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러콘을 아나요? 아일랜드의 민속전설에 등장하는 요정이예요. 그 요정은 어딘가에 황금을 잔뜩 숨겨놓고 있어서 모두가 레프러콘을 만나고 싶어하고 잡고 싶어한다죠.


 그야 모두가 살아가면서 레프러콘과 만나보고 싶겠지만...그건 꽤나 힘든 일이죠. 최근에 레프러콘을 만난 사람들을 말해보라면 아이즈원 멤버들일거예요. 그들은 확실히 레프러콘을 만난 것처럼 보이거든요. 데뷔하기도 전에 이미 광고 세개에 매니지먼트 팀에서 매일 떡밥을 살포해주고 미친 듯이 돈을 바른 티저를 난사하고 있죠. 그들의 데뷔 쇼케이스를 가려면 5만원 가까이 내야 하고요.


 그리고 사람들은 말하죠. 이게 5만원 이하로 아이즈원을 영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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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여러분은 방송이란 것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방송은 곧 광고예요. 내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그렇거든요. 방송의 모든 부분이 곧 광고인 거라고요. 광고 시간이 아닌 시간에도, 사실 방송 채널이란 건 매순간 그곳에 송출되는 것을 광고하는 매개체죠.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광고 프로그램 시간에 나가는 진짜 광고'는 '광고가 아닌 정식 편성 프로그램'보다 광고 효과가 낮다는 점이예요. 왜냐면 그렇잖아요? 대놓고 '이건 광고다.'라고 써붙이고 나오는 건 복싱에서 펀치를 날리기 전에 미리 예고해주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방어할 틈을 줘버리니까요. 사람들이 이게 광고인 걸 모르고 봐야 더욱 먹혀드는 법이지 광고가 기획된 광고인 걸 인지하고 보는 순간, 의심이 생기고 믿음이 희석되거든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없는 거죠.



 2.마리텔 파일럿 방송에서, 첫 회 우승자에겐 5천만원에 상당의 무언가를 주겠다는 예고가 있었죠. 그야 5천만원의 현금일 리는 없고 그게 무엇일까...라고 다들 궁금해했어요. 그리고 그건 약 1분가량의 자기PR시간이었어요. 좀 김이 새긴 했지만 mbc 딴에는 1분간의 방송송출권을 파는 데 5천만원의 가격을 매길 수 있으니...그 시간대에 1분의 자유시간을 주는 게 5천만원이란 건, 뭐 아주 설레발은 아니었죠.


 그래요. 그만큼 방송의 힘과 가치는 엄청난 거거든요. 백종원의 프로그램인 푸드트럭, 골목식당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방송을 한번 타면 파리날리던 곳에도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루곤 하죠.


 그러니 방송 프로그램이란 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드라마 하나만 봐도 그 드라마의 가치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죠. 시청자에게는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겠지만 광고비를 많이 따기 위한 목적,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 방송사의 자존심을 드높이기 위한 목적, 이어지는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견인하기 위한 목적 등등...드라마 프로 하나에만도 여러 측면이 있을 수 있는 거예요. 쳇, 서론이 기네요.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죠.


 

 3.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어떨까요? 이것도 여러 측면에서 해석을 내릴 수 있겠지만 내게는 이게 매우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예요. 프로듀스101은 엠넷의 권위와 방송권력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여기거든요. 프로듀스101은 단순히 재미있는 예능이어선 안 돼요. 프로그램 자체가 흥하는 건 단순히 1페이즈일 뿐이고 2페이즈 또한 중요하죠. '현실과의 밀접성'말이죠. 예능 프로그램이 낳은 아이돌 그룹이 현실 세계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과시하는 것...거기까지 성공시켜야 프로그램의 성공이 완료되는 프로그램이니까요. 그것이 아이돌 지망생들에게 있어 마치 레프러콘과 같은 존재감을 발산하는 거죠. 


 프로듀스 101을 한마디로 설명해 보라면, 6개월 전에는 아무도 몰랐던 소녀가 6개월 후 국민은행 CF를 찍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광경...신데렐라가 탄생하는 광경을 모두에게 보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죠. 이전 시즌 데뷔멤버들이 잘나가는 걸 봐버린 연예인 지망생들에겐 프로듀스101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잡고 싶어하는 레프러콘이 되는 거죠.


 

 4.휴.



