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대로 프랑스산 스릴러, 수사물입니다. 편당 50분 정도로 여섯편. 시즌 2 나올 여지 없음. 스포일러 없게 적을 게요.


996FE6475F00229617

(늘 하는 생각이지만 넷플릭스는 드라마 대표 이미지 제작에 신경 좀 써 줬으면... 도대체 뭡니까 이게;;)



 - 때는 현재... 라지만 이게 3년 전 드라마라 2017년 쯤이구요. 프랑스에서 엽기적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피해자는 모두 남성이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아주 끔찍하게 살해당했는데... 수법을 보니 25년 전에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을 모방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25년 전에 그 사건 범인을 잡아 넣었던 형사가 교도소에 처박혀 살고 있던 범인을 불러내서 조언을 받으며 수사에 나서는 거죠.

 그런데 그 범인이 바로 포스터 이미지에서 폼을 잡고 있는 캐롤 부케님이시고. 이 분이 내건 조건은 1. 어디가 됐든 일단 교도소 밖으로 꺼내달라. 2. 체포된 이후로 절연 상태인 아들래미를 수사 책임자(우연히도 직업이 형사네요. 다행이기도 하지.)로 앉혀 달라. 는 겁니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감정이 매우 안 좋은 아들래미와 뭔가 숨기는 게 되게 많아 보이는 그 엄마의 이야기가 사건 수사와 함께 전개됩니다.



 - 일단 딱 떠오르는 게 '양들의 침묵'이죠. 최근 미국 드라마 중엔 '블랙리스트' 같은 것도 있겠구요. 꽤 익숙한 공식이지만 이 '수사에 협조하는 나쁜 놈' 캐릭터만 잘 잡아 놓으면 어느 정도 날로 먹을 수 있는 매력적인 설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캐롤 부케님의 전직 연쇄 살인마 캐릭터는 나름 매력이 있어요. 일단 우아하고 위엄있게 예쁘시구요(...) 적당히 비밀스럽고 적당히 으시시하면서 과도한 허세는 거의 부리지 않습니다. 또 이 분의 과거 연쇄 살인에는 나름 대의 명분 같은 게 있어서 시청자들 입장에서 심정적으로 이 분 편을 들기가 어렵지 않아요. 

 엄밀히 말해 사건 초반 이후로는 딱히 대단한 통찰도 못 보여주시고, 중후반 쯤에 가서는 현장에서 뛰는 아들래미에게 비중상 확 밀려버리는 게 아쉽긴 하지만 애초에 이 캐릭터를 중심으로 짜여진 이야기라서 마지막엔 다시 주역으로 등판하셔서 '타이틀롤' 역할을 톡톡히 해주십니다. 괜찮았어요.



 - 사건은... 역시 좀 '양들의 침묵'이나 '세븐' 같은 90년대 연쇄살인물 느낌입니다. 쓸 데 없이 복잡하고 성의 넘치게 사람 죽이다 꼬리 잡히는 연쇄 살인범들이 소수의 주인공 형사들과 두뇌 대결(?)하는 영화들 있잖아요.

 현실성을 좀 멀리하더라도 자극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부류의 영화인데, 이런 류의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경찰들도 탐문 & 과학 수사에 전념하는 현실 경찰 스타일보다는 '탐정' 스타일에 가깝게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보다보면 답답할 때가 종종 있어요. 대표적으로 '지금 당장 어디로 가야 범인의 타겟을 살릴 수 있다!!'라는 상황이 자주 나오는데, 아니 명색이 경찰 조직이면 먼저 그 현장 근처의 경찰들이 출동해서 해결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근데 이 드라마는 항상 주인공팀이 도착할 때까지 다른 경찰들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ㅋㅋㅋ 하긴 뭐 애초에 사건의 화제도를 생각하면 투입된 경찰 인력도 너무 적기도 하고. 혹시라도 이걸 보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현실성 측면을 따지면서 볼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 음... 근데 꽤 괜찮게 만들어졌습니다. 위에서 이미 말 했듯이 좀 9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이라는 건 요즘 이런 이야기가 드물다 보니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구요. 스스로 설정해놓은 그 스타일 안에서는 평작과 수작 사이를 오락가락할만한 퀄리티 정도는 꾸준히 유지를 합니다. 특별히 참신한 아이디어나 트릭이 등장하는 건 아닌데 타이밍 감각이 좋아요. 뻔하게 흘러가면서 살짝살짝 뒤틀고, 어차피 뻔하게 될 내용은 예상보다 빨리 흘려 보내고, 뭔가 막힐만한 타이밍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해서 환기를 하고. 그리고 요즘 좋은 평을 받는 드라마들이 대부분 그렇듯 전개에 속도감이 있죠. 그래서 대략 5화쯤까지는 정말 집중해서 달렸습니다.



