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에 뮤지컬을 하나 보러 갔습니다. 세계 정상급이 한다고 하는 공연인데, 동행의 반응은 미지근하더군요. 저도 보면서 이게 전부인가 싶었구요. 곰곰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들 공연이 놀랍지 않은 게, 아 이 정도는 케이팝 아이돌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년 전인가 연예계에 있는 분에게 전해들은 말이, 사람들이 ***. *** 라고 하면 가창력이 없고 얼굴만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 ***이 노래 하는 걸 들어보면 그런 소리가 안나올 거다. 얼굴 예쁘고 젊다고 아이돌이 되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웬만한 아이돌을 붙들고 뮤지컬 시키면 해낸다. 그 정도로 수준이 올라갔다, 고 하시더군요. 제가 10대라면 이런 뮤지컬 공연보다는 당연히 케이팝 공연을 보러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연장에 충만한 젊은 에너지도 그렇구요. 


그렇게 생각하니 '레이첼, 잭, 애쉴리 투'를 아예 케이팝 버전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otten Tomato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상당히 혹평을 받은 에피소드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발상은 있었죠. 코마 상태에 있는 애쉴리를 대신해 가상의 애쉴리를 만들어서, 전 세계 공연장에서 동시 공연하게 만든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버추얼 리얼리티로 송출하기 보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송출해서, 아예 공연장에 갈 필요 조차 없게 만들면 어떨까요? 그러면 전 세계 공연장을 대관할 필요도 없어질테고, 자기 핸드폰으로, 아이패드로, 랩탑으로, 데스크탑으로 공연을 볼 수 있겠죠. 그야말로 만물편재한 우상(ubiquitous idol)인 셈이죠. 그게 바로 이번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잖아요. 


2.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를 봤습니다. 저는 80년대를 좋아하지 않아요. 게다가 구니스를 반복하는 것도 싫어요. 하지만 이 시리즈는 그럭저럭 끝까지 보게 되더군요. 10대 어린이들의 모습에 넘어가고 말았어요. 본인들은 다 자랐다고 생각하지만, 어른들이 보기엔 너무나 위태위태한 나이죠. 시즌 1 에피소드 1은 윌이라는 소년의 행방불명으로 시작합니다. 부모들의 악몽 아니예요? 이렇게 시작하면 끝까지 보지 않을 수 없죠. 세월호를 생각했어요.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전 세계 공통의 악몽에 대해서. 위노나 라이더가 짜증나도록 연기를 잘합니다. 왜냐하면 그 캐릭터가 타인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게끔 씌여진 캐릭터거든요. 자식이 실종되자 엄마 조이스 바이어스는 직감적으로 많은 걸 알아냅니다. 하지만 그걸 남들에게 전달할 수가 없어요. 그 절박함과 그 기묘함을, 마을의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합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어요? 그 답답함을 위노나 라이더는 전달해냅니다. 


3. HBO 체르노빌. 이 시리즈가 러시아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이 시리즈는 러시아 남자는 어떤 사람들인가를, 영국 배우, 스웨덴 배우, 아일랜드 배우 등을 이용해서 그려냅니다. 보고 있노라면 이게 러시아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몇 개 예를 들자면...  


에피소드 3에서 석탄노동자들의 리더가 장관과 맞대결할 때의 장면입니다. 총 쏘려면 쏘라고 합니다. 우리 전부를 쏴죽일 총알은 없을 거고, 그러면 남은 놈들이 너희들을 때려눕힐 거라구요. 그리고 나서 환풍기를 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발가벗고 땅을 팝니다. (실제론 다 벗진 않았다고 해요) 여기에 대해서 이 남자가 하는 말이 이래요. "뭐. 우리 아버지도 이렇게 채광했어." 


에피소드 3에서 KGB 국장은 과학자 발레리 레가소프에게 묻습니다. 레가소프는 KGB에 잡혀간 과학자 율라나 뮤호크를 풀어달라고 사정합니다. 그러자 KGB 국장은 이렇게 묻죠. "너 그 여자 책임질 수 있어?" 레가소프는 "그렇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KGB 국장은 바로 뮤호크를 풀어줍니다. 두 말이 필요 없죠. 다음에 율라나 뮤호크가 문제를 일으키면 레가소프까지 잡혀간다는 뜻이니까요. 


에피소드 4에서는 바이오로봇에게 지시를 내리는 타라카노프 장군의 목소리가 아주 대단합니다. 왜 그런 생각 들 때 있지 않나요?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 똑바로 듣지 않으면 큰 일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Ralph Ineson은 그런 지시를 섬뜩하게 읊는 데 재능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 작품은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에 질투를 산 것 같아요. 차라리 못만들었으면 모르겠는데, 잘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거죠. 다만 꽤 많은 연기자들이 영국 억양을 쓰기 때문에, 그 점이 결정적일 때 귀에 걸립니다. 왜냐하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때, 이 연기자들이 자기에게 가장 편안한 억양을 써먹거든요. 에밀리 왓슨이 특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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