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솔로지도 아니고 그냥 블룸하우스가 아마존에게 돈을 받아서 오리지널 무비 네 편(모두 런닝타임은 90분 정도)을 만들어 납품한 겁니다. 그걸 '웰컴 투 블룸하우스'라는 타이틀로 엮어서 시월 한 달간 공개한 건데... 암튼 뭐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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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이 이미지를 보니 나름 성실하게 영화 내용을 반영하려 애썼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



1. 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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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해서 각자 애인이 있는 부부. 그리고 이 쪽 저 쪽 집을 왕래하며 자라는 틴에이져 딸. 아빠가 딸을 맡아 어딘가로 데려가던 중에 딸의 친구를 태웁니다. 그 딸의 친구가 도중에 너무너무 오줌이 마려워서 이미 조금씩 싸서 말리고 있다는 드립을 치는 바람에 잠시 차를 멈추는데. 아저씨 눈에 띄지 않게 멀리멀리 쉬를 하러간 이놈들이 돌아오질 않아서 아빠가 찾으러 가 보니 보이는 건 구름다리 위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딸래미 뿐. 니 친구 어디갔냐니까 장난으로 밀었더니 떨어져 죽었대요(...)

 하지만 다행히도 목격자는 하나도 없는 상황. 딸의 미래를 지키겠답시고 딸 엄마와 뭉쳐서 딸에게 거짓말을 시키며 위기를 극복해보려 하지만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계속해서 꼬여만 갑니다...



 - 인생 꼬인 서민 스릴러라고나 할까요. 걍 평범하게 적당히 살던 서민들이 어쩌다 내린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 결국 파멸해간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꽤 많이 있죠. 이 영화도 대충 그런 내용입니다.


 근데... 주인공들의 거짓말이 너무 허술해요. 원래 이런 이야기는 '단순하고 명쾌해 보였던 아이디어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꼬여가는' 걸 보는 게 재미인데요. 시작부터 도저히 성공할 것 같지 않은 거짓말로 시작하니 몰입이 잘 안 되는 거죠. 뭐 그렇기 때문에 스릴이 생기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뚝 떨어지는 느낌. 심지어 엄마 캐릭터를 법률 전문가로 설정해 놓고도 아무런 활약을 안 시켜서 이건 뭐지... 싶었네요.


 그리고 영화의 성격이 또 애매합니다. 그냥 절망적 전개와 반전 결말로 승부하는 장르물을 만들고 싶었는지, 가족의 문제를 다루는 진지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둘 다 한 번에 해내고 싶었겠죠) 이 영화는 그냥 둘 다 조금씩만 하다가 맙니다.

 부모 역을 맡은 배우들(아빠 역은 또 사스가르드 집안에서... ㅋㅋ)의 진지하고 성실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감정과 드라마는 대충 겉돌다 말구요. 그렇게 애매~ 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동안에 스릴은 축축 처지구요.


 특히 계속해서 관객들의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딸의 캐릭터는 참... ㅋㅋㅋ



 - 결론은, 저는 매우 적극적으로 비추천하겠습니다. 차라리 샘 레이미의 '심플 플랜' 같은 영화를 한 번 더 보는 게 훨씬 유익한 시간일 거에요.



2. Noct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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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 고등학교가 무대입니다. 함께 피아노를 전공하는 쌍둥이 자매 비비안&줄리엣이 나와요. 원래 동생이 먼저 피아노를 좋아했고 언니는 덩달아서 함께 배우게된 상황. 하지만 동생은 아무리 노력해도 기술적으로 충실한 모범생 정도의 평가에 머물지만 언니는 화려한 스타의 영혼을 타고났네 어쨌네 하는 평가를 받고 모두의 주목을 독차지하며 잘 나가는 중이죠. 둘이 함께 줄리어드 음대에도 지망했지만 언니는 합격. 동생은 불합격. 그러니 당연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동생입니다.

 그리고... 사실은 이게 영화의 맨 첫 장면인데요. 이 학교의 피아노 에이스는 따로 있었어요. 그리고 영화 첫 장면에서 연습실 벽에 괴상한 문양들을 잔뜩 그려 놓고 투신 자살했죠. 이 학생이 남기고 간 괴상한 낙서가 담긴 노트를 동생 줄리엣이 줍게 되면서 모두들 예상하실 그런 일들이 착실하게 하나씩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 참신함, 기발함 같은 건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뭐 하나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가 없어요. 

