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6 09:49
1.
저희 어린이는 1월생입니다.
그래서 12월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을 받고, 할머니가 주는 선물을 받고, 다시 1월에 생일 선물들을 받으면 단기간에 갑자기 장난감이 너무 늘어납니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스킵했는데, 올해는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을 두번이나 (어린이집 한번, 저희가 한번. 물론 어린이집에서 받은건 저희가 보낸 것) 받았기 때문에 생일을 스킵해야 하나 하고 있습니다.
뭐, 아직 자기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아이라서요.
2.
어린이가 한참 토이스토리에 빠졌던 11월말에 버즈 라이트이어를 직구해놨었습니다. 보안관 보다 버즈가 더 좋다고 해서요.
그런데, 그 사이에 어린이가 바다탐험대 옥토넛에 빠져버렸습니다.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을 3개(!) 주실거라고 스스로 단정해버립니다.
헬로카봇이랑, 옥토넛이랑 헬리곱터를 줄거랍니다.
대체 헬로카봇은 보여준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헬로카봇, 헬로카봇 노래 부르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헬로카봇은 할머니가 선물해주기로 했고, 헬로카봇중에 헬리콥터로 변신하는 종류가 있어서 헬리콥터는 그걸로 퉁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옥토넛입니다. 옥토넛에 나오는 탐험선은 A 부터 Z 까지 중에 알파벳 몇개 빼고 다 있습니다. (심지어 에피소드에 등장하지 않은 애들도 장난감으로 출시..)
마트가니까 옥토포드, 탐험선A, 탐험선I 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탐험선I를 제일 맘에 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거 카트에 넣어야 겠다고 낑낑 대면서 들어 올리길래 '착한아이에게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실거야' 라고 이야기 하고 주문을 해놨습니다.
아, 그런데 옥토넛 에피소드에서 탐험선X가 나왔습니다. 그거 보더니 산타할아버지가 탐험선X를 주실거라고 또 지멋대로 단정 짓습니다. 아니야.. 아니라고...이미 탐험선I 는 도착해서 숨겨놨는데..!!
24일에 본 에피소드에서는 탐험선K가 나왔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탐험선K를 주실거라고 또 지멋대로 단정 짓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세상 많은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셔야 해서, 미리미리 준비하시거든. 그래서 꼭 원하는 선물을 주실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라고 이야기를 해봤는데..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는 탐험선K를 주길거랍니다.
결국 '산타할아버지가 주는대로 받지 않으면, 이번에는 그냥 오지 마시라고 연락 해야겠다' 라고 협박(!)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아.. 옥토넛 놈들...
3.
'산타할아버지는 착한아이에게 선물을 주신다' 라고 알고 있어서..
더 놀고 씻는다고 도망을 치면.. '이런, 산타할아버지가 보고 계시는데~' 하면서 울면안돼 노래를 부르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니야! 나 착한아이야! 라고 달려옵니다.
반응이 재미있어서 며칠 계속 울궈먹었더니 결국 아이가 엄마한테 '엄마, 아빠한테 저런 나쁜말 하지 말라고 해줘요' 라고 부탁합니다.
4.
육아커뮤니티에 가면 '변신지옥'이라는 말이 있다던데...
헬로카봇같은 장난감은 어린아이가 변신시키기에 조금 복잡하거나 힘이 들어가거나 해서 엄마 아빠한테 변신시켜달라고 몇분에 한번씩 달려오는걸 말한다는군요.
그리고 할머니한테 헬로카봇을 받고 저희는 변신지옥에 빠졌습니다.
'스스로 가지고 놀지 못하는 장난감이면 그냥 오늘 밤에 산타할아버지한테 다시 가져가시라고 연락하자' 라고 했더니, 안된답니다.
그리고 열심히 변신시키는 방법을 익힙니다.
그런데, 힘이 필요한 부분이 한군데 있는데 거기는 안되네요.
하아.. 손오공 놈들..
5.
24일밤에 옥토넛 탐험선I 와 옥토넛 캐릭터들을 거실에 배치해놓고 잤습니다.
25일 아침에 선물을 발견한 어린이는 신나서 달려오더니 저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산타할아버지가 탐험선K가 없어서 대신에 제일 멋진걸로 주셨구나!' 하고 스스로 자기세뇌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종일 탐험선I와 옥토넛 친구들을 들고 다녔네요.
