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 하나뿐인 내편

2019.03.17 11:41

Sonny 조회 수:1496

어제 간만에 고향에 내려와서 생전 볼 일이 없는 공영방송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을 엄마랑 같이 시청했습니다.

티비를 워낙에 안보고 살아서 그런지 이제는 티비에 나오는 어떤 문화들이 참 낯설고 신기하더군요.


1. 이장우 참 자알~ 생겼다!!


그냥 제가 이런 남자 얼굴을 굉장히 좋아라하는 것 같습니다.

약간 눈 처지고 선량하게 생긴 부티뿜뿜 남자들 얼굴 있지 않습니까? 축구보다는 농구 좋아할 것 같고...(이건 좀 설명하기 힘듭니다만)

이장우씨는 예전에 뮤직뱅크 엠씨 볼 때 눈에 확들어오던 연예인이었습니다.

일단 말을 너무 잘 하더라구요. 한번도 끊김없이 수루루룩 대본을 읽는데, 이 사람 정말 대본소화를 잘하는구나 싶었거든요.

제 생각만큼 청춘스타는 안됐지만, 그래도 어쨌든 주말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차서 열일하고 있는 걸 보니 괜히 흐뭇했습니다.

훈남이라는 말은 이런 남자한테 붙어야 하는 거 아닌지?


치인트 한참 흥할 때 제가 유정 실제 배우로 이장우를 그렇게나 밀었건만... 쌩판 안닮은 박해진씨에게 배역이 돌아가서 정말 아쉬웠어요.

박해진씨는 뭔가 서글서글하고 눈이 처지는 타입의 미남은 아니던데.


2. 공영방송 주말극에는 뭔가 딱 짜여진 보편성 같은 게 있더군요.

보면서 굉장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어르신 세대의 넘볼 수 없는 숭고한 가치관이라고 해야 할까?


아주 싫었던 건 아닙니다. 하나 좋았던 건, 최수종씨가 연기하는 강수일 배역의 바른바른 또박또박 말투였어요

요새 하도 막장극이 넘치고 지저분하고 폭력적인 대사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보니 정말 비현실적으로 주술호응 다맞춰서 대사를 치는 게 좀 반가웠다고 할까요.

솔직히 자기를 살인범으로 누명씌운 사람이 몇십년 후에 나타나서 죄를 참회하면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ㅆㅂ놈이 이러면서 멱살부터 잡겠죠.

하지만 공영방송 드라마의 주인공은 절대 그럴 수 없죠. 하물며 최수종 표 주인공이라면!

그저 눈물만 줄줄 흘리면서 대본머신이 되어 선명한 문장들을 던지는데...ㅋㅋ

그게 싫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신선했죠. 음 이게 공영방송 드라마의 맛이지!! 이렇게도 느꼈고... 어떤 품위를 지키는 것 같아서 좋기도 했어요.

강수일이 왕대륙에게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자네와 내 딸은 인연이 아닌 것 같네." 같은 말을 하는 장면에서도 좀 느꼈어요.

그렇게 개똥같은 사돈집에서 자기 딸이 별의별 행패를 다 당했는데 좋은 말이 나오겠습니까?

아무리 누명을 벗겨준 은인이어도 좀 험한 소리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역시나 또! 정말 품위있고 올바르게! 자네가 내 누명을 벗겨준 건 정말 고맙게 생각하네... 그렇지만 자네와 내 딸은...

최수종씨 보면서 저 나이대 어르신들이 조금만 저걸 본받으려고 하면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질 것 같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당연히 싫은 걸 이야기하자면.

도란이는 엄연한 성인 아닙니까? 그런데 왜 본인 결혼을 자꾸 어른들이 결정하는건지?

아무리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문제라 해도 어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감놔라 배놔라 해라 마라 결정권을 휘두르는데 좀 기가 막히더라구요.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서 일단 결정은 어른들이 하고, 당사자 청년들은 그걸 설득하는 게 너무 당연하게 정해져있었어요.


비단 결혼 문제만은 아닙니다. 빵집에서 알바하는 숨은재벌 태풍씨(...)도 그래요.

아니 알 게 뭡니까. 사장이 뭔데 남의 집안 일에 이래라 저래라...

어르신을 안으로 모시고 이야기를 해야지!! 여기까지는 좋았어요. 오히려 감동적이었죠. 저도 보면서 아휴 좀 그래도 안으로 모셔놓고 이야기를 해라 추운데 이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안에서 이야기 다 듣더니 너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 할아버님이 저렇게 진심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걸 안들으면 되겠냐 안그럼 해고 ㄱㄱ 이러고 강수일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권 내리는데...

차라리 "사장인 내가 너희 가정사를 알지도 못하고 간섭하지도 못하지만, 저렇게 할아버지가 간곡히 말하는데 그걸 매몰차게 거절하는 너를 보자니 내가 너무 불편하고 내가 너를 계속 여기서 재우는 게 저 할아버지한테 결론적으로 폐를 끼치는 게 되서 내가 네 편을 들어줄 수가 없다" 이렇게 말하면 더 이해는 가겠죠.

