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2 19:25
거의 20년을 알고 지낸 분이 이번 추석 연휴 에 쓰러지셔서 다시 못 깨어나셨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장기 기증 절차를 밟는다고 했고, 어제 밤에 다 끝내고 서울 병원에서 집이 있는 이곳으로 내려와 오늘 장례를 치뤘습니다.
내일 발인하고 고인이 속해 있던 단체에서 주관해서 간단히 노제를 지낸 뒤 고향으로 가서 화장하신다고 합니다.
쓰러지고나서 병원만 다섯번을 옮겼다는데, 한번 더 여행을 하셔야 된다네요.
가족을 모두 오래 잘 알았고 아이들이 자라는 걸 다 지켜봤습니다.
올해 쉰을 갓 넘겼고 막내가 아직 일곱살입니다.
마음이 정말 안좋아요.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다 황망해서 어쩔줄을 몰랐어요.
동네 노인분들도 조문을 와서 울고, 아흔인 어머니가 멀리서 오셔서 울고, 일흔이 넘은 장모도 울고.
상주인 큰 아들이 열아홉인데 절을 하며 울고 둘째인 딸아이는 할머니를 안고 위로를 하더군요.
저는 장례식장 입구에 고인의 이름이 붙어 있고, 그 아래 고인의 부인인 언니의 이름이 미망인 000이라고 씌여 있는 걸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미망인이라니, 왜 부인이라고 쓰지 않은 걸까하고요.
돌아가신 분은 성실하고 좋은 분이었습니다.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요.
너무 열심히 일만 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닌가하고, 지인들도 거의 다 농사짓는 분들이라서, 일 줄이고 몸 돌보자는 말들을 했어요.
밭에서 혼자 일하다 쓰러지셔서 세시간 넘게 발견을 못했대요. 그래서 늦어버렸다고.
좋은 곳이 있다면 정말로 그런 곳으로 가셨으면 좋겠지만 있는 걸까요?
2015.10.02 19:48
2015.10.02 23:27
2015.10.02 23:47
2015.10.02 23:56
이제 세상일에 얽힐일은 없으니 가신분은 편안하실겁니다. 좋은데에 계실겁니다.
나이가 한두살 더 먹을수록 점점 더 죽음이 두려워집니다. 죽음도 죽음이지만 남겨진사람들의 슬픔을 생각하는게 더 두려워지는거죠.
2015.10.03 03:5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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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상에 좋은 분들만 모여있는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