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na Ringo 님의 글입니다.

2011.01.28 20:32

DJUNA 조회 수:6159

안녕하세요. Shena Ringo 입니다.

수요일 저녁부터 지금까지 간간히 눈팅을 했습니다.

5년간의 습관을 하루 아침에 끊는다는건 아무래도 힘든일이니까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착한척을 하려는것도, 누구를 보호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꽤나 단순한 사람이기 때문에, 글 뒤에 다른 뜻을 숨기는 것도 잘 못합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언변이 참 딸리거든요.

재수없어 보인다면, 죄송합니다.

그래서 수고스러우시겠지만, 제 단어에 중의적인 표현이 없다는 염두를 두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저는 요립님 때문에 탈퇴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지막 글 때문에 모든 글을 다 지운 것도 아닙니다.

그냥 막연하게 아..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지.. 라고 생각해왔었습니다.

그건 6개월도 더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글 삭제는, 탈퇴를 하고 나면 제가 쓴 글이지만 제가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운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듀게에서 한참 글이 올라오는 잘잘못 가리기는 제가 참 다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여러분의 놀이터를 방해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그래서 앞으로 더더욱 돌아오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듀게가 변했다는 얘기는 해마다 조금씩 변형해가며 나왔던 얘기지요.

하지만 그 변한것이 대세라면, 그리고 제가 그 속에 속해있다면, 감당하고 붙어있든지 조용히 물러나던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후자쪽을 택했고요.

 

이미 저도, 듀게가 변하게 한 장본인입니다.

정치 얘기를 할 수도, 뉴스에 대한 분석과 비판도 서툴렀던 저는 일상 얘기들밖에 할 얘기가 없었거든요.

게시판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저 하고 싶은대로 글을 썼어요.


그리고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어느 분을 탈퇴에 이르게 한 나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저에게 등을 돌리셨지요. 압니다.

 


요립님을 향한, 그리고 저장된(구글에서 찾을 수 있다는 말에 저도 한번 검색을 해봤습니다. 좀 놀랍더군요) 글에 나온 그 분께도

억하심정은 없습니다.

다만 그 상황이 좀 쌩뚱맞고 어리둥절 했을 뿐이지,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거나 그 분들이 정말 싫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비만? 아. 저도 압니다.  그건 정말. 여러분이 제게 비만이다 하셔도 제가 만족하면 그만이고,

여러분이 더 빼실 필요 없다고 해도 필요가 하다면 빼겠죠.

논의가 비만으로 튀는건 좀 의외였지만, 말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 그냥 잠자코 있어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길게 살아온 인생은 아니지만 요 근래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맞고 옳은 것이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

기본적인 생각에서부터 인간관계에 비롯한 그 어떤 상황들 마저도 절대적인것이 없다는 것.


그래서 한발짝 물러나서

a라는 사람이 a라는 생각을 하듯, b라는 사람은 똑같은 상황에서 b라는걸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제가 a생각과 b생각을 모두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릇은 못되지만, 다르게 생각한다고 해서 손가락질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오늘만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요일부터 지금까지 제가 멀리서 지켜본 바로는 듀게의 곪은 상처가 터졌는데, 그저 터지기만 했습니다.

여기서 누가 잘못하고 잘했는지는 (물론 그게 아주 쓸데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보다는 그 상처를 어떻게 하면 아물게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얘기가 오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반창고를 붙이는 사람은 없고 흘러내린 고름을 손가락질 하며 너때문에 터졌네 하고 서로를 비난합니다.

저는 그래서 슬픕니다.

그리고 지금와서 생각하면 그 고름이 터지게 한 사람이 저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게시판에 글 좀 많이 쓰고, 여기저기 기웃거려서 이름 좀 알려진 회원의 잘난척 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두에게 더욱 더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를 멀리서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2011년 1월 28일 울산에서 Shena Ringo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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