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31 23:19
1.요즘은 얌전히 살고 있어요. '요즘은 얌전히 살고 있다'라고 해봐야 이번 주 월요일 기준으로 이제 겨우 7일 지나가고 있지만요.
2.순간들이 다 지나가버리면, 우리들의 인생에 남는 건 뭘까요? 글쎄요. 내 생각엔 두가지...돈과 추억이예요. 추억은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주고 돈은 현실을 견딜 수 있게 해주죠.
속물이나 꼰대들이 돈이 최고라고 말하는 이유는 결국 그것 때문이겠죠.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며 버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3.최근 들어가 있는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카페 알바를 하나봐요. 자신이 알바를 할 때 오면 케이크 하나를 공짜로 주겠다네요. 내일 놀러가겠다는 사람도 있고...호응이 좋은 모양이예요.
쳇. 나도 지나가는 길에 그 카페에 들러서 '헤헤, 케이크 준다면서요? 하나 얻어먹으러 왔어욬ㅋㅋ'이라고 하고 싶지만...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알겠죠. 내가 그럴 수가 없는 나이라는 거요. 한 25살만 되었어도 그럴 수 있었겠지만...이제는 평일 낮에 남이 일하러 카페에 가서 케이크 한 조각 얻어먹는 거...준다고 했어도 할 수 없는 거예요. 사람들이 이럴 거니까요. '저 쉐키는 저 나이 먹고 저 시간에 저기서 뭐하는거래?'라고요.
4.휴.
5.이렇게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제일 본연의 모습 그대로 상대할 수 있는 건 호스티스나 술집 사장들이 아닐까도 싶어요. 그녀들과 평일 낮에 만나면 추리닝을 입고 가도 되고 수염을 안(덜) 깎아도 되고 그녀가 모는 차의 조수석에 타고 쭐래쭐래 따라다녀도 괜찮으니까요.
왜냐면 이미 걔네들의 가게에서 돈을 많이 쓰는 걸 보여줬으니까, 내가 뭔 짓을 하든 걔네가 나를 판단할 일이 없잖아요? 적어도 나를 한심하다고 판단할 일은 없는 거죠.
다 지나가도 애련한 삶의 기억들이 남아있는 걸로 아직 충분하겠고 돈이 많아도 충분하겠고요.
줄서도 괜찮으면 그냥 딴 사람들 같이 받아먹어요 아무도 저새끼 뭐라 그러지 않습니다.
시선이 느껴진다면 평범하지 않은 듣보잡 같지 않아서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