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별...-,.-

2013.01.03 23:46

Mk-2 조회 수:6205

저는 통근 기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법 많은 사람들을 태우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별의 별 유형의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착한 사람 유쾌한 사람 까부는 사람 싸가지 없는 사람 암튼 별 사람들을 다 보는데, 그 중에는 이상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요.
저는 직업이 이렇다보니 어지간하면 회사 직원들과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그렇게 노력을 해도 기어이 가만 있는 제 성질을 긁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죠;;
지금 얘기하려는 이 아줌마가 그런 경우인데...
이 아줌마는 일단 성격이 남 뒷말 하기를 좋아하고, 간간히 매우 이기적이며, 오지랖력이 만렙이라 그 오지랖이 사해를 떨쳐 울립니다.
게다가 말을 하면 제풀에 흥분해서 자기 말에 자기가 열을 올려 혼자 언성을 마구 높입니다;;
옆에서 보다보면 "이 아줌마 이상해;;;"란 생각이 절로 들죠;;;;
제가 딱 싫어하는 타입인데, 그래도 저는 별 내색을 안하고 잘 지내려 노력했죠.
앞서 얘기했듯이 직원들과 트러블 일으켜봐야 좋을 거 없고, 그런 것 보다는 그냥... 둥글둥글 다 잘 지내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아줌마하고도 잘 지내려 하는데... 문제는 이 아줌마가 정말 만렙 오지라퍼인지라 남 말을 매우 잘 하는데다 말투 또한 싸가지 없기가 서울역에 그지없다는 거죠.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불쑥불쑥 사람 속을 뒤집는 말을 하는데, 별 잘못없이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심연에서 깊은 빡침이 올라오는 것을 참느라 곤욕이었죠.
예... 곤욕이었습니다.
엊그제 터졌거든요;;;;

저는 성격이, 아주 대범한 상남자 스타일은 아니고 그냥저냥 무난하면서 농담을 좋아하는 평범한 편이라 생각하는데... 물론 요 몇년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다소 우울한 면이 있긴 하지만 뭐 그런 거야 평범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적당히 밝고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자격지심 있고 적당히 소심하고...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누군가 함부로 내 삶을 이렇다 저렇다 참견하고 지껄이는 건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죠.
그런데 이 아줌마는 바로 그런, 제가 싫어하는 짓을 잘 합니다. 예 만렙 오지라퍼 답죠;;
엊그제는 퇴근하면서 이런저런 별 대수롭지 않은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무슨 인공호수에 갔다왔는데 조명이 멋지니 불꽃놀이가 멋지니 얘기하길래 적당히 대꾸해줘가며 대화를 잇다가 무심결에 아무 의도없이 "근데 난 이제 나이를 자꾸 먹어서 그런가 예전엔 그런 거 보면 좋고 그랬는데 지금은 아무 느낌이 없어요 무감해요"라 했는데, 그 뒤로 바로 오지랖이 발동되더군요;;
그건 옆에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느니, 집에서 혼자만 있지말고 밖엘 나가라느니, 그러니 여자가 없다느니, 사람이 너무 소심하다느니, 화를 잘 낸다느니, 이건 뭐 듣다보니 사람을 무슨 찌질 히키코모리 취급하듯 말하더라구요-,.-
내 생활을 알면 얼마나 얼마나 안다고, 왜 그런 말을 들어야하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한두번도 아니고 짜증이 훅 올라오는데 일단 평소처럼 대강 넘겼죠.
그런데 그러고 나서 집에 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전과는 달리 도무지 화가 가라앉지 않는 겁니다;;;
그렇다고 뭐 그 아줌마하고 어떠네저떠네 따따따 하기도 모냥 빠지는게 좀 그렇고 그냥 다음날부터는 아예 말을 말자 하고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한 이틀 제 눈치를 보더니 오늘 저녁에, 그러니까 차에 둘이 남았을 때 갑자기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어쩌고 하며 그 되도 않는 설교조로 말을 꺼내는 겁니다.
옆에 딱 붙어 앉아있는 것도 짜증스러운데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 사실 따지자면 별 말 아닌 그런 말에 제가 뜬금포로 터져버렸습니다;;;
아줌마하고는 별로 말 하고 싶지 않고 옆에 앉는 것도 싫으니 앞으론 뒷좌석에 앉으라고... 제가 생각해도 좀 그렇긴 한데 그때는 정말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줌마 성격답게 파르르 성질을 내면서 내가 문제가 많다느니 직원들을 막 대해서 직원들이 싫어한다느니 왜 이렇게 소심하냐느니 고함지르듯이 언성을 높이길래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도 내친 김이라고 언성을 높이면서 화를 냈죠.
당신이 뭔데 나한테 그런 말을 하냐 내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막 대하는 걸 본적이나 있냐 아줌마는 늘 말이 듣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데가 있다 그거 아느냐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말 나온 김에 그 동안의 얘기를 다 해버렸죠.
그랬더니 이 아줌마 늘 자기가 먼저 건드리는 건 생각 못하고 혼자 극도로 흥분을 해가지고는 니가 운운하더니 저 보고 인간성이 어떠니 상종을 말아야겠다느니 적반하장이니 가만 안 두겠다느니 두고 보겠다느니 살면서 남에게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말을 마구 하더라구요.
그럴 때 말투는... 딱 무슨 아침 드라마에서 나쁜 시어머니가 가련한 여주인공 갈구는 말투 그대로라서, 그쯤되니 아예 웃음이 나더라구요. 이게 지금 뭔 짓인가 싶고-,.-
정말 성격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때 쯤에 자기 입으로 흥분하는 병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다는 고백을 불쑥;;;
그쯤에서 오밤중에 차 안에서 이상한 아줌마와 이상한 언쟁을 하는 이 이상한 상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홧김이라고 저 역시 한참 어린데 나이 많은 아줌마한테 너무 막말을 했단 생각이 들어서 먼저 사과를 하고, 나는 이러저러한 점이 평소 솔직히 굉장히 기분 나빴는데 그동안은 그냥 넘긴 거다 그러니 이제 말이 나왔으니 앞으론 그런 점은 조심해줬음 좋겠다 나도 막말을 했다 내가 잘못한 점 있으면 사과한다 앞으론 주의하겠다 했는데 이 아줌마는 안 듣고 계속 혼자 흥분해가지고 화를 내더군요;;
예의 그 드라마 말투로;;;;;
그래서 결국... 별로 풀지도 못 하고 내려줬네요-,.-
차에서 내리면서 기어이 한 마디 더 하고 내리는데 그게 압권입니다;; 드라마 말투로...
"나 감정조절 안 되서 약 먹는데, 나 쓰러져 죽을지도 몰라!"

-,.-
허허... 참 나...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당최 모르겠고, 내가 지금 꿈을 꾸나 싶고, 암튼 황당하네요;;
뭐 가만 안 둔다는데 뭘 어쩔 건지, 직업상 이거저거 듣는 말이 많은 제가 알기로 그 아줌마 하는 일이 참 별 일 아닌 걸로 알고 있고 늘 다른 직원들에게 무시 당하는 걸로 아는데 같잖기도 하고 좀 불쌍하기도 하고 화도 나고 이래저래 짜증스럽네요;;
맨날 차에 태워야 되는데...
뭐 며칠 그러다 먼저 너스레 떨고 화해 하는 게 맞겠죠.
오늘 하는 꼴 보니 그러면 당장 기고만장해서 설치겠지만 ㅎㅎㅎ
참... 살다보니 별 일을 다 겪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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