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로 전시회 구경을 마치고, 상경의 주목적이었던 퀴담 공연 관람을 위해 잠실로 이동했습니다. 


태양의 서커스는 1984년 캐나다 퀘벡 주에서 기 랄리 베르테가 설립한 서커스 엔터테인먼트사로 70여 명의 공연진과 조촐하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계 50여개 국에서 온 1,300여 명의 공연진과 4,000여 명의 직원과 함께 하며 연 매출 1조원을 넘나드는 세계 최대의 서커스 엔터테인먼트가 되었죠. 태양의 서커스의 특징이라면 이전까지 서커스에서 무척 큰 비중을 차지하던 동물쇼를 과감하게 없애버리고(덕분에 항상 동물학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서커스의 이미지를 크게 제고했을 뿐 아니라 동물의 관리 및 운송에 들어가던 막대한 비용을 절감해 경제적 실리까지), 무용과 음악, 의상과 세트 디자인을 아우르는 예술적 컨셉을 강화하여 쇼의 요소가 강했던 서커스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태양의 서커스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같은 쇼를 계속 반복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거의 1~2년에 하나 꼴) 새로운 컨셉과 구성으로 이루어진 새 프로그램을 발표한다는 것인데, 이런 끊임없는 변화야말로 그들이 30여 년 동안 꾸준히 발전해온 원동력이겠죠. 96년 발표된 '퀴담'은 '알레그리아(94년작)'와 더불어 태양의 서커스의 가장 유명한 초기 프로그램 중 하나이며, 이번 공연은 20주년 기념이자 굿바이 투어입니다. 즉, 이번 투어가 끝나면 '퀴담'을 실제로 볼 기회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뜻이죠...ㅠ_ㅠ


제가 태양의 서커스를 처음 접한 견 명절날 TV 특집에서였어요. '아직도 서커스가 TV에서 하네? o_o'라는 신기한 마음에 틀어봤다가, 그 독특한 느낌과 예술성에 매료되었죠. 이후 태양의 서커스 공연실황 같은 걸 많이 찾아보기도 했지만, TV에서 처음 봤던 그 공연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저를 매료시켰던 그 프로그램이 바로 '퀴담'이었습니다. 


물론 태양의 서커스는 퀴담 외에도 다른 훌륭한 프로그램들을 갖추고 있지만, 저에겐 언제나 '퀴담'이 최고작입니다. 특유의 동화적인 느낌... 신문만 보는 아빠와 무심한 엄마 사이에서 심심해하던 소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갑자기 우산을 들고 머리 없는 신사가 찾아와 중절모를 떨어뜨리고 가며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오프닝의 그 몰입감은 정말 최고입니다. 그런 '퀴담'의 마지막 투어라니 놓칠 수 없었어요. 


공연장으로 가는 길에는 태양의 서커스의 역대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있었습니다. O,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등 몇 개만 알고 있었는데 제가 모르던 프로그램도 굉장히 많더군요. 특히 뮤지션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 - 비틀즈, 엘비스, 마이클 잭슨은 어떻게 서커스로 재해석되었을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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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담은 주인공이니까 한번 더. 


