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9 23:53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 1회 시작했어요. 오늘 내일 총2강이라 가볍고요.
http://home.ebs.co.kr/humanities/main
월, 화 밤 12:10 ~ 1시
오늘 - 단테의 생애
내일 - 단테의 신곡
단테의 <신곡>은 읽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책인데 내일 강의에서 단테의 시를
좀 읽어주는 것 같아서 기대돼요. (사랑에 대한 얘기도 해주고 ^^)
오늘부터 세계문학시리즈 <세계 3대 문호를 만나다>가 시작된다고 공지한 걸 보니
셰익스피어와 괴테는 아직 방송 안 했나 봐요.
시대 순으로 한다면 다음 주 월, 화에 셰익스피어, 다다음주 월, 화에 괴테를 방송할 것 같은데
아직 공지가 안 되어 있어서 정확히 모르겠네요.
2015.11.10 01:04
2015.11.10 01:15
단테의 신곡...이정애씨 만화 소델리니 교수...뭐라는 만화에서 오랜동안 저주받은 병으로 가축처럼 길러진 소년이 마침내 자기 처지에서 구원받을 상황에서 자신의 비장의 무기로 단테의 신곡을 읊조리는 장면이 나옵니다.(나 그동안 라틴어 고수됐음!!나 좀 봐주!!) 거기 인용된 싯구가 너무 맘에 들어 책을 구해 읽어보려는데...막상 본책은 뭐랄까 적응이 어렵더군요. 이정애씨는 어쩜 그리도 그 책을 아름답게 인용하신건지. 그냥 생각나 끄적여 봅니다.
2015.11.10 02:01
<소델리니 교수의 사고수첩> + 단테로 열심히 검색해 봤는데 못 찾겠어요. ㅠㅠ
허무하니 다른 시 한 편
음악들
박정대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 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달리는 소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2015.11.10 02:47
십수년 전에 읽어서 세세한 건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혔던 것 같기는 합니다.
역사적인 인물들도 나오고 그리스로마 신화 얘기도 나오고 해서 뭔가 길잡이가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실낙원은 영 비정하고 재수없고 까칠한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연민에 넘치는 신곡 쪽이 더 마음에 들었던 기억도 나고요.
역시 난 개신교쪽은 여러 가지로 취향이 아니야.
2015.11.10 09:32
실낙원보다는 신곡을 먼저 읽어야겠군요. (는 먼 훗날 얘기고... ^^)
예전에 읽다 만 괴테의 파우스트 하권이나 마저 읽어야 하는데...
이번 EBS 문학 강의 재밌었으면 좋겠네요.
슈베르트가 괴테의 <달에게>라는 시로 노래 2개를 만들었다는데
Brigitte Fassbaender - An den Mond (Schubert D.259)
Gundula Janowitz - An den Mond (Schubert D.296)
그대의 발명
박정대
느티나무 잎사귀 속으로 노오랗게 가을이 밀려와 우리 집 마당은 옆구리가 화안합니다
그 환함 속으로 밀려왔다 또 밀려나가는 이 가을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한 장의 음악입니다
누가 고독을 발명했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들이 다 음악입니다
나는 지금 느티나무 잎사귀가 되어 고독처럼 알뜰한 음악을 연주합니다
누가 저녁을 발명했습니까 누가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사다리 삼아서 저 밤하늘에 있는 초저녁 별들을 발명했습니까
그대를 꿈꾸어도 그대에게 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이 여러 곡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저녁입니다
음악이 있어 그대는 행복합니까 세상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음악이 되는 저녁, 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누워서 그대를 발명합니다
2015.11.10 10:21
고딩때 단테의 신곡 지옥까지는 흥미있게 읽었는데 연옥부터 점점 지루해져서 천국 읽다가 다음에 읽자고 덮었지요. 얼마전 엄마가 단테의 신곡이 든 세계문학전집을 다 내다버리셨더군요.
2015.11.10 10:59
어릴 때 집에 헐리우드 배우들의 멋진 사진이 가득하던 <Life>지가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그거 어디 있냐고 여쭤보니 이사올 때 다 버리셨다더군요. ㅠㅠㅠ
Sylvia Schwartz - Du Bist Die Ruh (그대는 나의 안식, Schubert D.776)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2015.11.10 23:54
화요일 밤 11시 40분에 KBS1에서 방송하는 <생각의 집>도 재밌네요.
오늘 "예술과 정치"라는 제목으로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강의를 하던데
조금 봤지만 흥미로웠어요. 이건 아무래도 동영상으로 봐야겠어요. (KBS 아이디만 있으면 볼 수 있어요.)
http://able.kbs.co.kr/tv/2355984_43558.html?fname=sisa_ing.html&ctitle=%B9%E6%BF%B5%20%BD%C3%BB%E7%B1%B3%BE%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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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단테의 <신곡> 강의 재밌었어요. 이런 입문용 강의의 역할이 그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 강연자는 성공했네요. <신곡>을 읽고 싶어졌거든요. 단테와 함께 구원의 길을 모색하다니
멋지잖아요. ^O^
Elisabeth Schwarzkopf - Seligkeit (행복, Schubert D.433)
슬라브식 연애
박정대
흑맥주를 마시는 캄캄한 밤, 강원도 내륙 산간 지방에 내려진 폭설주의보
바람이 컴컴한 하늘을 끌고 내려와 민박집 처마 끝에 당도했을 때 나는 나타샤의 살결처럼 하얗게 피어날 폭설의 밤을 생각한다, 슬라브식 연애를 생각한다
나는 연애지상주의자, 지상에서 밤새도록 펼쳐질 슬라브식 연애를 생각한다
그러니까 폭설은 사흘 밤낮을 퍼부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묵고 있는 민박집의 아리따운 그녀는 세상이 더러워 세상을 버리고 산골로 들어온 고독한 여인이어야 하는 것이다
흑흑, 흑맥주를 마시는 밤은 아주 캄캄하고 추워 지금 내 마음의 내륙에 내려진 폭설주의보
그러니까 그녀와 나는 폭설에 의해 고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추워 서로의 체온이 간절해져야 하는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체온만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태양의 반대편으로 우리는 밤새 걸어가는 것이다
그 끝에서 우리가 태양이 되는 것이다
인생은 한바탕의 꿈이라 했으니, 그녀와 나는 끝끝내 꿈속에서 깨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함께 흑맥주를 마시며 캄캄하게 계속 따스해져야하는 것이다, 천일 밤낮을 폭설이 내리든 말든 그녀와 나는 계속 밤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녀와 내가 스스로 태양을 피워 올릴 때까지, 그녀와 내가 스스로 진정한 사랑의 방식을 터득할 때까지, 그녀와 내가 스스로 슬라브식 연애를 완성시킬 때까지
태양의 반대편으로 우리는 밤새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태양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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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갑자기 듣고 싶어서 노래 한 곡 ^^
이현숙 - 산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