탐험선K가 아니라고 땡깡 부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P.S) 그나저나, 버즈는 언제 빛을 보게 될까요..
2018.12.26 10:02
2018.12.26 12:03
옥토넛은.. 탐험선을 다 모으세요! 라는 광고도 있더군요. 부들...
2018.12.26 10:20
글 재미있네요. 공감도 많이 되고
우리집3살짜리 남자아이도 어디서 봤는지 헬로카봇 노래를 부르네요
어린이집에서 밥먹이면서 보여줬나 봅니다.
우리집 애기들은 폴리를 제일 좋아하더군요
2018.12.26 12:04
폴리가 아카데미에서 나와서 장난감 품질이 좀 좋은 편인것 같습니다.
제일 최악은 아이코닉스에서 라이센스 판매하는 뽀로로랑 타요 같은 애들인것 같아요. 품질이 너무 조악해요
2018.12.26 11:02
2018.12.26 12:04
'주는 대로 받아라' 라고 얘기 하고 싶었습니다.
2018.12.26 12:43
아이가 정말 귀엽네요. 어른들 말씀이 보통 저만할 때 평생 할 효도 다 한다고요 ㅎㅎ
2018.12.26 16:27
작년 이맘때 '내년에도 효도 할까?' 생각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몇살까지 효도할거니..? 궁금합니다.
2018.12.26 20:54
2018.12.26 13:31
카봇 변신은 행복입니다. 저희 아들은 엄마의 함정에 빠져 또봇에 빠졌었는데... 하아... 겪어 보지 않으심 몰라요. ㅋㅋ
저희 아들도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 생일이라 비슷한 문제가 있는데. 지금은 뭘 모르니 괜찮지만 크고 나면 참 귀찮아지겠죠.
이번 크리스마스엔 건담을 받고 싶어했는데 본인도 깜빡한 건지 포기한 건지 일단은 넘어갔네요. 분홍색 잠옷을 입고 '나는 샤아 아즈나블이다!'라고 외치는 덕후 꿈나무가 되어 버렸는데 도무지 원인을 모르겠...
2018.12.26 16:29
몇년전에 장난감 전문가라는 분이 TV 에서 또봇 변신을 시켜보고 '네? 이걸 4~5세 아이들이 가지고 놀라고 만들었다고요?' 라면서 인터뷰 하던게 생각나네요..
건담은... 유전자에... (후다닥...)
2018.12.26 17:22
간만에 듀게에서 유쾌한 글을 읽었군요.
듀나님이 폴라 익스프레스 리뷰에서 언급하신 적 있지만 산타교는 참 괜찮은 종교같습니다.
2018.12.26 20:31
한참 옥토넛 앓이를 하던 아이들이 훌쩍 커서 올해는 공룡메카드, 요괴메카드..를 오락가락 하다가 큰 놈은 급기야 스위치를 받아냈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사줬다고 하기엔 너무 고가라 엄마아빠가 사준 걸로 하고.. 산타 선물은 또 따로 사려니.. 이것이 이중과세더라구요. 에효.
옥토넛 탐험선은 X가 크리스마스와 연관이 아주 깊죠. 뭐.. 다 모으면 집안이 난장판이 되는 건 당연지사구요. 또봇 카봇은.. 성탄절 앞두고 반값 세일에 10만원 이상 3만원 할인까지 했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장난감을 싸다는 이유로 제가 다 사고 싶더군요. 참 나..
다이노코어까지 언급하자면.. 뭐.. 한숨만 나옵니다.
2018.12.26 20:58
ㅎㅎㅎ귀엽네요 제 조카들 생각이 나서 계속 웃으면서 읽었습니다ㅎㅎ
어렸을 때 생각하면 사실 그렇긴 해요 산타할아버지는 제가 뭘 갖고 싶은지 말 안해도 알아야할텐데 꼭 부모님께 어필을 해야 알게되시는 곳통..
아마 그 지점에서 산타는 없다..는 걸 조금씩 눈치챘던 게 아니었던지ㅎㅎㅎ
그나저나 옥토넛 놈들ㅠ 탐험선은 왜 주구장창ㅠ
버즈는 내년에 토이스토리 4 개봉 시점을 노려보시거나..... 아니면.... 듀게장터...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