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라고 하면 어쩐지 정보의 흐름이 사통팔달하여 한군데에만 알려놓으면 정보를 구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흘러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렇습니다만, 다들 경험을 통해 아시다시피 실상은 네트가 아무리 광대하다 한들 개개인이 돌아다니는 영역은 한정적이기 마련이죠.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귀할지도 모를 정보가 필요한 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모습을 수없이 보게 됩니다.

그런 연유로, 이런 글까지 올릴 필요가 있을까 망설이다가도, 한국어로 SF 소설을 읽는 몇백 명 안 된다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광고 비슷한 글을 올려보기로 했습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저는 출판사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심지어 원고를 미리 읽어본 프루프리더도 아닙니다.



이번 달에 "아작"이라는 신생 출판사가 이 척박한 SF 소설 시장에 뛰어들려는 모양입니다. 첫 작품은 코리 닥터로우의 『리틀 브라더』. 제목만으로도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사회에 관한 내용이 되리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만, 특히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내세워 정보를 통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에 역시 정보로 저항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합니다. 저는 닥터로우의 이름을 처음 듣는데, SF 작가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권리나 정보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로 유명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내용과 타이밍 상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 닥터로우의 소설 쪽이 먼저 출간되었고 그 내용이 유사하여 스노든도 관심 있게 읽었다고 합니다. 한국도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국가 권력에 의한 정보의 왜곡과 개인 권리 침해 사례가 여러모로 드러나면서 본의 아니게 시의성이 커져버렸네요. (사실 SF 독자로서의 저는 작품의 동시대성이 너무 두드러지는 바람에 SF가 제공하는 사변의 즐거움은 떨어지지 않겠나 살짝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만.)

출판사 관련 트위터 계정(들)을 좀 살펴보았는데 하는 말에 제법 믿음이 가고(자신이 어떤 분야의 어떤 책을 팔아보려고 하는지 알고 있다는 의미에서), 한국에서 SF를 내는 데에 필요한 다소간의 광기도 갖추고 있는 듯합니다. 첫 출간작을 미리 여러 독자에게 돌려 이런저런 의견도 받았다는데, 읽어본 사람들의 평도 상당히 좋아요.

무엇보다도 이 출판사에서 장차 출간할 책을 언급했는데, 세 번째 출간작으로 내겠다고 공언한 작품이 『둠즈데이 북』과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작가 ★☆★코니 윌리스★☆★의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망하기 전에 SF를 30권은 내겠다는 담대한 포부는 차마 믿기 어렵지만, 그래도 적당히 호응해주면 망하기 전에 세 권은 내지 않겠습니까. 듀게에 코니 윌리스 좋아하는 분들 분명히 계시리라 믿습니다.

말했듯 다소간 광기 어린 출판사라서, 한국에서 SF 소설을 출간하려는 주제에 현재 알라딘 독자 북펀드 사상 최고 금액인 1천5백만 원을 목표로 펀드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기간도 무지 짧아서 인제 오늘 포함해서 여드레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미 9백만 원이나 모이기는 했는데 아직도 60% 달성이라 실패할까 봐 좀 걱정입니다. 알라딘 독자 북펀드는 전에도 참여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보아하니 시스템상 투자자가 손해 볼 일은 별로 없을 거예요. 알라딘에서도 오히려 북펀드 시스템을 이용한 투기꾼이 생길까 걱정했는지 1인당 최고 투자 한도를 5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고요.



SF 소설에 관심이 있는 분께서는 한 번 둘러보고 지지해 주시면 어떠실지요. 알라딘 독자 북펀드 페이지에서 『리틀 브라더』의 도입부를 읽어보실 수 있고,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작가의 다른 엽편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알라딘 독자 북펀드
코리 닥터로우의 엽편 「프린트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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