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말엔 누군가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 자의 닉네임은 '차이나'라고 해두죠. 


 차이나에게 말했어요. '정상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고요. 물론 이런 종류의 질문이 늘 그렇듯이, 이런 건 질문자만 답을 알고 있는 법이예요. 그래서 물어봐놓고 내가 바로 대답했어요.


 '정상을 좋아하는 놈들은 정상에 닿을락말락한 거리까지 가 있는 놈들이야. 산의 90%정도까지는 올라갔기 때문에 정상까지 가고 싶어서 돌아버린 놈들이란 말이지. 왜냐면 아예 산 밑에 있거나 산 중턱쯤에 와 있는 놈들은 초연할 수 있거든. 산 꼭대기에 그렇게까지 집착하지는 않아. 꼭 정상까지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이쯤 해서 돌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살아. 하지만 이제 거의 정상까지 다다른 놈들은 정상에 오르는 걸 절대 포기 못하는 법이지. 그들이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어렴풋이 보이는 산 정상이 그들을 미치게 만들거든.'


 그래요. 산 중턱쯤에서 놀고 있다면 산 꼭대기에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산을 거의 다 올라갔다면 거기서 발길을 돌려서 돌아갈 수는 없는거예요. 몸이 아프든 목숨이 위험하든...산의 정상까지 아주 약간 남았는데 정상에 닿는 걸 포기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 사람이 그렇게 성취에 목숨걸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여기서 조금만 더 하면 정상까지 갈 수 있다? 그러면 홱 돌아버리거든요.


 그러나 문제는...산이라는 게, 인생이라는 게 그래요. 9부 능선에서 정상까지의 과정이 9부 능선까지의 과정보다도 훨씬 힘들곤 하단 말이예요. 물론 여기서 산이란 건 비유적인 거예요. 인생의 거의 모든 게...9부 능선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느냐 없느냐죠. 정상이 닿을락말락 한 곳까지 가는 건 의외로 많은 사람이 노력으로 가능하거든요.



 2.그러나 그 점이 무서운거죠. 그게 차라리 진짜 산이라면, 적어도 9부 능선까지 가서 포기하더라도 등산을 만끽할 수는 있으니까요. 좋은 공기도 마시고 기분좋게 땀도 흘리고, 즐거운 기분으로 내려갈 수 있겠죠. 하지만 인생에서 어떤 산을 골라서 등정할 때는, 9부 능선까지 가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예 산을 올라가보지도 않은 사람과 똑같은 경우가 많은, all or nothing의 케이스가 많단 말이죠.


 아니 어쩌면, 똑같은 것조차 아니예요. 그게 공무원 시험이든 아이돌 연습생이든 도전에는 비용이 드니까요. 돈이 들고 시간이 들고, 그 시간을 밀도있게 채워내는 근성과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그렇게 도전해서 아무것도 안 되면 그 사람은 굉장한 소모를 겪게 돼요. 차라리 백수 생활하면서 잡지식이나 쌓으며 멘탈과 체력을 온존한 사람보다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단 말이죠. 한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근성의 비용에는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어쩌면 자신의 노력과 근성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몇년 기다렸다가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투자비용을 날려먹지 않으려고 9부 능선에서 몇년씩이나 버티기도 해요. 9부 능선까지 오는 데 몇년...그리고 9부 능선에서 정상으로 가기 위해 오매불망 노력하는 몇년. 그런 9부 능선의 함정에 빠져버린 사람들을 만나보면 '얼마나 노력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노력하는가'또한 중요한 거라고 깨닫게 되죠.


 

 3.사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유쾌한 건 아니예요. 아무리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더라도...그런 사람을 만날 때는 순수하게 그 사람만을 만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지워진 실패와 좌절의 흔적을 떼어놓고 만날 수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을 피해서 다른 화제를 이야기삼거나 하는 것조차 힘들어요. 최근 몇년간이나 9부 능선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그의 최근의 인생...젊은 시절 전체가 9부 능선에 관한 삶이니까요. 날짜로 치면 수백 일 가량의 아침을 매일 9부 능선에서 맞고, 매일 9부 능선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고 9부 능선에서 밤에 뒤척이다 잠드는 생활을 해온 사람이니까요.


