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듀나님 평이 좋아서 언젠간 봐야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볼 생각은 없었건만.

참치군의 사제복 차림을 얼른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가족분의 강력한 의지로 어제 iptv vod로 결제하고 봤습니다.


- 일단 영화가 참 깔끔하더군요.

난 딱 할 말만 하고 끝내련다. 라는 시크한 스타일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심지어 런닝 타임도 짧은 편이고(...)

어찌나 할 얘기만 하고 끝내는지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좀 난감할 지경이어서 영화 보고 악평하는 사람들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구요. ㅋㅋㅋ

그래도 한국 장르 영화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듯한 깔끔함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클리셰로 시작해서 클리셰로 끝나는 이야기인데 그걸 또 이렇게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이어 놓으니 신선하단 생각까지 들더군요. 허허.

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꼭 티비 시리즈 파일럿 무비 같은 느낌이라 속편이, 이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속편이 꼭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상태론 '검은 사제들 비긴즈'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 좀 아쉽더라구요.


- 참 제작비 안 들였구나... 남자 주인공 둘 출연료가 제작비의 80%는 차지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막판 10분에 제작비를 다 때려박은 걸 알고 살짝 웃음이. ㅋㅋ


- 소리 없이 올해 충무로 대세 여배우 자리를 차지했던 박소담씨. 역시 이 분에겐 '경성학원'만한 작품이 없구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참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그리고 꽤 잘 하는 배우라는 인상을 줘서 좋았구요.


- 이 영화 관람의 주 목적 내지는 원인이었던 참치군의 사제복차림은 뭐 글쎄요. 제가 남자 비주얼엔 별 관심 없는 이성애자 중년 남성 아저씨이긴 합니다만. 뭐 특별히 다른 영화들에 비해 더 잘 생기게 나온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이제 강동원 나오는 영화가 개봉하면 무조건 비주얼 찬양하는 게 그냥 유행이 되어 버린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더니 가족분께서 '사제복이잖아 사제복! 이건 말하자면 일본 덕후 애니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세라복 여고생 같은 거라고!!' 라고 설명을 해주시긴 했습니다만. 정말로 단지 사제복 때문이라면 이것도 좀 위험한 취향 아닌지(...)

 뭐 막판에 명동 거리를 질주하는 실루엣 하나는 제가 봐도 기가 막히긴 하더군요. 얼굴보단 기럭지 덕이긴 했지만요.


- 엔딩 부근에 반칙(?)이 하나 있어서 신경 쓰였습니다. 아니 이봐 그렇게 되면 안 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뭐라고 한 마디만 설명을 덧붙이면 바로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이렇게만 말해두고 넘어가겠습니다. 근데 뭐 싫진 않았어요. 오히려 맘에 들었는데 그래도 반칙은 반칙인지라.


- 위에도 적었지만 이걸 파일럿 삼아 티비 시리즈가 나오면 좋겠단 생각이 계속 듭니다. 물론 영화의 주연들을 그대로 캐스팅해서 티비 시리즈를 만드는 건 여러모로 불가능하겠습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 설정과 디테일을 깔아 놓고, 앞으로도 수 없이 해먹을 수 있을만한 분위기로 이야길 접어 놓고 그냥 끝이라니 너무 낭비 같아서요. 이어지는 이야기를 더 보고 싶네요.


- 근데 또 생각해보니 이게 이야기를 늘리기도 쉽지가 않겠군요. 결국엔 구마의식이 주가 되어야 하는 이야기인데 이게 다양한 상황 변주가 나오기가 참 힘들겠단 생각이.


- 사족으로, 무섭지는 않습니다. 긴장되는 장면도 얼마 없구요. (왜냐면 이야기가 너무 뻔하니까...) 얼마 전에 본 '더 비지트'가 차라리 훨씬 무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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