 5.이건 인지상정이죠. 프로듀스48은 단순히 예능의 측면을 가진 방송이 아니라 사실상 2시간 30분짜리 cf의 측면도 있거든요. 엠넷의 금요일밤 프라임타임에 무명의 소녀들을 광고해주는 걸 매주 2시간 30분씩 해주는 것과 같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광고라는 건 하나당 15~25초 사이에 끝나요. 말하자면, 대중에게 무언가를 홍보하는 데는 20초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거죠. 그러니 방송 시간의 1분 값어치가 5천만원 값을 한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예요. 그런데 금요일 밤 엠넷의 프라임타임 1분이 엠비씨의 파일럿 프로그램의 1분과 과연 같을까요? 트렌드의 정점을 달리는 엠넷의 프라임타임에 누군가의 긍정적인 모습이 방송으로 1분 나간다...? 이 1분은 고작 5천만원 받고 팔아먹을 1분이 아니예요. 수십억의 가치도 있죠. 


 생각해 보세요. 이미 데뷔도 했고 몇년간 열심히 활동도 했는데도 아무도 존재를 모르던 여자가 프로듀스101에 나와서 20초만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즉시 검색어 1위에 오르잖아요. 온갖 연예기획사들이 소속사 아이돌을 미치도록 알리고 싶어하고 기억시키고 싶어서 몇년간 프로모션하고 생쇼해봤자, 엠넷이 던져주는 20초만도 못한 거예요. 


 그러니까 프로듀스 시리즈는 본방송으로만 쳐도 매주 2시간 30분씩 광고를 때려주는 홍보의 장인 거예요. 아이돌 지망생이라면 누구든 나가서 좋은 분량을 따내고 싶은 쇼인 거죠. 


 사람들은 자신의 픽이 분량이 적다고 뭐라고 하지만...어쩔 수 없죠. PD의 입장에서도 cj의 입장에서도 이 쇼는 망하면 안 되는 쇼거든요. 다른 적당한 서바이벌처럼 '잘 되면 좋고 망하면 어쩔 수 없는'쇼가 아니라 무조건 성공을 시켜야만 하는 쇼예요. 2시간 30분의 방송시간동안 방송의 흥행에 필요가 없는 요소는 나올 수가 없는 거죠. 가엾고 절박해한다는 이유로 이 연습생 20초 나오게 해 주고 저 연습생 20초 출연시켜 주고 할 수는 없는 거예요. 


 왜냐면 이 쇼는 적어도 최종 데뷔조 12명에게만은 확실한 황금 동아줄...레프러콘이 되어줘야만 하는 임무를 띄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더욱 미치게 만들고 데굴데굴 구르게 만들어야 해요. msg를 최대한 때려넣어서 감정을 극한까지 몰아가야 한단 말이예요. 프로듀스101이 너무 잔인하다고들 하지만...이걸 조금이라도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간 최종 12인에게 몰빵되어야 할 화력이 최고조에 이르지 못하거든요. 그러니 흥행성이 있는 출연자...자극적이지 않아도 특별하거나 아주 자극적인 출연자만이 분량을 따낼 수 있는 거죠.



 6.프로듀스48 중간쯤엔 슬슬 일본 멤버들도 이게 레프러콘이라는 사실을 감잡았던 것 같아요. 조금 이름있는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거라고 여기는 듯하던 친구들도 2차 입국 때부턴 미친듯이 다이어트를 하고 입국했던 걸 보면요. 타케우치 미유는 임요환이 테란을 플레이하듯 아예 커맨드 센터를 옮겨버릴 작정인 듯 했고요. sns를 한글로 도배하고 매일 물을 3리터씩 마시며 일주일에 다섯 번 헬스를 갔다죠. 뭐 당연하죠. 아무리 무명 생활을 7년 했어도 기회라는 게 왔다고 느끼는 순간, 인간은 미친듯이 노를 저을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흥행을 더더욱 바라는 거예요. 왜냐면 프로듀스시리즈의 그룹이 잘나가면 잘나갈수록, 프로듀스101은 점점 더 거대한 레프러컨이 되는 거니까요. 잡기만 하면 황금 다발이 약속된 레프러컨 말이죠. 그러면 다음 시즌에서 더욱 더 뛰어난 자원들이 모이고 그들이 더욱 더 간절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들을 살리기 위해 더욱 더 광기를 띄는 군중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고요. 아웃풋과 인풋의 순환구조를 반복해가며 점점 더 거대해지는 광기를 목도할 수 있는 거죠. 언덕을 굴러내려가는 눈덩이가 계속 커지듯이요.



