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전에 누군가 이런 댓글을 달았죠.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느냐...왜 이렇게 사람들과 무언가를 하려고 하냐고요. 게임이라던가 영화 감상, 독서같은 걸 취미로 삼으면 되지 않냐고 말이죠.


 하지만 그건 무리인 거예요. 전에는 행복을 내면에서부터 얻어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외부의 자극으로만 얻어낼 수 있게 됐거든요. 다른 사람...다른 사물...다른 사상으로부터 행복을 얻어내게 된 거예요. 그 이유는 나이가 먹어서예요.



 2.꿈을 이루기 위해 사는 시간은 즐거워요. 그리고 꿈을 이루는 그 순간은?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러나 꿈을 이루고 나서는 피아니스트로 살든, 작가로 살든, 연극 배우로 살든...재미가 없는 거예요.


 무언가가 되기 위해 사는 것도, 무언가가 되는 순간도 충실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일이지만 무언가가 되는 걸로 고정되어버린 후엔 그 고정된 인생을 살아내야 하거든요. 완전히 고정되어 버린 현실을 죽을 때까지 계속 살아야 한단 거죠. 아무리 멋진 걸로 고정되었다고 해도, 고정되었다는 건 정말 나쁜 거예요.


 당신이 소설가가 되든 연극 배우가 되든, 무언가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소설가로 고정된 채 30년을 살아야 하거나 연극 배우로 고정된 채 30년을 살아야만 하는 거예요. 그게 즐거울까요?



 3.아무것도 아니었던 어린 시절은 괜찮았어요. 알 수 없는 불안감...의심이 종종 나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고 있는 시절이란 게 그런 거거든요. 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어도, 수업을 마친 후에 동기들이 모이는 술자리에 안 가도, 남들이 다 가는 mt에 안 가고 혼자 있어도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감...자기애가 대단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꿈을 향해 아주 조금 다가간 날에는 기쁨에 휩싸인 채로 잠들 수 있었고요. 이런 하루들을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이 자기애에 어울릴 만한 사람이 될 거라고 주억거리면서요.


 그야 돈도 없고 그랬지만 괜찮았어요. 왜냐면 그때의 시간들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써야 했던 시간이었거든요. 가지고 있는 시간을 미래를 대비하는 데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미래는 더욱 빛날 거니까 오늘 즐겁게 지내지 못해도 괜찮았던거죠. 완벽하게 혼자여도 괜찮았던 거고요.



 4.휴.



 5.그러나 이제는 전에 썼듯이...시간이란 게 자원으로서의 성질은 잃어버리고 그냥 짐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요. 이젠 나이를 먹었으니까 미래가 진짜로 찾아와 버린 거거든요. 여기서 더욱 미래란 건 이제 의미도 없고요. 이제는 시간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쓰는 자원이 아니라 그냥 흘려보내야 하는 짐에 불과할 뿐이예요.


 이 나이엔 노력도 무의미해요. 스스로 노력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는 것의 효율보다, 돈을 어딘가에 투자해서 돈의 가치를 불리는 게 더 효율과 기대값이 높아졌으니까요. 그래서 요전 일기에 썼듯이 나 자신이 바쁠 필요가 없게 된 거죠. 돈이 바쁜 게 더 높은 효율을 지니게 됐으니까요. 나이를 먹어버리니 나 자신에게 노력을 투자할 이유가 없게 된 거예요. 이제는 우주비행사도 될 수 없고 프리미어리거도 될 수 없는 내가 됐으니까요.


 미래를 대비하며 살 때는 타인이 전혀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오늘을 즐기며 사는 게 그나마 내가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니까 내겐 타인이 필요한거죠. 늘 쓰듯이 그래서 돈이 필요한 거예요. 



 6.그야 돈이 만능인 건 아니예요. 돈으로 안 되는 일도 존나 많고 돈으로 안 되는 여자도 존나 많죠. 하지만 돈이 좋은 한가지 점은 이거예요. '어차피 돈으로 이루어질 일이라면' 당장 이루어진다는 점이요. 


 노력이나 정성같은 건, 결국 노력이나 정성으로 이뤄질 일이라도 시간은 들여야 하잖아요? 하지만 돈은 아니예요. 돈으로 되는 일이라면 돈을 지불하는 즉시...기다릴 필요 없이 성사된다는 게 돈의 좋은 점이죠. 즉각적이라는 점이요.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이 나이를 먹으면 그건 이제 견디기 힘든거예요. 사실 노력이나 정성같은 걸로 어떤 일을 메이드시키려면, 그게 되어가는 걸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거든요.



 7. ............라고 우울한 듯이 썼지만 이번 주는 반대였어요. 정말로 바쁘게 살았어요. 일주일 전엔 하룻밤 사이에 콘티 3개를 해치운다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론 허세를 떤 셈이 되었어요. 그보다는 시간이 훨씬 걸려서 말이죠. 


 어쨌든 정성과 노력의 시간을 기다려야 해요. 그림작가들이 원고를 완성하는 걸 기다리는 중인데 이게 너무 빠듯하단 말이죠. 원래는 금요일까지 완성시켰어야 했는데 마감 직전까지만 완성해 달라고 해놓은 상태예요. 그러면 마감 직전의 짧은 시간동안 편집하고 텍스트를 넣어서 내는 거죠. 하지만 이 사업이 늘 마감 때가 되면 사이트에 신청이 몰려서 다운되어버리곤 한다는데...그 점이 좀 신경쓰여서요. 사이트가 다운될 걸 감안하고 마감 2~3일 전에 내는 게 에이전시의 방침인데 이번엔 정말 마감 직전까지 작업을 해야 해요. 


 하지만 기다리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기다려야죠. 그리고 이 3개의 기획 중 두개만 통과되어도 한동안 지겹다는 일기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되겠죠. 그리고 바쁘게 될 건수가 이거 말고도 또다시 기다리고 있는데...그건 나중에 써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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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내일 점심엔 할 일도 없네요. 신도림에 있는 디큐브쉐라톤 뷔페나 갈까 하는데, 같이 갈 분 있으세요? 생각있으심 https://open.kakao.com/o/gJzfvBbb   으로. 아마도 N분의 1하는 점심 번개나 열어보죠. 


 사람이 안 오면 혼밥 최고급난이도라는 뷔페 혼밥을 하게 되겠지만...원래 혼자인 것이 디폴트인 내겐 식은죽 먹기 난이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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