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저번주에 친구가 이민 얘기를 꺼내서 이번 주 내내 공기 좋은 곳으로 이민을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요. 여행도 생각해 보고 있어요. 이러니저러니 헛소리 해도...나는 죽을 수가 없거든요. 때때로 지겹다...슬슬 죽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는 지껄이지만 사실은 죽을 수가 없는거예요. 나를 이 세상에 고정시켜 두는 닻의 존재가 나를 단단히 얽어매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뭘 하든...해야만 하는거예요. 돈을 버는 거 이외의 뭔가를 말이죠.


 

 2.사실 대부분의 행위는 경제활동과 어떻게든 연결되는 법이긴 해요...어른이니까요. 그래도 '너무 돈이 되는 일'은 글쎄요. 그런 건 실적에 속한단 말이죠.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봤자 그건 실적...숫자의 영역일 뿐이란 말이예요. 돈이 많으면 뭐 좋을 수도 있겠지만...글쎄요. 돈만 많으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역시...실적 말고도 업적이 될 만한 뭔가를 시도해야 한단 말이죠. 업적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대단한 업적을 말하는 건 아니예요.


 전에 썼듯이 그렇거든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작가의 죽음은 그 세계의 죽음이란 말이죠. 낳지 않고 품고만 있다가 죽으면, 그 이야기의 세계는 작가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함께 죽게 되니까요. 그게 남들이 보기엔 좀 보잘것없는 알이라고 해도, 하나의 세계를 품고 있는 조그마한 알을 죽이지 않고 낳아 놓으면 그건 업적이라고 불릴 만한 거예요.



 3.물론 그 이야기라는 건 그 작가가 그 이야기를 언제 낳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해요. 그게 설령 똑같은 이야기에 똑같은 인물들이 나오는 거라도 20대에 낳으면 발랄할 수도 있고, 30대에 낳으면 시니컬할 수도 있고 40대에 낳으면 온후할 수도 있는거겠죠.


 

 4.휴.



 5.개인적으로는 카페 같은 데 모여서 작업을 하거나...너무 헤비한 작업까지는 아닌, 적당히 크로키를 하는 등의 모임을 좋아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무언가 낙서를 하거나 글을 쓰고 있으면 우울하고 고단한 마음에 조금 위로가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새로 간 만화가 모임은 음...모이면 보드게임과 방탈출을 주로 하러 가곤 해요. 나는 활동적인 것보다는 괜찮은 카페에 앉아 낙서나 하고 담소나 하는 걸 좋아해서 말이죠. 


 

 6.사실 전에 듀게에 그런 모임이 있었는데 역시 주말은 부담스러워요. 평일 낮...평소에도 고즈넉하고 평일 낮에는 더욱 사람이 적은 카페에 모여서 그림그리는 게 좋아요. 정 주말에 모인다면 금, 토요일은 빼고 일요일 저녁~밤 정도가 그나마 괜찮죠.


 요전에는 이런저런 카페에 다녀 봤는데 커피값이 3천원대! 막 이런 거예요. 역시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꼭 즐거운 건 아니다...돈을 적게 써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곳은 많다는 걸 상기했어요. 용산에 들어온 아모레퍼시픽 건물에도 좋은 카페가 있던데 거기도 아주 싸요. 우리 동네에도 카페가 새로 몇 군데 열었는데 거기도 아주 싸고 좋아요.



 7.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래요. 뭔가...그림 실력을 더 키운다고 해서 돈이 될만한 일은 이제 없어요. 어딘가에서 낙서를 하거나...지나가는 사람의 특징을 잡아서 크로키를 하거나 해봐야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되지 않는다는 거죠. 예전에는 그런 거 하나하나가 미래를 대비하는 것과 직결됐으니까요.


 심심하네요...갑자기 뜬금없지만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로 여행가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거는 호텔스테이지 여행이 아니잖아.'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의 스케일로 움직인다면 내겐 충분히 여행이예요.


 사실 늘 쓰듯이 여행은 극혐이예요. 하지만 나와 같은 종족인 인간족들이 여행을 너무들 좋아라하니까...나도 한번 속는 셈치고 도전해 보려고요. 아직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할 일도 없거든요.



 8.하여간 지겹네요. 남을 돕는 일 말고 재미있는 일은 없는걸까요. 이렇게 쓰는 이유는, 실제로 남을 돕는 일은 꽤 재미있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인간들의 문제는, 도와줘봤자 감사할 줄도 모른다는 거죠. 내가 원하는 건 대단히 감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감사하는 척 하는 연기력...겉치레 정도거든요. 그러나 인간들은 머리가 나빠서인지, 그런 연기력조차도 발휘할 줄을 모른단 말이죠.


 그래서 내가 한가지 배운 게 있다면, 당신이 도울 수 있는 좆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절대 돕지 말라는 거예요. 그들이 1년, 3년, 5년동안 좆같이 살고 있어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좆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서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법을 완전히 익혔을 때...그때쯤엔 나는 정말 재미없는 인간이 되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가끔씩은 감사할 줄 모르는 여자들을 또 돕기도 해요. 정확히는, 감사할 줄 모르는 예쁜 여자들이겠죠.


 

 9.하지만 역시 인생은 지겹다...예요. 그냥 한낮의 조용한 카페에서 낙서를 끄적거리고 싶어요. 내건 하나도 안 가지고 가서 빌린 종이, 빌린 펜, 빌린 붓, 빌린 공간, 빌린 고양이...이렇게 두고 낙서를 끄적거리는 거죠. 몽땅 다 빌린 거니까 카페를 나와서 헤어질 땐 다시 빈손으로 돌아오고요.


 하하, 하긴 요즘은 빌린 고양이만이 아닌 빌린 자식 비슷한 개념도 있어요. 친구들을 보면 조카들을 그렇게 귀여워하고 조카들에게 그렇게 돈을 많이 쓰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빌린 고양이나 빌린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으며 기분을 달래다가, 다시 주인에게 반납하고 가는 것과도 비슷하죠.


 하지만 그렇게 열정과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이유는 그게 유사 애완동물이나 유사 자식이기 때문이예요. 그게 정말로 자신의 고양이거나 자신의 자식이라면, 기분만 내는 데에서 그치지 못하고 책임까지 져야만 하니까요.



 10.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쓴 펀치도 비슷한 개념이군요. 펀치는 뭐랄까...펀치의 남자친구에게서 빌린 여자친구와도 비슷한 거니까요. 모든 걸 빌려 쓰는 게 편한 성향인데, 이젠 여자친구까지도 임시로 빌려쓰게 됐네요.


 물론 펀치의 소유권은 자기 자신에게 있으니, '빌려주는'주체는 펀치의 남자친구가 아니라 펀치라고 하는 게 맞을까요?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글쎄요...사회와 사람들은 펀치와 펀치의 남자친구를 서로의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그 둘도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그들을 규정하는 바에 동의하는 듯 하고요. 왜냐면 그 편이 권위가 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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