 [14] 티미리 2019.12.27 1133
111464 유튜브 컨텐츠의 생애주기 [4] 어제부터익명 2019.12.27 578
111463 문화의 날에 본 영화 '백두산'(노 스포) [1] 왜냐하면 2019.12.26 431
111462 [넷플릭스] 너의 모든 것 (You) 2시즌을 시작했습니다. [9] Lunagazer 2019.12.26 595
111461 김동조 트레이더를 아세요? [11] Joseph 2019.12.26 1122
111460 [바낭] 학교생활기록부 [14] 로이배티 2019.12.26 565
111459 David Foster 1929-2019 R.I.P. [2] 조성용 2019.12.26 392
111458 뭉쳐야뜬다 번지점프 왜 여성들이 훨씬 겁이 없을까 [8] 가끔영화 2019.12.25 948
111457 [바낭] 메리 크리스마스:) [7] skelington 2019.12.25 434
111456 [벼룩] 성탄절의 포근한 겨울옷 벼룩합니다 피뢰침 2019.12.25 340
111455 이런저런 일기...(리수, 크리스마스, 모임) [1] 안유미 2019.12.25 377
111454 [KBS1 발레] 호두까기 인형 [3] underground 2019.12.25 356
111453 [스포일러] 스타워즈: 더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단평) [7] 겨자 2019.12.25 749
111452 여행과 변곡점 [13] 어제부터익명 2019.12.25 701
111451 [바낭] 말머리 그대로의 잡담 몇 가지 [18] 로이배티 2019.12.25 927
111450 [캣츠] 저세상 영화입니다... 충격과 공포! [16] maxpice 2019.12.24 1706
111449 당신은 온라인에서 삶을 살게 됩니다. 매너를 지키는 걸 잊지 마세요. [7] 어제부터익명 2019.12.24 875
111448 듀게 분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8] 튜즈데이 2019.12.24 396
111447 [영업] 진산 마님의 고양이 귀 [2] 룽게 2019.12.24 432
111446 (바낭 화력지원) 아프리카 BJ도 참으로 고달픈 직업이군요. 귀장 2019.12.24 5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