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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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해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지만 이 글 클릭하신 분들 중엔 분명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테니까.

한국에서는 란마1/2과 이누야샤로 유명한, 지금은 경계의 린네라는 작품을 연재 중인, 하지만 일본에서는 시끌별 녀석들과 메종일각(=도레미하우스)로 리즈를 찍으셨던, 세상에 흔치 않은 1억부 판매 기록을 보유한 일본의 여성 만화가 타카하시 루미코 할매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분의 작품은 장편보다 중단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 만화는 딱 네 권 밖에 안 되는 분량의 중편쯤 되는 작품이지요.

제가 오래 전에 2권까지만 보고 이후를 못 봐서 연재 중단이라도 되었던 건가... 라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구요.

애초에 비정기 연재로 작가가 그리고플 때마다(...) 한 회씩 올리는 방식으로 20년간 진행되었던 만화래요. ㅋㅋㅋ 그게 완결된 것이 2007년이었고 한국에는 4권 풀셋으로 정발된지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내용인즉 쌍팔년도 향기가 풀풀 나는 권투 만화에요. 작품이 공개된 게 80년대이다 보니. ㅋㅋㅋ

강력한 펀치와 재능을 갖고 있지만 의지 박약으로 늘 감량에 실패해서 루저 인생을 살고 있는 무명의 프로 복서 젊은이가 어느 날 동네 견습 수녀님에게 홀딱 반해서 전에 없던 투지를 불태우게 되... 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는 게 쉽진 않다. 로 요약되는 시트콤 느낌의 코믹 로맨스입니다. 대략 코믹의 비중이 8할에 로맨스는 2할 미만 정도죠.


작가가 작가이다 보니 권투 시합에 대한 묘사는 걍 란마급으로 대충 막 코믹함에 치중하는 식입니다만, 허허실실 드립만 날려대는 와중에도 차곡차곡 독자들이 캐릭터들에게 정을 붙이게 하고, 또 캐릭터들끼리 감정을 쌓아올리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있어서 마냥 가벼운 느낌은 아닙니다.


뭐 워낙 오래된 작가이고 또 오래된 작품이라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재밌게 보기는 할까? 싶기도 하지만,

전체 4권 중 3권의 분량이 20세기에 발표된 내용이고, 작가가 일본 서민들 일상 묘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그 시절 일본 만화들 많이 보고 나이 먹은 사람들에게는 여러모로 정겹고 즐거운 기분을 전해줄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모든 점은 감안하고도 지적할만한 아쉬운 점이라면 독보적으로 느리게 진행됐던 4권 분량이 앞의 내용들과 좀 튀는 느낌이 든다는 것. 그리고 결말이 좀 밍숭맹숭하다는 건데, 네 권 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이라 튀는 건 대충 납득이 가능하구요. 또 워낙에 소소한 에피소드들로 잔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이다 보니 결말도 그 정도가 딱 어울린다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사실 전 이 작가 열렬한 팬입니다. 제 평가를 믿지 마세요. <-


암튼 적당히 킥킥거리면서, 또 옛날 생각들 하면서 재밌게 봤습니다.



2.

이 책을 구입하면서 내친김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 출간 소식들을 찾아보았는데요.

놀랍게도 작년, 재작년부터 이 작가의 대표작들이 국내에서 리뉴얼되어 다시 출간되고 있더군요.

이 '1파운드의 복음'을 신호탄격으로 예전에 '도레미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메종일각'과 '란마1/2'이 다시 출간되는 중이구요.

현재 진행중인 '경계의 린네'도 어쨌거나 꾸준히 출간이 되고 있고. 단편 모음집도 제가 신경 끄고 살던 동안에 두 권이 추가되어 다섯권짜리 박스셋으로 팔리고 있구요. 


사실 제가 '시끌별 녀석들'을 다시 보고 싶은데 책을 구할 길이 없어 듀게에서의 추천을 받고 지난 주에 전자책으로 구입해버렸는데.

지금 분위기를 보니 머잖아 시끌별 녀석들도 다시 출간될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근데 뭐 아직은 기약도 없고 나오기 시작한다 해도 다 나오려면 몇 년은 걸릴 테니 전자책 지름에 후회는 없구요.

