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이채연, MAMA번개)

2018.12.13 05:30

안유미 조회 수:1444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가끔 이런 생각도 해요. 불면증 환자라도 졸릴정도로 놀고 돌아오는 길에 쓰러져버리는 거죠. 그리고 날이 밝아오기 전에 길에서 동사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아니 뭐, 언젠가는 인생이 끝날 거잖아요? 영원히 살 것도 아니라면 기분좋고 피곤한 상태일 때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도 나름대로 최선일 거란 말이죠. 


 왜냐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봐야 내게 뭐가 있겠어요? 빌어먹을 숙취...빌어먹을 주식시장...빌어먹을 해장 메뉴...뭐 그런것들과 마주해야 할뿐이잖아요. 그런 꼴도 보기 싫은 것들을 넘겨 버리고 괜찮은 기분 그대로 사라지는 것도 나쁘지 않죠.


 아 하지만 이번주는 예외였어요. 월욜과 오늘은 택시로 집앞까지 들어온 다음에 쓩하고 들어왔죠. 평소에는 택시 기사가 귀찮을까봐서 주택가까지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냥 역 근처쯤에서 내려달라고 하고 걸어들어와요. 나는 착하니까요 헤헤. 하지만 이번주는 그냥 왔죠. 아이즈원이 나온 MAMA 영상을 받아보려고요. 다른 녀석들은 대충 넘기고 아이즈원이 나온 부분만 집중적으로 보는데 요즘 아이즈원은 주인공은 이채연이구나...라고 주억거리게 돼요. 이채연이 천하에 그녀의 솜씨를 마음껏 피로하는 걸 보니...예전에 쓰다 만 이채연 일기나 마저 쓰고 자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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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이채연...그녀가 또 오디션 바닥에 나타났다는 걸 듣고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녀에 대한 연민이라기보단 그녀의 존재 자체...그녀가 화면에 비칠 때마다 거북해질 내 기분이 떠올라서요. 어차피 안 될 일을 열심히 붙잡고 있는 사람을 볼 때의 거북스러운 기분 다들 알잖아요? 도와줄 가치가 있지만-도와줘야만 하지만 망설이다가 결국 내가 도와주지는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이 눈에 띈다면 그건 나 자신이 너무나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드니까요.


 '이봐 이채연, 이제 그만 둬. 네가 자꾸만 눈에 띄면 너 자신도 불편하고 너를 봐야 하는 사람들도 불편하다고. 모든 사람과 너 자신을 불편하고 슬프게 만드는 거...그게 네가 바라는거야?'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도 들었어요. 



 2.그야 그녀가 해온 노력은 보상받을 가치가 있는 거예요. 누군가는 그녀에게 그녀가 해온 노력들을 보상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죠. 그러나 그게 나는 아닌거예요. 누군가가 그녀를 도와주긴 도와줬으면 좋겠지만 그녀를 도와야 할 사람이 나는 아닌 것 같은 사람...그런 사람인 이채연을 볼 때마다 나의 마음은 너무나도 무거워지는 것 같았어요.



 3.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1회에 이채연이 나와 멋드러지게 춤을 출 때 트레이너들은 환호했죠. 뻔한 스토리예요. 이런 식으로 이채연의 실력을 띄워 주면서 마치 그녀에게 희망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꾸며대다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인기투표에서 바닥을 치게 되는 패턴일 거라고 생각했죠. 늘 그랬듯이요. 배윤정이 이채연의 춤을 보며 '야! 볼맛 난다!'라고 외칠 때 이렇게 생각했어요.


 '배윤정은 생각이 없는 걸까? 아니면 사람이 너무 잔인해서 저러는 걸까? 앞으로 이채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저러는 걸까?'


 라고요. 어차피 실력 같은 건 중요하지도 않고 외모와 캐릭터만으로 줄세우기가 시작될 텐데, 저렇게 희망을 주는 듯한 언사는 너무하다고 여겨져서요.



 4.휴.



 5.프듀 첫번째 무대 평가 때 이채연의 직캠을 굳이 보지는 않았어요. 그야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엄청난 실력을 보여줬다는 얘기는 들은 참이었죠. 한데 문제는 이거예요. 이채연이 잘 하면 잘 할수록, 실력이 좋으면 좋을수록 나의 기분은 더 불편해지거든요. 도움을 받아야만 하지만 결국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을 사람...그런 사람이 도움받을 가치가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면 증명할수록, 내 기분은 더욱 더 불편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며칠 후 그녀의 직캠을 봤어요. 이 시기에는 나도 춤 강의를 몇번정도 들은 상태라 그녀가 얼마나 잘 하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어요. 탄력과 정확성...FM대로 동작을 수행하면서도 중간중간에 허용된 잠깐의 시간 사이에 자신만의 개성을 끼워넣는 표현력...뭐 그런 것들이요. 


 군무라는 건 그렇잖아요? 그것은 매우 엄격한 군대와도 같죠.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FM대로 튀지 않게 움직여야만 해요. 당신이 군대에 처음 간다면 FM대로 따라가는 것만도 벅찰 거예요. 한데 복무 기간이 긴 군인들은 FM안에서 허용된 한계까지 자유로움을 누리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요. 마치 아무런 지적도 안 받는데도 뭔가 널널하고 여유롭게 군 생활을 하는 군인처럼, 이채연도 정확한 동작과 동작 사이사이의 아주 짧은 틈 안에서 개성과 자유를 누리며 무대를 하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화룡점정으로 보컬 능력까지 과시하고 무대를 끝냈죠. 