남의 일에 본인이 갑자기 도리 이야기하면서 네 이놈 하고 꾸짖는 게 너무...-_-a


그리고 또 결정적인 것. 드라마의 여성혐오에요.

못되고 멍청한 소리는 여자들이 다 합니다. 현명한 결정권은 다 남성들이 가지고 있어요.

왕대륙 엄마가 이 드라마의 메인 빌런인 것 같던데 아주 악랄한 짓은 혼자 다 합니다.

그걸 현명한 남편은 그러지 좀 말아... 하면서 늘 엄근진 표정으로 자제시키는 왕 노릇을 하고 있구요.

참 재미있는게, 왕대륙네 집안이 영락없이 조선시대 왕궁 가족입니다.

위로는 대왕대비가 있고, 그 아래는 결정권자인 왕과 중전마마가 있고, 그 아래로는 세자와 왕자가 있고, 예비중전을 몰아내기 위해 다른 왕후가 중전마마와 결탁해 계속 암투를 벌이고...

이건 악역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선역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임예진씨가 연기하는 도란이 엄마도 철딱서니 없는 입방정 캐릭터더라구요.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자연히 여자는 감정적이고 이기적이고 하찮고, 결국 남자들이 현명하고 이성적이며 인내력 강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겠더군요.

그 와중에 도란이는 착하고 순종적인 딸로서 현모양처의 드림을 열심히 심어주고 있고... 


3. 결국 도란이는 대륙이한테 가겠죠?


태풍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나타나긴 했는데...

아버지 누명도 벗겨줬겠다 그리고 쌓은 정이 있는데 아무리 굴지의 재력이 있어도 짝사랑 하나로 몇십화에 이르는 감정선을 다 뭉개는 건 말이 안되죠.

저희 엄마랑 이 이야기를 좀 길게 나눴는데, 둘 다 시어머니를 걱정하면서도 대륙이한테 가야 맞지 않겠냐는 식으로...

아마 이 드라마는 거기서 여성혐오를 다시 한번 활용할 것 같더라구요. 못된 시어머니는 정의로운 아들과 남편이 다시는 그런 짓 못하게 응징을 하고! 시어머니와 동서는 깨갱하면서 벌을 받고 발언권을 축소당하면서 드라마가 안전장치를 걸어줄 것 같다고요. 아마 분가해서 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태풍이는... 해외로 유학 보내면 되니까요 ㅋㅋㅋ 지가 마음 불편해서라도 외국으로 나가서 공부하겠습니다 그러겠죠


딸을 결혼시키면서 강수일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겠죠 후후 그게 어르신들의 인생보상 파이널 코스니까요.


도란씨... 얼굴은 왕대륙이 압승이니까 왕대륙을 픽하십시오 픽힘픽힘픽힘업 픽힘픽힘픽힘업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48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37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1720
123644 픽사의 신작, 엘리멘탈을 보고(스포있음) [6] 상수 2023.07.03 386
123643 2023 서울 퀴어퍼레이드 다녀왔습니다 [6] Sonny 2023.07.03 454
123642 '밸런트레이 귀공자' 잡담 [2] thoma 2023.07.03 185
123641 바닷물 먹방한 왜놈의 힘 의원들 [1] 왜냐하면 2023.07.03 295
123640 [넷플 최신작 추천] 니모나 [10] LadyBird 2023.07.03 445
123639 축구 선수들의 이적 사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2] daviddain 2023.07.03 235
123638 [디즈니플러스] 애가 안 나오는 애들 영화, '레이더스' 잡담입니다 [22] 로이배티 2023.07.02 613
123637 [근조] 작가 안정효, 배우 박규채 [3] 영화처럼 2023.07.02 462
123636 영화 재밌게 보는 법 [1] catgotmy 2023.07.02 211
123635 [바낭] 내 걸 보고 싶으면 네 것부터 보여줘야지! - 웨스 앤더슨의 불가해한 여체 전시 [5] 스누피커피 2023.07.02 718
123634 intp entp intj entj catgotmy 2023.07.02 203
123633 프레임드 #478 [4] Lunagazer 2023.07.02 100
123632 오랜만에 만화잡지를 주문하고 상수 2023.07.02 202
123631 피프티피프티, 소속사 분쟁 [4] 메피스토 2023.07.02 741
123630 [영화바낭] 세기말 일제 호러 붐의 시작, '링'을 다시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3.07.02 464
123629 프레임드 #477 [4] Lunagazer 2023.07.01 121
123628 [넷플릭스] 마당이 있는 집, 잘 만든 건 알겠는데... [5] S.S.S. 2023.07.01 774
123627 [넷플릭스] 생각보다 재미있잖아?! ‘dc 타이탄’ 챕터1 [4] 쏘맥 2023.07.01 301
123626 디즈니플러스 가입했습니다 catgotmy 2023.07.01 181
123625 매해 7월 1일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영화 [1] 상수 2023.07.01 27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