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과관련글을 몇 개 올렸더니 사랑니나 치과 관련 문의쪽지를 몇 개 받았어요 하하하; 요즘 멀쩡하던 몸이 갑자기 막 고장나기 시작해서

사랑니 뽑던 날은 눈이 하도 아파 안과에 갔더니 렌즈부작용에 의한 각막손상이 심각한 상태라며 안대착용을 권장. 안대차고 이뽑으러 갔죠.

 

   매복사랑니 발치에 관한 듀게여러분의 충격과 공포돋는 포풍댓글을 보고 잔뜩 겁을 먹은 저는 황급히 '구강외과 전문의'가 있다는

회사근처 모병원에 예약을 해두었지라. 전화상담으로는 CT비용이 2만원, 발치비가 3만원이라기에 오호호 그쯤이야 하면서.

 

   음 근데, 도착해보니 상담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됩니다-_-;???? 대학병원처럼 특진비가 붙는대요, 자기네 선생님은 구강외과 전공의에

십년경력, 그보다 더 아랫경력 선생님은 특진비가 안붙긴 하는데 4월부터 진료시작함. 이라는 안내를. 특진비는 삼만원쯤 더 붙는다, 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말했다시피 전 누워나는 사랑니이고 뿌리가 신경관을 지나고 있어 좀 힘들게 뽑아야 하니 잘하는 사람이 뽑는다는데 뭐 맡겨야지 별수있나요.

제가 간 치과는 3층짜리로 몹시 크고 아름다운;;데다 제 담당선생이 야간진료를 오랜마넹 개시하는 거라 발치환자가 다섯이나 있었어요. 거기다

제가 분명 당일발치 해달랬는데도 예약잡은 간호사가 단순상담으로 기입해두는 바람에 진단받고도 발치환자가 밀렸으니 바로 못뽑는다며 다음에 날잡아서 오라는거예요.

으악 완전 맘먹고 내일 휴가까지 썼는데! 회복기간을 고려해서 술약속은 다 딱 일주일 뒤;;;로 미뤘는데! 오늘 안 뽑을수는 없어서 그래도 뽑아달라고 부탁했지요.

많이 기다려야 할거라길래 몇번의 설왕설래를 거쳐 한 삼십분 더, 라는 대답을 듣고  CT를 찍고 마취를 하며 기다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발치를 시작한 건

그로부터 1시간 10분이 지난 아홉시 십분-_-;;;성격 더러운 전 짜증진상을 오지게 피우고-_;; 마취도 한 상태에서 사람을 동그마니 한시간 넘게 기다리게 하니

말이지요. 대기실에는 밤샘작업 팽개치고 달려온 애인님도 있는데 미안하게스리. 애꿎은 간호사언니만 제 눈치를 살피며 오종종 뛰어댕깁니다. 아 나는 왜이렇게

애가 걍퍅할까....분명 화나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미친듯이 티내며 사람 괴롭힐 필요는 없잖아 뒤늦게 반성함미다 흐르르륵.

 

   병원 야간진료 마감은 9시임에도 9시 10분에 저 뒤로 또 한 명의 발치환자가 대기중이었어요. 줄발치에 추가근무로 몹시 저기압인 듯한 전문의 선생이

납시어, 간호사 언니가 예의 구멍 뻥 뚫린 초록색 천을 제 얼굴에 씌우자 말 제게는 단 한마디도 걸지 않고 바로 째기 시작합니다.

우, 우와.........................진짜 아프고 공포스러웠어요. 마취를 했지만 역시 국소마취인지라 나머지 감각이 못 느끼는 부분의 고통을 대신 느끼는 것처럼 아프더군요.

손놀림은 몹시 빠르고 정확하다, 는 느낌이었지만 발치 과정 자체가 턱을 억수로 벌려서 안쪽을 째고 후벼서 이를 쪼개 뽑아내는거잖아요. 레진치료 따위와

비교가 되지 않는 공포심과 아픔이 저를 엄습하고, 저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깍지껴서 맞잡고 견뎠습니다. 사실 찔끔 울었어요-.- 왜냐면 자꾸 듀게분들

댓글이 떠오르잖아요. '으악 좀있으면 나도 그 얼굴 뜯기는 듯한 턱 뜯어내는 듯한 느낌을 느끼게 되는거야???? ㅎㄷㄷㄷㄷㄷㄷ' 이러면서. 근데 그런 느낌 한번도

없었어요. 뽑아낸다는 느낌조차 별로 없이 쑤욱.