 - 그런데 아쉽게도 되게 좋은 평은 못 해주겠는게. 사건의 진상과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이 좀... 그렇습니다. ㅋㅋㅋ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말은 못 하겠지만 뭐 그런 거 있잖아요. 4화 말이나 5화 초쯤 되면 이제 시청자들은 다 상황을 눈치 채게 되는데 주인공들만 모르는 거요. 그리고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진상을 다 눈치 채버린 후부터 결말까지의 전개는 아주 흔한 B급 스릴러의 '클라이막스 액션'으로 채워지는데 그게 이야기 전체의 1/4을 차지하니 맥이 풀리죠. 그래도 마지막에 비장의(?) 비틀기로 조금 만회를 하긴 하지만 제 생각엔 현재의 6부작에서 막판 내용을 대폭 쳐내버리고 5부작 정도로 만들어졌음 훨씬 나았을 겁니다.



 - 대략 정리하면 제 소감은 이렇습니다.

 90년대풍 시체 전시형 스릴러(...)로서 괜찮은 퀄리티의 드라마였습니다. 오랜만에 그 시절 그런 영화들 한 번 더 즐겨보고픈 분들에겐 추천해요.

 하지만 뭐 딱히 대단하거나 특별할 건 없다는 거. ㅋㅋㅋ 다행히도 길이가 짧으니 그냥 가볍게 한 번 즐긴다는 맘으로 보실만 합니다.




 + 배우로서 캐롤 부케의 커리어나 평가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지금도 검색해보면 인생 대표작이자 캐릭터가 '가장 예뻤던 007 본드걸'로 꼽히는 걸 보면 이후로 엄청 대성하셨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이고 또 깐느 영화제 심사 위원도 해보시고 그랬네요. 이 드라마에서의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사실 제가 배우 연기를 평가할 눈 같은 건 없는 사람이지만, 비주얼이 정말 근사하게 어울리셔서 그냥 좋았어요. ㅋㅋㅋ



 ++ 장르가 장르이다 보니 꽤 잔혹한 상태의 시체들이 종종 나옵니다만. 다행히도 그 시체를 만드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몇 번 없습니다. 사실 고어란 게 가장 감당하기 힘든 게 그 과정을 보여줄 때 아니겠습니까. 정말 다행이었죠. 제가 스릴러, 호러를 그렇게 좋아하지만 고어를 즐기는 취미는 없어서.



 +++ 제목에 '스티븐 킹 호평' 얘길 적어 놓은 건 실제로 스티븐 킹이 트윗으로 이 작품을 칭찬한 적이 있기 때문이죠. 뭐 작품의 종합적인 완성도보단 특정 장면 하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한 칭찬이긴 합니다만. 이런 식으로 '스티븐 킹이 호평한' 시리즈들 목록을 만들어봐도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음. 생각보다 떠오르는 게 거의 없네요?;

 그리고 사실 전 이 스티븐 킹의 호평에 약간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별로였다는 게 아니라, 중간에 범인이 피해자 하나를 처리하는 모습이 스티븐 킹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된 모 영화의 한 장면과 되게 똑같거든요. 의도적 오마주를 알아보고 기분 좋아져서 칭찬한 게 아닌가... 라는 의심을. ㅋㅋㅋㅋ



 ++++ 바로 전에 '다크' 글을 쓰면서 '나오는 배우들이 되게 독일 사람처럼 생겼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는데, 이 드라마의 인물들 중 상당수도 대체로 '되게 프랑스인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ㅋㅋㅋㅋ 확실히 국가별 개성이라는 게 있긴 한 것 같아요. 다 섞어 놓으면 희석되지만 끼리끼리 모아놓으면 분명히 다르단 말이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388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22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0650
123466 한자 배우기 [1] catgotmy 2023.06.15 142
123465 (스포) [범죄도시 3] 보고 왔습니다 [2] Sonny 2023.06.15 385
123464 디아블로4 클랜 이름 짓기 & 단체티 만들기 [5] skelington 2023.06.15 239
123463 광주와 부산 여행 [1] catgotmy 2023.06.15 223
123462 [왓챠바낭] 주옥 같은(?) 80년대 B급 SF/호러, '히든'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3.06.14 436
123461 KIM은 맨유, LEE는 PSG.. SON은 빅클럽 러브콜 없나 [11] daviddain 2023.06.14 371
123460 프레임드 #460 [4] Lunagazer 2023.06.14 103
123459 Cormac McCarthy 1933-2023 R.I.P. [5] 조성용 2023.06.14 272
123458 미국 펜타곤 전쟁 [4] catgotmy 2023.06.14 330
123457 [영화바낭] 존윅 시리즈 1, 2, 3, 4 종합 잡담입니다 [28] 로이배티 2023.06.13 785
123456 에피소드 #41 [4] Lunagazer 2023.06.13 113
123455 프레임드 #459 [4] Lunagazer 2023.06.13 108
123454 요새 외운 랩 [2] catgotmy 2023.06.13 193
123453 이강인 psg까지 한 발짝 [13] daviddain 2023.06.13 344
123452 [바낭+어그로] 달콤한 스팸의 유혹 [7] 스누피커피 2023.06.13 358
123451 스케일링으로 음식물을 빼는 소리... [8] Sonny 2023.06.13 473
123450 Treat Williams 1951-2023 R.I.P. [4] 조성용 2023.06.13 172
123449 [내용있음] 인어공주 [20] 잔인한오후 2023.06.13 696
123448 음바페 난리났군요 [17] daviddain 2023.06.13 716
123447 아버지에 대한 혐오 남자에 대한 혐오 퍼뜨리기 [5] catgotmy 2023.06.13 53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