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델로스'의 미스테리

2015.12.26 11:25

부기우기 조회 수:1638

90년대에 마이클 크라이튼 소설을 파던 사람이라면 '델로스'라는 소설을 기억할 겁니다.

델로스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West World(이색지대)'의 노벨라이즈판입니다.

책을 보면 딱히 별도의 작가의 이름은 표기되어 있지 않고 마이클 크라이튼의 이름과 한국인 역자의 이름만 쓰여있죠.

하지만 이상한 점은, 이 소설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어떤 경력에도 속해있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는 물론, 마이클 크라이튼 공식 사이트에서도 언급이 되지 않죠.

실제로 'West World'의 각본이 출판된 적은 있지만, 아마존의 평 등을 볼 때 그건 영화판의 각본 그 자체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이 '델로스'는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인 역자의 이름으로 추적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혹시 모를 문제를 피하기 위해 역자의 이름은 이곳에 쓰지 않지만, 여기에 언급되는 소설들 제목으로 검색하면 쉽게 나옵니다)

그 결과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 역자의 책 중 '델로스'와 취급이 같은 책들이 더 있었습니다.

단, 이번에는 마이클 크라이튼이 아닌 시드니 셀던이었죠.

시드니 셀던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 중 이 역자의 이름으로 나온 책은 '제우스'와 '마이더스'입니다.

그리고 이 두 소설 역시 시드니 셀던의 경력에는 언급이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마이더스'는 재판이 나와 ebook으로도 있는데 말입니다)

검색해보면 다른 나라의 책 목록에 나오기도 합니다만, 전부 한글판만 존재하는 책들이죠. 


신기하다 싶어 이 역자에 대해 좀 더 조사해봤습니다.

경남 충무 출생의 고려대 국문학과 졸업생이자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지금은 문학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더군요.

혹시나 싶어 현재 활동중인 동명의 문학 평론가와 동일인인가 싶었지만, 출신학교가 달랐습니다.

다른 번역작품들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았지만 대부분 다 절판되고, 지금은 다른 역자의 판본들만이 있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가설입니다.

1. '델로스', '제우스', '마이더스' 이 세 소설들은 다른 작가가 쓴 소설을 유명 작가의 이름으로 바꿔 내놓은 것이다.

1-1. 해당 소설들은 정식 출간물이 아닌 해외의 동인지(내지는 팬픽션)를 번역한 것이다.

1-2. (낮은 확률이지만) 어쩌면, 역자가 그 다른 작가 본인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해당 소설들이 제 손에 없는 관계로 더 자세히 파고들진 못하겠네요.

혹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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