 어쨌든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슬슬 헤어질 시간이 되면 할 말이 없어요. 나는 작별 인사대신에 말하곤 해요. 어차피 9부 능선에서 내려갈 생각이 없는-것 같아 보이는-사람에게 말이죠.


 '뭐...될 때까지 하는 수밖에 없겠지. 솔직이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될 때까지 하는 거 말고는 없으니까.'


 라고 말이죠. 물론 이런 말은 좋은 말일 수도 있고 나쁜 말일 수도 있어요. 내가 남들의 속을 들여다볼 순 없으니, 어쩌면 '뭐 여기서 그만둬도 좋지 않을까. 아직 젊으니까.'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4.휴.



 5.왜냐면 저런 말은 사실 아무런 의미도 없거든요. 저 사람이 계속 도전하다가 안 되었을 때 내가 저 사람에게 일자리라도 줄 게 아니라면, 안 하는 게 나은 소리겠죠. 그냥 상대의 어깨에 묵직한 짐만 올려놓는 말일 뿐이니까요. 어쨌든...그래서 이런 말이라도 하면 그의 어깨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고 또 이런저런 헛소리를 더하기도 해요.


 하지만 결국 무의미한 일이예요. 결국 그의 인생과 기분을 나아지게 해줄 건 한가지뿐이니까요. 그가 원하는 정상에 도달하는 거 말이죠. 그가 정상에 도달하기만 하면, 그에게 말했던 모든 헛소리가 좋은 응원이었던 걸로 포장될 수 있겠죠. 그것이 좋은 격려가 될지, 아니면 그를 힘들게 만든 매질이 될지는 그가 정상에 도달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결정되는 거니까요. 


 나는 그냥 내가 지껄이고 싶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에 불과하거든요.



 6.휴...너무 심각한 소리를 했네요.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만 하죠. 사실 나는 할 게 별로 없어요. 이번주 중간까지는요. 그리고 이번주 프듀가 끝나고부터는...무서운 기세로 마감을 치러야 해요.


 '무서운 기세로 마감을 치러야 한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실 이 마감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맞아요. 아니 솔직이 말하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었어요. 사실은 3월부터 시작했어야 했고 늦어도 5월부터는 시작했어야 하는 마감이예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죠. 내가 그러지 않을거라는 걸 말이죠. 나는 정말 한계의 한계...데드라인의 데드라인까지는 절대 일을 시작하지 않을 거니까요. 늘 쓰듯이 나는 노동을 싫어하거든요. 어차피 해야하는 노동을 해야만 한다면 한계의 한계까지 압축된 노동을 할거니까요 나는. 그러니까 이번 주 프듀 파티까지는 하고 나서 일을 시작할 거예요.



 7.어쨌든 이번 주중은 그래서 심심할 예정이예요. 그리고 슬슬 빙수의 계절이 왔네요. 이런저런~디저트 프로모션이나 빙수 프로모션들이 줄줄이 열리고 있어요. 신도림쉐라톤...웨스틴조선...소공동롯데...낮에 가서 빙수랑 맛난 디저트 먹는 번개 하고 싶네요. 서울의 어디든 상관없으니 낮에 디저트 순례를 다니고 싶은분은 오세요. 쿨한 듀게니까 쿨하게 엔빵! https://open.kakao.com/o/gJzfvBbb


 휴...빙수의 왕인 라이브러리 망고빙수는 안타깝게도 6월부터예요. 음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좋아요! 한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마감을 끝내고 라이브러리에 가서 망고빙수와 파스타와 샴페인을 냠냠하는 번개를 열면 좋은 보상이 되겠죠. 헤헤. 마감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면 그건 기분좋게 내가 쏘죠.


 아참 신도림은 내 본진이니 신도림은 내가 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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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감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면'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이번에는 나도 마감을 끝낼 수 있을지 없을지를 장담하기 힘들어요. 그 정도로 빡빡한 마감이죠. 


 이러면 누군가는 이러겠죠. '그 정도라면 차라리 2~3일이라도 빨리 마감을 시작하는 게 낫지 않아?'라고요. 하지만 그건 안돼요. 어차피 하려고 해봤자 안될 거거든요. 일에 착수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거니까요.


 '지금 무슨 짓을 하는거지? 나는 이걸 5일이면 해낼 수 있는 사람인데! 그까짓 5일 밤만 새면 되는데 뭐하러 벌써 일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요. 애초에 착수 자체가 불가능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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