다만 침대에서 데굴거리면서 서피스로 보고 있는데 거지 같은 알라딘 뷰어가 세로로 화면에 꽉차게 보여주는 기능이 없어서 투덜거리고 있습니다. ㅋ



3.

결국 시끌별 녀석들을 전자책으로 사야했던 건 이 책들이 다 절판이 되었고, 그래서 종이책은 인터넷상에서 '희귀본' 딱지 붙이고 비싸게 파는 것들(36권인가 그런데 30만원씩 부르더군요 =ㅅ=) 밖에 없어서였죠.


근데 예전 만화책들을 보면 거의 다 그렇습니다. 정말 인기가 많아서 꾸준히 재출간되는 극소수의 작품들 빼면 적절한 가격에 구해서 보기가 어려워요.

출간 당시에도 대단히 많이 팔리지 않은 작품들이고 또 만화책이란 게 대부분 적당히 보다가 내다 버리거나 아니면 평생 먹고 죽는 물건들이어서 당연하기도 하겠습니다만.


제가 한국에 정발된 타카하시 루미코 단편집을 세 번째 것까지 구입해서 갖고 있었는데요. 추가로 나온 두 권은 다행히 아직 인터넷 서점에서 정가로 팔리고 있는데, 문제는 방금 확인을 해 보니 집에 있던 세 권 중 첫번째 권이 사라져버렸네요. 그리고 그 첫번째 권은 이미 절판. 그걸 새 책으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섯 권짜리 단편집 박스셋을 사는 것 뿐인데 그러면 두 권이 중복이 되죠. ㅋㅋㅋ 아 망할...... orz


제가 이 작가를 좋아한지 좀 오래되어서 국내에 한 번도 정발된 적이 없는, 해적판으로만 (근데 아주 고퀄로 인쇄&제본되어 나왔던!) 존재했던 단편집도 단행본으로 갖고 있었는데. 믿었던 친구가 빌려가서 4차원의 구멍에 빠트려 버렸어요. ㅋㅋㅋㅋ 그것도 이참에 검색을 해 보니 죽어라고 안 나오다가 나중엔 소규모 동네 중고 서점들까지 검색해보니 나오긴 나왔는데... '상태 별로이고 니 맘에 들거란 보장은 못 하는데 권당 만원에 택배비 3천원 더해서 드릴게'라는 상품 두 개 밖에 없어서... 부들부들하다가 결국 질렀습니다. 당시에 권당 3천원에 팔던 물건이건만... 어디 찢어지고 떨어져나간 페이지만 없으면 만족하는 걸로. ㅠㅜ



4.

이렇게 글 적다가 고개를 돌려 제 만화책장을 보니 역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다치 미츠루네요. 이 사람 책은 문자 그대로 '거의 다' 있습니다. 이 양반도 단편집 내기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것도 거의 다 있어요. 작품 질에 관계 없이 관성으로 사모은. ㅋㅋ 그 다음이 데츠카 오사무인데 우주소년 아톰, 블랙잭, 불새, 도로로, 아돌프에게 고한다 등등이 있구요. 아마도 그 다음이 우라사와 나오키(마스터 키튼, 몬스터, 20세기 소년, 야와라!), 그 다음이 타카하시 루미코인 것 같습니다. 작가에 대한 정으로는 아다치와 루미코가 탑이어야 하는데 루미코 여사 만화들은 자꾸 제가 돈 없을 때만 출간되어서 구매 타이밍을 놓치고 절판행이었거든요(...) 


근데... 제가 저 책들을 언제까지 얼싸안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아들놈이 초등학교도 들어가니 자기 방을 만들어줘야할 때가 다가오는데 집에 남는 방이 없고 저 책들 쌓아둘 곳이 없어요.

이미 결혼할 때 한 번 엄선된 (나머지는 팔거나 남 줘버렸죠) 책들이라 더 이상 버릴 생각은 Naver인데. 참으로 난감하네요.

이래서 다들 전자책으로 넘어가는구나... 싶습니다만. 저기 쌓여 있는 책들 중엔 저랑 30년을 함께한 것들도 있어서 정말 처분할 수가 없거든요. ㅋㅋㅋ


역시 이래서 모든 취미의 종착역은 '큰 집'이구나... 싶네요. orz



그럼 오늘의 정신 없는 바낭질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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