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쳐의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라고 홍보하고 있는 그것입니다만.

한 시즌 1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정작 데이빗 핀쳐가 연출한 작품은 없습니다. 그냥 스튜디오가 핀쳐가 운영하는 거라든가 그렇네요.


제목을 보면 뭔가 확고한 주제를 공유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딴 거 없습니다.

진짜 로봇도 나오고 SF 분위기 깔고 그런 것도 있지만 어떤 건 그냥 환타지이고 어떤 건 그냥 짧은 농담이고 뭐.

그렇게 에피소드별로 소재와 주제가 다 확연히 달라요.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확실한 19금 표현의 다크한 스토리' 라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기 보단 장단점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시리즈인데.


일단 확실한 장점은 비주얼입니다.

넷플릭스가 도대체 제작비를 얼마나 준 거야? 싶을 정도로 눈호강 수준의 비주얼들이 거의 매 편마다 펼쳐져요. 그 중 상당수는 스타일도 독특해서 더 보기 좋구요.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옴니버스식 단편 구성이라는 거죠. 이야기가 좀 허술하다 싶어도 워낙 짧으니 그냥저냥 계속 보게 됩니다.


단점이라면, 이미 위에서도 말 했듯이 이야기들이 좀... 흠... 뭐랄까.

일단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18편중 두 세 편 정도?

뭔가 스토리들이 대체로 SF 소설가 지망생들의 습작 느낌입니다. 아이디어 자체도 신선하지 않은데 대부분 마무리도 약해요. 재미있을만 하면 그냥 어? 하고 끝나버리는 느낌.

위에서 말했듯이 단편 모음식의 구성 덕에 술렁술렁 잘 넘어가긴 합니다만...


그리고 이건 장점도 단점도 아니지만, 19금이라는 컨셉에 부합하기 위해서인지 신체 노출 등의 성적인 장면과 폭력적 장면들이 꽤 자주 나오는데 수위도 아주 높습니다.

저야 뭐 둘 다 좋아하긴 합니다만 (쿨럭;) 그게 보다 보면 '19금 넣을 거야!! 아주 세게!!!!!' 라는 제작자의 의지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좀 그랬네요.


종합하면 시각적으로 아주 즐거운 경험인 동시에 이야기 측면에선 미진함이 느껴져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옴니버스 형식이라 재미가 있어도 재미가 없어도 시간은 잘 가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세요. ㅋㅋ



마지막으로, 각 에피소드별로 짤막하게 소감을 적자면.


1. 무적의 소니


고퀄의 cg, 무자비한 고어, 수위 높은 노출 씬으로 시작부터 시리즈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줍니다만.

이야기는 영 재미가 없었습니다. 뭔가 '뱀파이어헌터D' 같은 아니메의 전투 장면 하나 정도로 들어갔음 딱 적절했을 것 같은 느낌.


2. 세 대의 로봇


인류가 멸망하고 남긴 폐허에 관광을 온 세 로봇의 이야기인데. 작고 귀여운 소품이고 가볍게 즐겼습니다.

그리고 아마... 가 아니라 거의 100%의 확률로 트위터에서 사랑 받을 것 같은 이야기네요. ㅋㅋㅋ


3. 목격자


시각적으로 정말 매력적인 에피소드이고 이야기는 별 거 없어도 그냥 적절하게 괜찮습니다만.

굳이 주인공을 스트리퍼로 설정해 놓고 스트립 장면을 기일게 보여주니 한국 애니 역사의 금자탑 '블루 시걸'도 잠깐 생각나고 뭐 그랬...

요즘 김혜수씨에게 블루 시걸 얘기 물어보면 화 내시려나요.


4. 슈트로 무장하고


걍 파워 슈트.... 아니 이걸 뭐라고 하더라. 암튼 농부 아저씨들이 강화복 스타일의 메카닉을 타고 몬스터 섬멸하는 액션이 이야기의 95%.

마지막의 반전이 5% 정도를 차지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액션씬은 나름 재밌었네요.


