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의 대화

2019.11.20 16:01

타락씨 조회 수:1179

'대화'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사람이 주고받는 의사소통'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죠.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사소통 능력을 '심각한 수준'이라 평가한 바 있고, 그 뒤로도 개선을 기대할 근거가 없었기에, 이번 이벤트 소식은 좀 의외였습니다. '임기 2년 반동안 지옥 특훈이라도 받았나, 뭘 믿고 저러지?' 싶더군요.

잠깐 들여다보니 청와대와 민주당의 얄팍한 미디어 전략은 3년 전과 달라진게 없어보이더군요. 혐오스러운 기획이라 총평할 수 있을텐데, '무작위로 추첨한 300명 시민과의 100분간 대화'에서부터 이 기획이 노리는 바가 투명하게 드러나죠.

300명 모두와 대화한다면 인당 문답에는 20초씩만을 할애할 수 있고, 이중 일부와 대화할 뿐이라면 발언 기회를 갖지 못한 시민들은 무대 장치로 동원된거죠. 300명의 시민들은 '발언 시간'과 '발언 기회'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고, 이로 인해 그의 발언은 다른 시민들에 의해, 그리고 내적 윤리에 의해 제한받게 됩니다. 이 구도 아래서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대화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답변에 대한 피드백도 있을 수 없죠.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시민들의 발언을 듣는데 긴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이는 답변을 회피하거나 대충 내놓는 무의미한 답에 대한 좋은 변명이 됩니다.

전임 대통령보다 별로 나을게 없어보이는 현 대통령의 지능과 의사소통 능력, 정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이 포맷으로 인해 감춰지고, 제 말을 들어달라 아우성치는 가여운 백성들과 인자하신 대통령의 이미지만 남는거죠. 팬미팅이란게 다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많이 보던 그림이죠? 앙다문 입을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때는 아직 대머리가 아니었던 문재인의 v진.정.성.v

청와대 대변인인 고민정은 '연출되지 않았음'을 강조하지만, 참여자들의 행동 양식을 결정짓는 포맷이 곧 연출이죠. 고민정이 사기치려던게 아니면, 정확한 서술은 '대본이 없었다'일테고, 그건 사실일지도 모르죠. 진정성 드립을 치려면 뭐라도 재료는 있어야 할테니. 고민정이 말한 '작은 대한민국'이란 개념이 좀 재미있더군요. 그 스튜디오를 떼어서 어디 작은 섬에 옮겨놓으면 2주 안에 실각할 것 같던데..

소통하는 대통령을 어필하고 싶고, 바리사이들이 의심하는 것처럼 전임 대통령과 다를 바 없는 빡대가리가 아니라면 tv 정책 토론 가시는게 좋지 않겠나 건의하고 싶네요. 대의제 민주주의 부정하는게 아니면 깔끔하게 1 on 1으로 순회 토론 가시죠? '박근혜와는 다르다, 박근혜와는!!'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겁니다. 옆구리에 팔뚝 꽂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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