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지요.



 - '마리아'는 정치인 빠돌이 남편과 토끼 같은 딸래미 하나를 키우며 사는 섹시 전업 주부입니다. 남편이 정치인 팬질을 너무 열심히 한다는 걸 제외하면 삶에 별다른 불만은 없죠. 뭐 살고 있는 집 상태를 보면 정치인 팬질 하면서도 남편이 돈은 넘치도록 잘 벌어오는 듯 하구요.

 하지만 마리아의 정체는 전직 프로페셔널 킬러 '릴리'. 그것도 흉악한 범죄 조직에 소속되어 활동하던 원탑 절대무적 최강의 킬러였습니다. 사람 죽이는 일에 질려서 & 어린 아이를 사살하라는 임무에 빡쳐서 조직을 배신하고 도망가서 죽은 척하고 새 삶을 살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조직 본거지가 있는 동네에서 태연하게 자리 잡고 사는 무신경함 덕에 결국 그들과 우연히 마주쳐 버리고, 새 보금자리는 철저하게 파괴됩니다. 이제 우리 마리아찡이 그 놈들 다 죽일 일만 남은 거죠.



 - 보시다시피 필리핀 버전 '킬빌'입니다. 보스 백인 남자 생김새도 좀 빡세게 우겨 보면 '빌'을 흉내낸 거라고 주장해볼 수 있겠고. 중간 보스들마다 섹시 여자 경호원을 끌고 다니는 조직원들의 비현실적 모습들도 그렇고... 뭐 그걸 숨기려고 하지도 않아요. 마지막 일당백 액션 장면을 킬빌의 유명한 테마곡을 대놓고 패러디한 것 같은 음악을 깔고 시작하거든요. ㅋㅋ



 - 아시아 쪽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기술적으로 상당히 깔끔하고 훌륭합니다. 화면 때깔 좋고 사운드 좋고 연출도 기본 이상은 하구요.

 하지만 스토리는 뭐... 그냥 '옹박'과 한국 영화 '아저씨' 이후로 정착된 리얼하게 꺾고 비틀고 찌르는 액션물의 평균적인 스토리들을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냥 액션의 동기를 부여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않아요. 주인공의 상실감을 보여주려는 장면들이 여러번 등장하는 성의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게 절절하게 와닿느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암튼 뭐 길게 얘기할 게 없습니다. 흔한 B급 액션 영화용 스토리이고 나름 신경쓰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게 무색하도록 헛웃음이 나오는 장면들도 많고 그래요.


 그래서 이런 영화를 굳이 골라서 보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길 부분, 그러니까 액션 장면들을 말하자면, 꽤 준수합니다. 이제 이런 식의 오도독 소리 나도록 관절 꺾고 비틀며 빠르게 베고 찌르는 동양 무술 액션도 하나의 하위 장르가 되어 버렸고 그 안에서 수작들이 많이 나왔기에 '훌륭하다!'는 말까진 못 하겠습니다만.



 - 종합적으로 그냥, '아저씨' 같은 스타일의 액션을 여성 버전으로 보고픈 분들. 특히 B급 액션 영화들을 두루 보시면서 그냥 '액션만 좋으면 됐지 뭐'라는 기준으로 만족도를 결정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한 킬링 타임용 액션 영화입니다. 그 이상은 절대 아니구요.



 그럼 이제 또 전혀 안 중요한 뻘소리들.


 - '올드보이'의 한 장면... 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겠네요. 장도리 액션 장면을 흉내낸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오리지널(?)만큼 인상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헐리웃 리메이크판 올드보이의 장도리 장면보단 훨씬 나아요. 정말 그 장면은 왜 그렇게 찍어 놨는지... 뭐 애초에 완성도 자체가 미스테리인 영화이긴 합니다만.


 - 공들여 연출돼서 꽤 볼만한 육탄전 장면들과 달리 총을 쓰는 장면은 많이 아쉽습니다. 육탄전 연출과 마찬가지로 스피디하게 척척 적을 제거해나가는 걸 보여준다는 건 좋은데 아무래도 주인공이나 적들의 폼도 좀 어색하고... 근데 클라이막스가 보스전 직전까지 내내 총질이에요. ㅋ


 - 주인공이 습격을 당하고 복수에 나서기까지 대략 30여분이 소요되는데, 그동안의 심심함을 커버하기 위해 악당 조직들의 악행을 보여줍니다만... 이게 이 영화에서 가장 별로인 부분이었습니다. 악당들의 무시무시함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는 알겠지만 쓸 데 없이 잔인해서 '지금 이걸 재미 포인트라고 넣어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보기 불쾌하거든요. 아니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납치를 해왔으면 일단 물어보고, 대답 따라 몇 대 쥐어패가며 답을 듣든가 해야지 아무 질문도 없이 반죽음으로 팬 다음에 손톱 뽑고 나이프 하나 몸에다 박아 넣은 다음에 시작하는 건 뭡니까. 게다가 그런 다음에 질문 장면은 또 그냥 안 보여줘요. 그냥 잔인한 걸 보여 주고 싶었을 뿐이라는 얘기고 그런 태도가 좀 불쾌했습니다.


 - '죽음 앞엔 모두가 평등하다'는 걸 영화 전체를 통해 설파하는 철학적인 영화가 되겠습니다. 극중 비중에 상관 없이 죽을 사람들은 모두 한 방에 죽어요. 우드득! 사망. 탕! 사망. 푹! 사망. 죽기 전에 일생 회고하며 일장연설할 기회가 주어지는 캐릭터도 없고 죽는 순간 슬로우 모션도 없고 클로즈업, 반복 재생도 없습니다. 클라이막스에선 한 시간 사십분동안 강자 포스를 풍기며 똥폼 잡던 캐릭터가 주인공과 마주치고 1.5초만에 사망 처리되는데 얼굴도 제대로 안 보여주고요. 특히 어떤 인물의 사망 장면에선 정말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을 정도. 옆에서 빨래 개시던 가족분에게 일부러 다시 재생해서 보여드리기까지 했습니다. ㅋㅋㅋ


 - 글을 읽었으면 짐작이 되시겠지만 꽤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너클 겸 단도로 디자인된 물건을 이용한 난투극이 메인이거든요. 특별히 잔인하지 않은 장면에서도 뼈 부러지는 소리가 쓸 데 없이 크게 나와서 좀 움찔움찔하구요. 성적인 장면은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베드씬은 아예 안 나오고 주인공의 샤워씬 정도가 가장 노출이 높은 부분인데 가릴 덴 다 가린 데다가 분위기도 야시시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에요.


 - 깜찍(?)하게도 마지막은 후속편 떡밥으로 마무리됩니다. 아직 몇 명이 덜 죽었거든요. 역시 킬빌이 되고 싶은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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