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레 & 어머니 글5

2018.07.11 14:51

sublime 조회 수:403

1. 들레와 주말에 서점에 갔었습니다.

 "암을 낫게 하는 치유식"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는
암, 치유식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더니
저거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사다 드릴까? 할머니 할아버지도 암에 걸렸을 수도 있잖아! 라고 하더군요.

2. 잠이 안 오는지 한참을 옆에 누워서 뒹굴뒹굴 하다가
워너원이 너무 좋아서 같이 살아야겠다며,
워너원 11명,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 들레 이렇게 16명이서 살아야 하니까
몇 명은 화장실에서 살아야할 수 도 있겠다 그치. 라고 하곤 혼자 웃네요.

3. 누구네 동생이 귀엽고 장난꾸러기고 라며 이야기하길래

들레도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 하니까
아니. 난 오빠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라고^^
'엄마가 지금 당장 낳더라도 언니나 오빠는 낳을 수 없어' 했더니

그러면 '나는 언니, 오빠는 가질 수 없는거야?' 라고 해서
'대신 오빠는 니가 만들수 있지! 엄마처럼 나중에 오빠랑 사귀면 되지'라고 했더니

뭘 알고나 그러는지 배시시 웃다가 이내 잠이 드네요.


4. 아. (저에게 어머니에게, 그리고 어쩌면 몇분에게도 ) 좋은 소식!

어머니께서 여러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오랜 절필(?)기간을 뒤로 하고,

다시 글을 쓰신답니다.

아직은 저한테 안 보여주시는데 조금 모이게 되면 다시 나눌 수 있도록 할게요.!


아래 글은 재작년 식당에서 다치셨을 때 쓰신 글입니다.

이 글을 보니...

어머니 아들 회사는 억지로 술 먹이는 사람이 없다는 것, 아들이 좋아서 마시다가 매번 저런다는 것은

저만 알고 있어야 할 듯 합니다.


<어미새>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졌다. 뒤따라 내려오던 남편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팔을 뻗어 잡을 수도 없었다.

'어' 외 마디 지르는 사이 나는 마룻바닥에 굴러 신음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왼쪽 손목이 골절되었다. 다친 부분이 검푸른 색으로 변하면서 퉁퉁 부어올랐다.

놀라고 아프기도 했지만 내 입에서는 먼저 감사합니다. 하는 말이 나왔다. 머리를 다치지 않아 감사하고 오른손이 아니어서 감사했다.

나이가 들면 행동은 느리며 침착하게, 말은 깊이 생각하라고 수없이 들었지만 타고난 성품은 어쩔 수 없이 급하다. 전화가 오면 거실에서도 뛰어간다.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전화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는 나에게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사고라는 경고였나 싶다.


이제는 계단을 내릴 때면 벽을 잡고 천천히 내려간다. 작은 돌부리에도 조심이 되며 몸을 많이 사리게 된다.

깁스했으니 집안일은 물론이고 텃밭에 풀 한 포기도 뽑을 수가 없어 남편 혼자서 햇빛을 등에 업고 콩밭을 메고 있다. 그늘에 멍히 앉아 있는데 송구스러워 의자를 들고 밭 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바람 한 점 없는데 콩잎이 흔들린다. 가만히 살폈더니 아직 날개가 자라지도 않은 어린 새 한 마리가 혼자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사람 소리에 놀란 새는 퍼드득 거리며 달아나고 싶지만 날지를 못한다. 여린 날갯짓을 하며 땅을 친다. 그러나 날지 못하고 비척비척 몇 발자국 걸어 다시 날개를 펴 땅을 친다.

발을 떼나 싶더니 곧바로 머리를 박고 꼬꾸라진다. 숨이 차는지 콩밭 그늘에 앉아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숨을 헐떡인다. 도와주고 싶었다.

살며시 들어서 나무 그늘에 데려다 놓으려고 일어서는데 저만치 나뭇가지 끝에 앉아 새끼의 모습을 지켜본 어미 새는 사뿐 날아와 새끼 가까이 다가가 날아본다. 이렇게 날아 보라는 듯이, 엄마를 따라와 보라는 듯이.

어린 새는 헐떡거리는 가슴을 안고 푸드득 푸드득 거리더니 훌쩍 날았다. 다시 어미가 자리를 옮겨 날아간다. 어미를 따라 안전을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날지 못하는 새끼를 두고 떠날 수가 없어 사람이 보는 앞인데도 용기 내 새끼를 구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13년 전 아들은 회사에 첫 입사 해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출근한다. 고달픈 사회생활을 배워가고 있다.

직장이란 한 울타리 안에서 행동이 같아야 하고 윗사람 눈에 벗어나지 않고 능력 인정받으며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력으로 견디어 내어야만 단체 생활을 할 수 있다.

술자리는 피할 수 없는 하루의 일과다. 술을 이기지 못해 토를 하고 힘들어하는 아들 침대 곁에 서서 지켜본다. 마음이 아프다. 어미 새 만큼 용기내 생활 전선에 뛰어 들지 못한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엄마라는 사람이 경제적인 도움이 전혀 되지 못하고 아는 게 없으니 힘들어서 자존심에 이런저런 변명만 늘어놓았다. 남편에게만 의지하며 살아온 나의 삶은 용기 있는 삶이 되지 못하고 지혜로운 삶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투정은 혼자 다 부렸다. 하지만  두 아들은 무능한 엄마를 닮지 않고 자녀를 위한 길이라면 어떠한 것에도 부딪혀 보겠다는 용기 있는 아들들이 되어 성실한 일꾼이 되어 준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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