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의 빅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챙겨봤고 에피소드 1~3은 극장에서 봤기 때문에 7편도 일종의 의무감에서 주말 관람했습니다. 아무래도 큰 화면에서 봐야 할 것 같아 IMAX 3D로... 결론적으로는 그럭저럭 만족했고, 특히 과거의 영웅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는 상당한 감동도 있었지만 아쉬운 점들도 있었어요. 


일단 장점이라면, 


1. 다시 만나 반가워요, 과거의 영웅들! 

   이번 7편에서 가장 멋졌던 장면은 한 솔로가 츄이와 함께 등장해 씩 웃으며 "츄이, 집에 돌아왔어"를 읊조리는 장면입니다.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에피소드 4와 마주하는 순간이죠. 반란군 사령관이 된 레아 공주님, 시리즈 개근을 자랑하는 3PO와 R2D2, 맨 마지막의 루크 스카이워커 등장 장면도 가슴을 뛰게 합니다. 이번 7편은 영화 자체의 성패와 상관없이 올드 스타워즈 덕후들의 추억을 자극하는데는 120% 성공입니다. 


2. 멋져요, 레이! 

   막 예쁜 게 아니라 영민해보이는 인상인데, 역대 스타워즈 여성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입니다. 노안(;;)과 답답한 헤어스타일 때문에 둔해보였던 레아 공주나 작은 체격 때문에 연약해보였던 파드메와 달리, 얼굴도 몸매도 시원시원합니다. 조종실력, 공돌이 능력, 전투능력 + 포스까지 만능에 가까운 능력치, 초반에 보이는 서툴지만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서 후반 카일로 렌을 실력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압도하는 모습까지(아직 첫편일 뿐인데 이미 완성형 진주인공의 스멜이...) 정말 이것이 주인공이다라는 모습을 마구마구 보여줍니다. 


3. 귀여워요, BB-8! 

   시리즈에 개근하며 스타워즈의 마스코트로 군림하던 R2D2가 드디어 강력한 라이벌을 만났습니다. 바로 BB-8! 몇 가지 기계음과 머리 까딱이는 것만으로 이토록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다니... 거기에 사이즈도 더욱 앙증맞아졌죠. 새파란 후배에게 자리 빼았기지 않으려면 R2D2 다음편에 몹시 분발해야겠습니다. 


단점이라면, 


1. 핀, 너 주인공이라며?

   '스타워즈 사상 최초의 흑인 주인공!'이라며 주목받았던 핀인데... 비중이 어째...=_=;; 뭐 사실 이번 7편의 주인공은 핀도, 레이도 아닌 한 솔로였죠. 하지만 동기인 레이와 비교해도 비중이 너무 떨어집니다. 초반부에 허둥대면서도 레이와 호흡 맞춰나가는 장면이 상당히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가 좀 뜨는 느낌. 더욱 안습인 건 이 캐릭터에 특기가 안 보인다는 겁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6에서는 제다이 & X-윙 파일럿 루크, 우주선 파일럿 & 배드애스 한 솔로, 어쨌든 비주얼 담당 레아공주로 주역 3명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졌는데, 이번 7편에서는 레이 혼자 제다이, 우주선 파일럿, 비주얼까지 다 해먹는군요.(그리고 X-윙 파일럿에는 포가 버티고 있음) 나중에 엄청난 성장 & 각성을 이룰지도 모르겠지만, 현재로선 파일럿의 재능도 공돌이의 재능도 하다못해 제다이의 재능도 영 없어보이는 핀의 처지가 참 안습입니다. 


2. 이거 압축판임? 

   스타워즈가 원래 짜임새있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은 아니지만, 이번편은 좀 심해도 너무 심합니다. 거의 에피소드 4~6을 압축하여 한편에 담은 듯. 최종보스로 마지막편 내내 나와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포스를 내뿜던 스타킬러는 등장 30분만에 황당하게 퇴장해버리고, 신체개조 & 각성이 예정되어있다고는 하지만 카일로 렌은 프렌차이즈 역사상 가장 급이 떨어지는 악역입니다. 스타킬러의 공격으로 인해 공화국의 주요 행성들이 초토화된 건 반군에게 엄청난 손실이자 세계관 내에서도 중요한 사건일텐데, 별 부서지는 장면 잠깐 보여주더니 일언반구도 없이 넘어가버리더군요. 


3. 전투가 왜이리 소박해? 

   초반부 위용 넘치는 임페리얼 디스트로이어의 등장장면이나, 데스스타를 뛰어넘는 스타킬러의 첫 장면은 정말 부왘! 이었는데, 갈수록 스타워즈답지 않게 전투 규모가 소박해지더군요. 스타워즈 에피소드 4-6은 당시 특수효과를 총동원한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이었고, 에피소드 1-3도 루카스가 '에피소드 4-6 당시 기술이 부족해 지상전투를 그리지 못했었다'라는 아쉬움을 풀듯 매편 엄청난 규모의 대규모 지상전을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7편은 뭔가요? 반군 함대는 어디가고 겨우 X-윙 파이터 10여대로 깨작거리는 거죠? 심지어 자본도 기술도 부족했던 에피소드 4-6 시절에도 X-윙은 공대공 전투, 지상 폭격은 A-윙으로 확실히 역할분담이 되어있었는데 말이죠. 스타킬러 같은 거대 보스 레이드라면 당연히 수십척의 전함과 수백대의 전투기&폭격기들이 총출동해 영화 역사에 길이길이 기억될 초 대규모 우주함대전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건 스타워즈잖아요! 그 막대한 제작비 어디에 쓴 거에요?? 


4. 스톰 트루퍼 대우 상향됐다며? 

   어느새 유명한 개그 대사가 되어버린 '오직 제국의 스톰 트루퍼만이 이토록 정확하게 쏠 수 있지'이고 이번 편에서는 스톰 트루퍼의 대우가 많이 상향되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더군요. 중반부에 스톰 트루퍼 1명이 톤파로 라이트 세이버 든 핀을 제압하긴 했지만, 이건 스톰 트루퍼가 강했다기보다 핀이 약한 거...=_=; 이 장면 하나 제외하면 여전히 스톰 트루퍼들은 20m 거리에서도 주역들의 털끝 하나 못 건드리며(츄이, 미안하지만 넌 주역이 아니잖아...=_=;;), 주인공들이 방아쇠 당길 때마나 나자빠지기 바쁜걸요. 어차피 방탄도 안 되고, 독가스 방어도 안 된다면 뭐하러 그 무거운 갑옷과 헬멧을 장비하고 다니는 걸까요...?=_=;; 가장 황당했던 건 캡틴 파즈마입니다. 거구(파즈마 역을 맡은 '여배우' 그웬돌린 크리스티의 키가 191cm)에 혼자서 반짝이는 크롬 갑옷까지 제다이와 맞장떠도 지지 않을 듯한 포스를 자랑했건만, 위협 한번에 순순히 스타킬러의 방어막 해제...=_=;;; 영화 보기 전 디자인에 혹해서 피규어를 주문할 뻔 했는데 안 하길 잘했어요. 


뭐 써놓고 나니까 단점을 더 많이 쓰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 편에서는 좀 더 화끈한 우주전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