 그런데 그게 괜찮습니다. 설정부터 엄청 고풍스럽잖아요? 음악 학교의 숙명의 라이벌, 열등감에 사로잡혀 고통 받다가 악마와 거래를 하는 2인자. 이런 식으로 케케묵은 이야기를 이렇게 단순무식솔직하게 풀어가는 영화를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아무런 '현대식 업데이트'가 없어서 오히려 신선한 기분까지 들더군요.

 게다가 그 케케묵은 스타일을 보여주는 솜씨가 나쁘지 않습니다. 시시때때로 고전 음악들이 울려퍼지는 예술 고등학교의 풍경과 그 선생들, 학생들 분위기도 좋고. 소심한 모범이었던 주인공이 모처럼 인생 캐릭터 바꿔보려고 몸부림치다가 광기에 잠식되어가는 묘사도 좋구요. 다정했던 자매간의 안타까운 갈등과 파국 같은 소재도 뻔하지만 꽤 괜찮은 고전적 멜로드라마 느낌을 줘요.


 그리고 뭣보다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의 연기와 비주얼이 좋습니다. 딱 이 캐릭터와 이 영화에 어울린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 시리즈(?)가 전체적으로 그렇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들이 와장창 나오는데 대부분 맡은 역할을 적절하게 잘 소화를 해내더라구요.



 - 결론을 내자면... 이 소재(악마에게 영혼을 판 안타까운 예술가 이야기)에 끌리시는 분은 보세요. 나쁘지 않습니다.



3. Black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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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를 당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 사고로 아내를 잃었고 본인은 기억을 잃었죠. 그게 인생 중 일부분의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그냥 인생 전체의 기억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어요. 다행히 소중한 딸과 친구들이 있어서 대략 기본적인 사회 생활은 흉내를 내 봅니다만. 그래도 영 어색하죠. 하루 종일 기억나지 않는 사람의 연기를 하며 사는 기분.

 그러다 뭔가 학계 비공인의 괴상한 스타일 연구를 하는 뇌의학 전문가 아줌마를 만나게 되는데, 이 양반이 시전하는 최면술+VR을 통한 주마등 체험(...)을 겪으면서 뭔가 과거의 기억이 하나씩 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만. 그게 그렇게 아름다운 방향으로 풀릴 수는 없겠죠.



 - 여기까지 줄거리 설명을 듣고 무슨 영화가 떠오르신다면... 뭐 그 영화 맞습니다. 네. 시작부터 끝까지 그냥 '아류' 영화에요.

 그러니까 담고 있는 스토리 자체는 아예 다릅니다만. 어쨌든 다른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당당하게 써먹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80~90년대 한국 영화판이었다면 아마 '그 영화 제목2' 라고 타이틀을 달고 비디오로 전격 출시 됐겠죠.

 그 인용이 너무나 노골적이기 때문에 중반 좀 넘어가는 시점에 빠르게 진상을 밝히고 이후로는 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보면 작가들도 머리를 꽤 굴려본 것 같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아류는 아류라는 거. 원작의 아우라를 넘어서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뭔가 신선한 요소를 첨가한 것도 아니고... 뭐 그렇습니다.



 - 결론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봤어요. 새로 담긴 이야기도 나쁘지 않았고 아버지와 딸 배우의 연기도 좋았구요.

 하지만 좋게 평가해주기엔 '아류'의 흔적이 넘나 강렬해서 그게... ㅋㅋㅋㅋ



4. Evil 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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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은 미국이지만 제작 스탶부터 출연진까지 거의 모두가 인도 '혈통' 사람들이네요. 엄마와 딸이 나옵니다. 엄마는 뭔가 되게 한국스럽습니다. 이제 29살인 딸이 믿음직한 부자 남편을 만나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가 인생 최대의 관심사이고 그래서 계속 선 자리를 갖다 주고요. 딸은 그래도 미쿡물 먹는 젊은이답게 결혼보다 중요한 게 본인의 커리어라든가 이런 생각들을 갖고 있지만... 어쩌다 초갑부 훈남 인도인을 동네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쳐 버리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그 남자에게 차츰 마음을 엽니다. 

 그런데 엄마의 취미 중 하나가 점성술이었거든요. 딸이 진지하게 만나는 남자가 있다는 걸 알고는 상세한 호구 조사와 신원 파악을 통해 그 남자에 대해 알아내는데... 엄마 생각엔 아무래도 이 인간이 대략 30년 전에 자신을 스토킹하던 사이코 전남친의 환생인 것 같습니다?