 

  총 발치시간은 5분 남짓이었는데, 턱관절이 좋지 않은 저로서는 다행이었죠. 엄한 레지던트한테 걸려 한시간 걸렸다는 애인님의 증언이 떠오르며

그래 난 그렇게까지 박복하진 않아;; 하였습니다만 으악 솜을 물고있는데 몸이랑 턱이 덜덜 떨려요;; 흑흑 무섬이 가시지도 않고 마취했는데도 무지 아프고ㅠ.ㅠ.ㅠ

쿨싴한 의사슨생은 발치를 끝내고 꼬매자마자 역시 제겐 말한마디 하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다음 환자에게로 떠났습니다. 미션클리어? 그가 떠난 뒤 얼굴천을

벗겨낸지라 전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얼굴한번 못봤네요;;; 그래도 빨리 잘 뽑아주셔서 ㄳ.

 

  솜을 물고 있어서 볼이 동그랄 뿐인데, 왠지 연민의 눈빛을 가득 담아 애인님이 저를 맞이합니다.

"벌써 부었네" "이허소히야(이거 솜이야). 마히해으데도어무아하ㅠㅠㅠㅠㅠㅠ(마취했는데도 너무 아파ㅠㅠ)"

  병원 내에 약국이 있어서, 진료비 계산될동안 처방전 먼저 받아 약을 지었는데 '마취한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마취 풀리면 얼마나 ㅎㄷㄷ할꼬'라며 겁을 잔뜩

먹은 전 "지금 처방된 거에 진통제 들어있죠?" "그럼요:)" "그럼 여기 넣으신 것보다 세 배 쎈 진통제 주세요" "네-_-;;?" "주세요-_-!"

애인님은 한술 더 뜹니다. "수면제 있나요" "네-_-????" "아니, 아프면 바로 자게. 수면제 주세요" "수, 수면제는 처방 받으셔야 되고, 수면유도제 드려요?;;"

'쎈' 진통제와 수면유도제, 그리고 얼음찜질팩 세개를 챙겨 무적이 된 저=.=; 원래 예상보다 두 배 많이 나온 진료비를 치르고, 애인님이 사 준 입자를 곱게 간

버섯굴죽을 들고 흐늘흐늘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악 피곤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루이죠지 이색히들이 파리 한마리 잡겠다고 어찌나 날뛰었는지 거울을 깨놨!!!!

엉엉 내팔자야하면서 거울 치우고, 비오는 날 멍충돋게 빨래돌리고 나간 저를 탓하며 방에 빨래를 널고 피곤에 지쳐 약을 털어넣고 잠이 들었죠.

 

   그리고 지금. 어어.........................................하나도 안 아프잖아. 그냥 좀 붓기있고 당연히 먹기는 불편하고 발치한 뺨이 반대쪽보다 무딘 느낌이 들긴 하는데,

턱을 열었다 닫거나 씹거나 어쩌거나 해도 하나도 안 아파요. 윗 사랑니 못 뽑는 사람한테 뽑아서 일주일 입벌리기도 힘들었던 거 생각하면 이건 양반? 반대쪽 윗

사랑니 잘 뽑는 사람한테 뽑아서 별로 안 아팠던 것보다도 안 아파요. 그냥 회사 나갈걸 그랬나-_-;;;  오늘 사옥이전날이라 사람들 노가다 하는데 쏙 빠져서

밉상진상마크 획ㅋ득ㅋ이건만ㅠㅠㅠ 엉엉 난 안돼 사회생활따위 못할거야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돈 좀 들었어도ㅠ_- 전문의한테 뽑아서 이렇게 안 아픈건가 생각하니 위안이 됩니다려. 혹시 사랑니에 너무 겁먹으신 분 계심, 저처럼 울지말고

씩씩하게 뽑고 오세요:>!!!!!!!!!!!!!!!!!!!! 전 그럼 이만 원치않은 휴가를 즐기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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