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만난 사람들 기록(1)

2015.12.19 02:00

무도 조회 수:1374

이제는 듀게를 기록용으로 써야 할까 봐요.  일기란 걸 써 본 적이 별로 없고 그래서 기록용이란 게 참 낯설기는 합니다. 근데 그런 시절이 되어 버렸어요. 세상이나 나 스스로에게...걍 닥치는 대로 씁니다. 잊어 버릴까 봐.

 

1.  지난 여름 쿠바에 들어갔을 때 가지고 있는 카드가 하나도 동작이 안되더라구요. 수중에는 겨우 200불 정도. 잠시 머물던 집 호아끼니 할머니가 어떤 한국 청년을 소개해 줬습니다..그는 그냥 와서 필요한 돈을 물어 보곤 200만원 가까운 돈을 빌려 주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하도 기뻐서 남은 달라 탈탈 털어서 진탕 술 먹었지요. 자신이 잘 아는 동네 선술집에 데려 갔는 데 하필이면 상호가 캘리포니아 머시기 딥디다..주인이 싹싹한 미국인 여자분이었어요 .

 

그가 머뭇거리면서 추천한 쿠바의 어떤 곳이 우리에겐 가장 최악이면서 최고의 기억이 되었습니다. 가는 데 죽어라 고생했지만 흠 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깨댕이 홀라당 벗고 수영하는 재미란 게  최후의 자유 같더라구요.

 

2. 캔쿤 돌아 와서 잡은 숙소는 한국인이 주인인 호스텔이었어요. 우리는 가난한 백패커. 첫날 밤 자다가 너무 시끄러워서(옥상을 나이트 클럽으로 개조해서) 다음 날 숙소를 옮겼는 데  그 냥반이 저녁 늦게 술 들고 찾아 옵디다. 손수 만든 오이 냉국을 들고. 국간장을 못 넣어서 맛이 없다고. 같이 술먹고 쿠바에서 가져 온 시가 두 대중 한대를 나누어 피는 데. 햐.. 첨으로 시가 맛을 알았지요.

 

3. 다시 미국 들어 가서도 자꾸 생각이 났어요. 비록 따로 따로 만났지만 같이 있었다면 더욱 더 좋았을 거라는 확실한 느낌. 주 선생이 쿠바 드간다 해서 메일로 김작가 함 만나 봐라 했고.. 둘이는 만났고..어제 그제 같이 사업을 한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좋은 사람 소개 해 주셔셔 감사하다. 쿠바에서 다 같은 공동체의 꿈을 꾼다고.

 

4. 주선생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살사는 내 삶이에요. 춤은 숨. 3가지 꿈이 있는 데, 돌싱녀,신불자,불법체류자. 한 가지 빼곤 다 이루었어요. 마지막도 곧 이룰 겁니다. 저는 그냥 젊은 그들이 부럽고 그들의 꿈이 부러웠어요.

 

5. 김작가가 한 파트만 맡았던 책이 나왔어요. 언젠가 제대로 쿠바 안내서를 쓰고 싶다 했는 데 그가 챙겨 둔 쿠바 자료를 보면서 참 놀랬습니다. 온전히 책 한권이 되도 좋겠더라구요..연말이라 한국 들어왔다니 아마 서울 또 갈지도 모르겠네요..쿠바 한 번 가기 너무 비싸요.ㅎㅎㅎ

 

6. 지난 주  말 서울 갔다 재개봉한 부에나비스타클럽 보고 이게 쿠바의 본 모습이었구나 뒤 늦게 안 기분이었습니다.  20여년 전 볼 때는 암꺼도 몰랐어요ㅎㅎ  근데 그날이 민중 총궐기 2차였어요. 영화 마치고 괜히 대학로까지 쫓아가서 백남기 선생이 아직 괜찮다는 가족 이야기에 마음을 쓸어 내리고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7. 이제 술 다 마셨고 흠 흠

 

8. catxxx님. 이제 듀게는 글 겨우 하루에 한 2-30 개 밖에 안 올라 옵니다.  맘대로 하시면 점유율 50% 이상을 만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듀게가 님의 일기장이 되겠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떠드는 일기와 당대의 기억에 충실한 기록은 다릅니다. 그러니 닥치고 하루에 글 2개만 쓰세요 ㅎㅎ 점유율 10% 넘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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