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유튜브 덕질

2020.03.22 16:47

구름진 하늘 조회 수:828

전부터도 하루 일과 마치고나면 자기전까지 유튜브 보는 게 낙이었는데,

요즘이야말로 유튜브 감상의 꽃과 같은 시간이군요...(제길...진짜 꽃이 보고 싶단 말이다)

얼른 실생활로 나아갈 날이 다가오길 바라면서...휴우...

그간 유튜브를 중심으로 덕질한 분들을 나열해 봅니다.

저의 덕질 특징은 2-3일이 주기라는 점...다른분들도 그런가요?

진득하게 오래 좋아하게 되는 양상이 드물어요...2,3일 정도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며 영상을 감상하다

파도타듯 다른 분야로 넘어가게 되더군요.



1. 일본가수 카하라 토모미


90년대 말 고딩 때 이규형님의 J문화 관련 서적을 자주 찾아봤는데

고무로 테츠야와 함께 가끔씩 언급되던 가수였죠. 고무로 테츠야의 여자라며.

너무 점찍듯이 쓰여 있어, 그리고 그 때 보던 눈에도 여자분이 뭐랄까 여성적이고 반듯한 인상이 있어(일반적인 연예인의 꾸밈에 비해)

둘이 결혼하겠네 하고 오히려 관심도 안 뒀어요.

그런데 그 후 10년동안...그녀에게 그같은 폭풍이 닥쳤을 줄은....ㅎㄷㄷ

뭐 스스로가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수렁에 빠져버린 느낌도 있습니다만,

워낙 데뷔 전의 카하라 토모미에겐 적어도 음악에 있어 자신만의 주관을 비롯한 세계랄 게 없었던 듯했으니(그나마 목소리 정도?)

그 세계를 통째로 만들어 주었던 고무로가 없어진다는 건

그냥 가수로서의 그녀가 흩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겠죠.  


그럼에도 2010년대 들어서 다시 노래하기 시작한 그녀의 태도와 음악이 좋았어요.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최근에 (아마도 싱글맘으로) 아들을 낳았더군요.

하지만...역시 제가 좋아하는 건 1990년대 중반 고무로와 함께할 때의 그녀 노래, 목소리예요.

그 시기에 인생의 전성기 중 한 부분을 보낸 자가 공유할 수 있는 정서 탓이겠죠.

그리고 I'm Proud 같은 곡은 고무로 데츠야는 참 천재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토모미의 세련되면서 금속성 느껴지는 맛의 보컬이 참 좋았어요.

하지만 제가 가장 자주 듣는 토모미 노래는 I Belive입니다.

어느 영상에 보니, 아마도 크리스마스 특집이었던 듯한데 피아노 치는 고무로와 둘이서만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데(관객 없고 카메라만 있는)

나중엔 아예 고무로만 바라보며 노래를 하느라

카메라에 그녀 뒷모습밖에 잡히지 않더군요.

그렇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마음이 일반 대중에게는 뒷말을 살지도 모르지만,

오래 가는 건 그처럼 솔직하게 표현된 마음이 담긴 컨텐츠더라구요.

가수와 음악도...그들 자신에게는 인생을 관통하는 괴로운 일들이겠지만...어떤 개인적 스토리텔링이 진한 가수, 뮤지션의 곡들이

더 가슴에 찡하게 다가오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고 또 얻는다는 점에서 더 예술에 가까운 느낌이기도 합니다.



2. 정동원

이 소년을 처음 인식한 건 부모님이 보시는 <미스터트롯>화면을 스치듯 보았을 때인데,

처음엔 나이를 가늠 못하고 키 작은 성인 남성인가, 아니면 소년인가 긴가민가 하며 지나쳤어요.

노안이란 뜻이 아니라...그 눈 때문이었어요. 눈이 너무 깊어서. 조금 슬프게 표현하면 우물 같았어요.

그리고 아마 곡 선정 때문이었겠지만 표정도 웃음기가 없었고요.


그러나 팬이 된 후 그의 개인 계정 유튜브(정동원 TV라고)까지 보게 되니

정동원군은 그냥 소년, 어린이더군요. 도리어 안심이 되었어요. 자막이나 재미를 위한 장치 등으로 가공되지 않은 먹방이

오히려 입맛을 돋우게 하는...(쩝쩝대며 먹는 버릇이 없는 정동원군의 복스런 먹는 모양도 한몫 했어요)

새벽에 보면 입맛 돋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노래...

저에게는 다른 미스터트롯보다 정동원군의 노래가 더 트롯으로서 소중해요.(미트 팬분들 계시다면 양해 부탁드려요 ;;)

특히 노래 들어갈 때 그 집중력이 놀라워요.

스케이터 김연아를 비롯 뛰어난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에 몰입할 때 보여주는

떡잎부터 남다른 집중력이 대단하더군요.

딕션도 칭찬하고 싶어요. 노래 첫 소절부터 끝날 때까지 노래의 맛을 살려주는 딕션을 잃지 않더군요.

여러모로 제 취향의 예능인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기교가 많지 않은 느낌, 곡 처음부터 끝까지 믈 흐르듯 하는 느낌과 완성도,

그리고 순진한 열의...

음원 골라 폰에 저장하는 기준이 나름 까다로운 저인데-아무리 감동을 주고 기교가 뛰어나도

귀에 거슬리고 시끄럽다 여겨지는 부분이 있으면 안 담습니다. 어쩌다 가끔씩 영상으로 보고 좋다고만 합니다-,

특히나 트롯 같은 장르는 음원을 받아본 적도 없는데

정동원군은 경연에서 부른 <우수>, <여백>같은 곡이 리마스터링 되어 음원으로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지금 있더라도)


3.정재형

정재형씨가 무한도전의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편에 나올 때에

저는 나라를 옮겨 살면서 한참 바빴어요.

가끔 인터넷에 보면 나름 유행어 '옳지' 라든가 아항항항 하는 웃음소리라든가, 축복이 등

정재형씨와 관련된 재미난 글들이 많았는데, 뭐 본편을 못봤으니 뭐가 좋은지 알 수 없었죠.

그러다 얼마전 갑자기 생각이 나서 찾아봤는데(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많은 편이 아니라 아쉬워요)


일단 정재형씨 아항항항항항 오홍홍홍홍 만 들으면

이상하게 같이 따라 웃게 돼요...ㅎㅎ 왜일까요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전염력있는 오홍홍 웃음소리...(개인차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무엇보다 예능 속에서 타협적인 태도 있으면서도-사람을 대할 때 편안하게 해주는 부분이 있는 듯합니다-

자기 음악에 있어서는 철저한 프로임이 물씬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리고 패션센스도 좋고요... 불어하는 방송 보니까 제가 외국어하는 남자 덕후(?)임을 새삼 깨달았어요. 왤케 멋지나요...정봉원님...


사춘기 때 베이시스의 음악을 듣고, 또 사진이나 영상 보고 남자 멤버 꽤 잘 생겼네...그랬는데

(무대나 사진에서도 늘 정재형씨가 중간에 자리했던지라)

그분이 이봉원씨가 되어있을줄이야...ㅎㅎ 

하지만 다시 들어보니 베이시스의 음악은 몇십년이 흐른 지금 오히려 완성도가 느껴지더군요.

<내가 날 버린 이유>,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모두 듣기 편하고(노래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곡의 완성도가 주는 귀의 편안함?)좋아요.


제가 또 덕질하게 될 유튜브 인사는 누가 될지요...

좀 적당히 하도록 어서 이 사태가 나아지길 바랄 뿐입니다(급마무리, 하지만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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