 7.뭐 어쩔 수 없어요. 광기의 크기는 욕망의 크기에 비례하고 욕망의 크기는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니까요. 나는 사람들이 욕망이 없다고 말하는 걸 안 믿거든요. 자신에게 욕망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재주를 부려봤자 레프러컨을 만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죠. 달관한 척이라도 하면 좀 나아 보일테니까요. 그러나 일반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동아줄 하나만 내려와주면 그걸 잡고 하늘까지 갈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예요. 다른 건 다 갖춰졌고 이제 동아줄 하나만 있으면 되는 사람들...그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동아줄을 잡고 싶어하는 법이거든요.


 어쨌든 내가 다른 서바이벌 프로보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그거예요. 현실과의 밀접성이요. 현실과의 밀접성이 너무나 커서 프로듀스101이 2시간 30분짜리 예능인지, 2시간 30분짜리 광고인지 내겐 헷갈릴 정도거든요.


 

 8.그야 이건 cj의 자본력과도 관계있긴 해요. 전에 썼었죠. 에리이는 뜨고 싶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프로듀스48 데뷔조에 들기만 하면 된다고요. 그 황금 마차에 타기만 하면 그 다음엔 온갖 편의가 마련되어 있다고 말이죠.


 장원영이 최종 12인에 뽑히니 일어난 일을 보세요. 원래 검색순위 1위였던, 데뷔 20년이 넘는 동명이인 배우를 하룻밤 사이에 밀어내고 네이버 검색 1순위에 뜨잖아요. 아니 뭐 장원영이야 워낙 대단한 인재고 동명이인도 적으니 그럴 수 있다고 쳐요. 한데 김채원도 이제는 네이버에 치면 대한민국의 모든 김채원을 제치고 1순위에 뜨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김채원이라는 흔한 이름으로 태어나서 네이버 검색결과 1순위를 차지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말이예요. 당신이 누구든, 김채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건 어려운 미션이예요. 


 하지만 방송에는 무명 연습생이던 김채원이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김채원을 한순간에 제쳐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죠. 김채원이 일반적인 아이돌로 데뷔했다면 힘들었거나 불가능했을 일이죠. 



 9.이쯤되면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프듀 찬양인거야?'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죠. 하하, 프듀 찬양을 하려는 게 아니라 광기의 극한을 구경하고 싶어서 그래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프로듀스 시리즈가 대단해지면 대단해질수록, 동아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광기를 자극할 거란 말이죠. 


 아직 프듀에 안 나오는-못 나오는 게 아닌-콧대 높은 연습생들도 프로듀스의 잔칫상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런 생각을 품게 될 거란 말이예요. '저런 덜된 놈들도 CJ의 동아줄을 잡으면 저렇게 높이 올라가는데 내가 저 동아줄을 잡는다면? 나라면 하늘 끝까지 갈 수도 있어.'라는 생각 말이죠. 아직도 프듀에 안 나오는 인재들을 몽땅 뛰어나오도록 만들기 위해선 이 쇼의 잔칫상이 더욱 더 커져야 하는거예요.


 물론 이 프로그램의 흥행력도 언젠가는 빛이 바래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광기의 정점을 한번쯤은 보고 싶단 말이예요. 남자 버전 프로듀스101에서 sm, yg, jyp 연습생들과 중국 쪽 연습생들이 총출동하는 시즌이 되면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게 되겠죠.


 많은 사람들이 내가 여자판 프로듀스101을 좋아할 거라고 여기나보더군요. '여은성님은 남자판 프듀도 보세요?'뭐 이러면서요. 하지만 그건 나를 잘못 이해한 거예요. 내가 보고 싶어하는 건 쇼 자체가 아니라 쇼 때문에 돌아버리고 만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보고 싶은 것...광기의 극한을 보려면 프로듀스 시리즈의 남자 시즌이 나와야만 하죠. 아무리 여자 버전 프듀가 대단해봤자 남자 버전 프듀의 광기에는 못 미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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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일기에 언젠가는 프듀 시리즈의 성공을 바라는 개인적인 이유를 써보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썼네요. 뭐 프로듀스 2시즌의 광기도 제법 괜찮았지만 충분하지 않았어요. 그보다 더한 광기를 보고 싶어요.


 레프러콘을 잡고 싶어서 미친 소년들과, 자신이 사랑하는 소년에게 레프러콘을 안겨주고 싶어서 미쳐버린 여자들...그들이 벌이는 최고의 빅쇼를 너무나 보고 싶단 말이죠. 그녀들이 석달간 벌일 최고의 돈잔치, 최고의 마타도어, 최고의 이간질...너무 기대돼요. 안준영과 엠넷이 해낼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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