5. 무덤을 깨우다


음... 이 시리즈에서 가장 튀는 에피소드입니다. 난데 없는 드라큐라 백작이라니. =ㅅ=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지 않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6.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제목 그대로의 상황을 그린 짤막한 농담입니다. 요거트로 인해 인간 세상이 특이점을 맞고 뭐... ㅋㅋㅋ

나름 참신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좀 허무했어요. 분명히 풍자극을 의도하고 있는데 그 풍자가 너무 얄팍하단 느낌.


7. 독수리자리 너머


아마 시리즈에서 가장 야한(...) 에피소드였던 같은데.

역시 흔하고 익숙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반전이 핵심이긴 해도 그럭저럭 볼만했습니다.


8. 굿 헌팅


제가 좀 싫어하는 그림체인데, 이야기 측면에선 가장 좋았습니다.

사극처럼 출발해서 사이버 펑크로 변화해 나가는 전개도 맘에 들었고 마지막 장면의 씁쓸함도 좋았습니다.

뭔가 좀 건성건성 건너 뛰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 정도야 뭐.


9. 쓰레기더미


음...

그래서 뭐라구요?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ㅋㅋㅋ


10. 늑대인간


뭔 얘길 하려는지는 대충 알 것도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지만 그래도 보고 나면 '어쩔?'이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그냥 가볍게 가는 깊이 없는 이야기로 보이긴 싫었는지 나름 무게 잡는 설정을 넣어뒀지만 얄팍하고 얄팍하면서 얄팍하기 그지 없는 가운데 비주얼은 화려하고 액션은 볼만해요. 하지만 별로 재미는 없었...


11. 구원의 손


나름 깔끔한 이야기입니다만 뭐 특별히 칭찬할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요.


12. 해저의 밤


역시 이야기는 별 거 없지만 시각적인 즐거움 측면에선 괜찮았습니다.

이야기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냥 이야기가 별로 없어요(...)


13. 행운의 13


전쟁 이야기인데. 사실 SF가 아니라 2차대전이나 그 외 어떤 전쟁을 배경으로 해도 상관은 없었을 겁니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습니다. 


14. 지마 블루


인간같은 감수성을 갖게 된 로봇의 이야기라는 면에서 좀 진부하고 흘러간 느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각적으로 개성 있는 데다가 그게 이야기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괜찮았습니다.


15. 사각지대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볼거리 많은 한 부분을 뽑아내 편집한 듯한 이야기입니다.

나쁘진 않았던 듯.


16. 아이스 에이지


실사 영화입니다. cg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크니 이 앤솔로지에 못 넣을 것까진 아니구요.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나와서 좋았습니다. 토퍼 그레이스도 나왔지만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라서

남이 쓰다 두고 간 냉장고 안에서 수퍼 울트라 미니 초고속 문명을 발견한다는 이야기인데, 역시 뭐 특별할 건 없지만 아이디어가 좋고 전개도 귀여워서 재밌게 봤어요. 


17. 또다른 역사


아... 뭐 어쩌라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 =ㅅ=


18. 숨겨진 전쟁


스나이퍼 엘리트라는 게임의 외전 '좀비 아미 트릴로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깁니다. 전쟁 중에 위기에 처한 러시아 사람들이 흑마술로 괴물을 불러내 조종해서 전쟁 역전을 노리다가 되려 공격을 당하고 수습하느라 진땀을 뺀다는 얘기죠.

한 시즌 18편 총합 제작비를 한 번에 조달한 후에 돈 아껴가며 17편까지 만들었다가 의외로 돈이 많이 남아서 마지막 편에 다 쏟아 버린 듯한 퀄리티의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실사풍의 그래픽인데 뒷배경의 대충 스쳐지나가는 장면, 풍경까지 디테일이 철철 넘쳐요.

분위기도 괜찮고 액션도 볼만하고. 스토리는 평범하지만 그래도 십여분의 시간 동안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아... 어쩌라고 이런 알멩이도 없는 소감들을 길게 늘어놨는지. ㅋㅋㅋ


암튼 기대만큼은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시간 잘 보냈습니다.

다음 시즌이 만들어진다면 그 땐 작가진을 좀 보강하든가, 아님 아예 유명한 SF 단편들을 갖고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뭐 제작비의 한계로 쉽지 않겠지만, 그냥 제 소망입니다. 비주얼은 정말 더할나위 없이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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