버스나 지하철 놓칠 경우를 대비해 시간을 좀 넉넉히 잡아놓고 움직이는 편인데, 어제는 신기할만큼 도착하는 재깍재깍 차가 와서 예정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가우디 전시회도 보고 좀 천천히 나와도 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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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의 흥취를 물씬 느끼게 하는 거대 천막 '빅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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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얀장은 오른쪽 천막이고 왼쪽 천막은 아마 공연진/스태프 용인 듯. 실내 체육관 등을 빌리지 않고 이렇게 야외에 커다란 천막을 친 게 더 서커스의 느낌이 살아나더군요. 주차장에 쳐놓은 거라 야구 보러 차 가져오신 분들은 좀 불편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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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던킨 도너츠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나오니까 해가 졌습니다. 야구장 쪽을 바라보며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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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마이클 잭슨 1:1 스태츄가 있더군요. 혹시 마이클 잭슨 : 임모탈 월드 투어가 올 수 있다는 암시가 아닐까 싶어 무척 기대됐습니다. 국내에서 공연한 '퀴담'과 '알레그리아'는 모두 초기 작품들이라 최근의 따끈따끈한 프로그램도 좀 보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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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탑 안에 들어가면 부대시설들이 있습니다. 홀리스 커피가 팝콘까지 팔고 있던데 가격이 좀 사기... 팝콘 + 콜라 2 = 9,000원이라니!!-ㅁ-!! 기둥에 우산을 매달아놨는데 참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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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카드 포토존. BC카드는 할인혜택이 꽤 있었지만 아쉽게도 BC카드가 없는지라 전액 내고 입장...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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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시작 전 사진입니다. 공연이 시작된 이후로는 사진촬영이 엄격하게 통제되며 핸드폰 사용도 규제되어 공연사진은 전혀 없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며 순간의 실수가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서커스 공연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이죠. 공연 스테이지의 규모가 생각보다 작고(지름 10m 정도?) 좌석이 스테이지와 굉장히 가깝습니다. 영화관 생각하시면 안 돼요. 가장 저렴한 A석의 맨 뒷자리도 무대와의 거리가 30m 쯤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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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친 뒤 또 한 컷. ...생각해보니 배우들 무대인사 때 찍었어야 하는데(무대인사도 두 번이나 다시 나와서 했는데!), 그 땐 너무 열심히 박수치느라고 배우들이 완전히 퇴장한 뒤에야 사진 생각이 나더군요...ㅠ_ㅠ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잘 담아놨으니 상관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물론 최고 전성기의 공연을 담은 실황 DVD에 비하면 약간 미흡한 면도 있지만(특히 스태츄 공연은 거의 분량이 절반으로 축소. 이건 온전히 배우의 역량에 기대야 하는 공연이고, DVD 때의 배우들은 저게 정말 인간인가 싶을 정도의 엄청난 힘과 밸런스를 뽐냈죠. 이번 배우들이 나빴다는 건 아니지만, 농구로 따지자면 전성기 마이클 조던과 비교하는 꼴;;), 그래도 화면으로 보는 느낌과 직접 무대에서 보는 느낌을 비교할 순 없어요. 


저에게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실크 공중곡예와 인간 탑쌓기(뱅퀸)이었습니다. 실크 공중곡예는 일단 배우 분이 너무 예뻤어요...+_+ 그리고 몸매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타이즈를 입고 붉은 천에 매달린 채 기기묘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몸매가 정말... =_=b 공연 중에는 숨도 크게 못 쉰 채 넉 놓고 보다가 끝난 뒤에야 열심히 박수. 뱅퀸은 원래 퀴담의 마지막 프로그램 & 클라이막스인데 역시 명불허전. 특히 마지막의 4층 탑 쌓기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더군요. 


2주 사이 본 조비 + 퀴담으로 출혈이 꽤 크지만, 그래도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뭐 돈이야 다른 데서 아끼면 되는 거죠. 혹시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 공연장이 워낙 작아 250,000원 짜리 토피 루즈 같은 좋은 좌석도 필요 없어요. 1+1로 5만원에 구할 수 있는 A석이라도 관람에는 전혀 지장 없습니다. 아니, 스테이지 위에서 펼쳐지는 메인 공연 외에도 주변부에선 계속 연기나 무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조금 뒷자리에서 무대 전체를 조망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몰라요. 


태양의 서커스, 좋은 공연 보여줘서 고마워요 =_=/ 그리고 추억의 '퀴담' 이제 안녕...ㅠ_ㅠ/ 나중에 30주년 기념 단발성 투어라도 있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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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자정이 넘어 집에 돌아오는 길 찍은 달 사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 즐거운 주말 되세요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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