 - 네 편의 영화들 중 가장 튀는 작품입니다. 일단 기본적인 때깔부터 정서까지 구석구석 인도 영화라는 느낌을 주는 게 가장 크죠. 사실은 미국 영화이다 보니 쓸 데 없이 영어로 대화하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지만 일단 겉보기엔 그렇구요. 그래서 그런지 화면을 잡는 거나 배우들 연기하는 거나 뭔가 다 좀 평소 보던 헐리웃 작품들이랑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설퍼 보이는 구석도 종종 있지만 전 그냥 '독특하니 좋구먼' 하고 봤지요.


 근데... 사실 그게 영화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처음으로 뭔가 심각한 벌어질 때 쯤에 런닝타임을 확인하니 15분 남아 있더라구요? ㅋㅋㅋ 그 전까진 그냥 계속해서 엄마와 딸의 관계를 보여주는 소소한 이야기들 뿐이에요. 구세대 인도 여성과 서양 문물을 접한 신세대 인도 여성의 사고 차이 같은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는 모녀의 모습. 뭐 이런 걸 보여주는 가운데 문득문득 그 새남친 이야기가 끼어드는 거죠.


 그러다 마지막의 의무 방어전 클라이막스가 지나가고 나면... 이제 이 영화의 제작진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좀 노골적으로,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이 됩니다. 상당히 시의적절하면서도, 역시나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솔직한 교훈이죠.



 -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세대가 다른 인도 여성들의 모습이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한국과 닮은 부분이 많아서 공감도 좀 됐구요.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 엄마가 펼치는 작전(?)이 나름 기발하고 재밌었구요. 사실 되게 하찮은데 그래도 영리한 전략이어서 전래 동화 읽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마지막으로 마지막에 전달되는 그 노골적인 교훈도... 맘에 들었네요. 그렇게 직설적인데도 말이죠. ㅋㅋㅋ

 그러니까 결국 '블룸하우스' 브랜드를 붙이려는 핑계로 슬쩍 호러의 탈을 쓴 페미니즘 스릴러물 정도 됩니다. 완성도는 많이 느슨하지만 부가적인 요소들로 벌충(?)을 해서 그냥 적당히 만족스럽게 봤어요.




 + 종합 결론.

 '녹턴'은 그 고풍스러움 때문에 맘에 들었습니다. '이블 아이'는 만듦새가 영 느슨하지만 결말부가 그럭저럭 맘에 들어서 최종 인상은 괜찮았구요.

 '블랙박스'는 이 시리즈 중 가장 현대적이면서 블룸하우스다운 호러지만 동시에 너무 노골적인 카피작이라 좀 애매했구요. '거짓말'은 본문에 적은 그대로 그냥 별로였네요.

 결국 이 앤솔로지 아닌 앤솔로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냥 평타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블룸하우스에서 아마존 측 오퍼 받고선 '도저히 팔릴 가능성이 안 보여서 영화로 못 만들었던 시나리오들 다 꺼내와!!' 라는 식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ㅋㅋ


 아무 기대 없이 걍 킬링타임용 호러 앤솔로지라고 생각하고 보면 본전치기 정도는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중요한 건 그겁니다.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Lie는 정말로 안 보셔도 됩니다. ㅋㅋㅋ



 ++ 유난히도 인종적 배려가 쩌는 기획이었네요. 인도, 파키스탄에 한국인까지 매 작품마다 헐리웃에서 그다지 메이저하지 못한 인종들이 제작의 핵심 멤버들로 활약했거나 극중에 비중 있는 인물들로 출연하거나 그렇습니다. 아. '블랙박스'는 제외해야겠네요. 이건 그냥 흑인들의 영화인데 아무리 흑인이 본토에서 인종 차별의 대상이라 해도 한국의 영화 관객 입장에서 흑인이 메이저하지 않다... 고 하긴 좀 그렇죠.

 근데 '녹턴'에 나온 그 한국인은 실제로 음악 하시는 분이었나 봐요. 인터넷 어디에도 정보가 없는 가운데 (출연작도 이 영화 하나 뿐) imdb의 프로필 사진을 보면 쌩뚱맞게도 바이올린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계신... 영화에선 피아니스트인데요. ㅋㅋㅋ



 +++ 이 영화들 중 대부분이 포스터가 스포일러입니다. 블룸하우스 영화들이 대체로 공식 트레일러가 스포일러 덩어리이기로 유명한데, 얘들 일부러 이러는 걸까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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