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동네 기억 몇 가지

2015.12.13 21:16

갓파쿠 조회 수:2283

1. 다섯 살 무렵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왔죠. 서교동에 있는 아담한 작은 주택이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지라 동네에는 또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동네의 모든 또래가 친구였던 시절이었죠.

    

히스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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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은 약간 개조를 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저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그 많던 애들이 축구랑 야구랑 다방구랑 닭싸움이랑을 했을까 싶습니다.

"어릴적 넓게만 보이던 좁은 골목길엔 다정한 옛친구 나를 보며 달려오는데..." 동물원의 그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던 골목길이죠.


2. 한 골목 건너에 당시 유명한 배우가 살고 있었습니다. 달동네 드라마가 히트할 때 거기에 나온 배우였죠.

그 딸이랑 같은 유치원에 다녔습니다. 별것도 아닌데 이런 기억 하나 있으면 왠지 뿌듯합니다.


드라마 속의 달동네 아저씨 모습과는 달리 항상 양복에 라이방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습니다.

그 딸도 나중에 꽤 유명한 배우가 됐죠.


3. 지금은 없어졌지만 서교시장이라고 있었습니다. 서교동에서 성산동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었는데 그 주변은 워낙 많이 변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지금도 지나다니다 보면 여기가 그때 어디였는지 퍼즐을 맞추는 듯 합니다.


아마도 지금 대우미래사랑이 있는 자리 같은데 그때는 시장 앞에 넓은 공터였었죠. 어렸을 때는 동네에 그런 광장같은 공터들이 꽤 많았습니다.

겨울이면 그곳이 스케이트장으로 변했습니다. 겨울이 무척이나 춥던 시절이었고 스케이트는 겨울 최고의 인기 레져 스포츠였죠.


4. 변호사였던 아빠는 서울로 온 지 5년만에 넓은 잔디밭이 있는 2층 양옥집을 샀죠.

홍대가 뜨면서 지금은  그 조용하던 주택가 골목도 출판사, 카페 거리가 됐고 그 집도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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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카페가 들어왔더라면 거기 앉아서 '옛날에 여기가 우리집이었어'  하고

별거 없는 허세를 떨 수 있었을텐데 별로 멋대가리 없는 오피스 건물이 들어섰군요.


5. 80년대까지도 주거지의 가장 큰 비중은 단독주택이었습니다. 샐러리맨들도 작지만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응팔에도 나오지만 그 단독주택 지하나 방 한칸을 세를 줘서 두가구가 한 집에 사는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80년대 중 후반부터 단독주택을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는 집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6. 지금은 서교 푸르지오 아파트가 있던 곳에는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도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서교아파트라고 좀 허름한 아파트였죠. 당시에는 참 보기드문 아파트였습니다.


7. 지금 상수동은 국민학교때까지는 길 사이를 두고 상수동과 하수동으로 나뉘어있었죠.

하수동이라는 이름이 안좋다고 상수동으로 합쳐졌습니다. 실제로도 당시 하수동은 좀 낙후된 곳이었죠.


8. 나이가 들수록 옛날이 그리워지긴 합니다. 만화가게, 구멍가게, 골목길, 살던 집, 모든게 그립지만 그래도 역시나 가장 그리운건 사람들이죠.

엄마, 아빠 그리고 어릴적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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