 이채연이 저렇게 잘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라고 주억거리다가 슬퍼졌어요. 왜냐면...이건 꽤나 궁예겠지만, 이채연 본인이 더 잘 알거잖아요. 본인이 실력은 좋은 못난이로 분류된다는 거요. 그런데 노력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요? 노력을 할 맛이 나야만 하게 되는 게 노력이예요. 난 잘난 놈들이 노력하는 걸 봐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왜냐면 걔네들은 본인을 위해 노력하는 거잖아요? 자기가 잘 되려고 하는 거고 자기가 잘될 것 같으니까 하는 건데 그걸 보고 감동할 이유도 없고 감탄할 이유도 없는 거죠. 노력 따윈 모티베이션만 주어지면 누구나 열심히 하게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안 될 지도 모른다...노력을 해봐야 아이돌은 무리일지도 모른다...라는 부정적인 마음을 안고도 매일 노력을 한다는 거...이건 엄청난 거거든요. 불안, 불안, 불안...온몸을 옥죄는 듯한 불안을 느끼면서도 저렇게 잘하게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이채연이라면 에리이 옆에 세워놔도 될 만큼 특별한 사람이 아닐까...라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6.사실 프로듀스101 시리즈가 다 그렇잖아요? 마음에 최고로 드는 연습생이 한 명 있고, 다른 녀석들은 내가 좋아하는 연습생 옆에 세워두기에 괜찮은 녀석인가를 기준으로 고르게 돼요. 내가 좋아하는 연습생과 같은 팀에 두면 시너지나 이익이 나는지...내가 좋아하는 연습생과 비빌 급이 되는 녀석들인지...그런 점들 말이죠.


 이채연이라면 에리이와 같은 팀에 두어도 좋다...팀원에게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줄 존재다...라고 여기게 됐는데 문제는 그 다음에 에리이가 떨어졌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프듀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어요. 다만 중간중간 체크해 보니 이채연은 제법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어요. 한 그룹에 한명정도 허용되는 '실력픽'이미지를 챙겨간 모양이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저러다가 마지막 순간에 배신당하는 전개가 기다리고 있는 거겠지...싶어서 또다시 씁쓸했어요.



 7.그리고 막방날, 이채연이 12위로 간신히 합격하는 걸 봤어요. 그야 다른 연습생도 그랬지만 이채연 역시 오열하고 눈물을 뿌리고...하긴 뭐 당연하죠. 모두에게 스스로의 인생은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거니까요. 


 스스로에게 스스로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건 당연한 거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집중해서 봤어요.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사람인지가 궁금해서요. 특히 배윤정을요.


 왜냐면 한쪽 입만으로 웃는 것이 습관화된 배윤정에게 진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건 어렵거든요. 이것도 궁예일지 모르겠지만 습관적으로 한쪽 입만을 써서 웃는 인간들은 진짜로 웃는 것에 정말 인색하니까요. 이건 개인적인 분석이지만, 한쪽 입만으로 웃음을 짓는 건 일종의 방어기제예요. 배윤정이 뭔 이유로 한쪽 입만으로 웃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래서요. 그리고 배윤정의 썩소는 매우 철저하게 지켜지는 썩소죠. 그걸 부수려면 배윤정을 매우 감동시키거나 매우 어이없게 만들어야만 해요.


 프로듀스48에서 배윤정이 양쪽 입을 써서 제대로 웃는 걸 12화 전까진 딱 한번 봤어요. 에리이가 말도 안 되는 붐바야 춤과 랩을 할 때요. 그때 양쪽 입으로 웃은 것도 기뻐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었던 거니...내게 기억나는 분량 안에서 배윤정이 이번 시즌에 진짜로 웃은 건 이채연이 12위로 붙었을 때뿐인거예요. 



 8.뭔가 더 길게 쓰다가...졸려서 다 지우고 이만 써야겠네요. 쓰다 만 부분은 다른 프듀 글에서 슬쩍 끼워넣으면 되겠져.


 그야 이채연이 하고 있는 건 뭔가 더 대단하고 빛나는 꿈을 이루는 거다...라고 칭송하려는 건 아니예요. 이채연 또한 본인의 욕망을 실현하며 사는 것 뿐이죠. 다만 나와 다른 점은 이채연은 누군가에게 인스피레이션을 주며 살아가고 있고,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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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날은 어딘가의 어딘가에서 방잡고 MAMA를 볼 예정인데...연말 모임 겸 해서, 와서 한잔하면서 같이 보고 놀 분 있나요? 올분있으면 목요일 밤 10시까지 쪽지주세요. 조식 먹고 돌아갈지 어떨지 여부도 써주세요. 예약할때 사람수 추가하게요.


 이건 다른 얘긴데, 일본 MAMA에서 다음 프로듀스101이나 엠넷 오디션 얘기가 안나와서 불안해요. MAMA에서 다음 시즌 프듀를 홍보하는 게 연례행사가 된 줄 알았는데...홍콩 MAMA에서 하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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